좋은 사람들 -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좋은 이야기를 올리는 공간

글 수 900
2010.03.02 06:47:37 (*.186.21.11)
1859
1 / 0

빨간 벙어리장갑

"엄마, 나도 장갑 하나 사 줘. 응?"


나는 단칸방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엄마를 조르고 있었고,
그런 나에게 엄마는 눈길 한 번 안 준채
부지런히 구슬들을 실에 꿰고 있었다.

"씨... 딴 애들은 토끼털 장갑도 있고
눈 올 때 신는 장화도 있는데..
난 장갑이 없어서 눈싸움도 못한단 말이야.
애들이 나보고 집에 가서
엄마랑 같이 구슬이나 꿰래."
나도 모르게 거짓말이 나왔다.

 
엄마의 재빠르던 손놀림이 갑자기 멈춰졌다.
"누가 너더러 구술이나 꿰랬어?"
"애들이 그러는데
엄마가 연탄 배달을 하도 많이 해서
내 얼굴이 까만 거래..."

사실 그런 놀림을 받은 적도 없었고
힘들게 밤낮 일하시는 엄마를
슬프게 할 생각도 없었다.


단지 오늘 점심시간에 눈싸움을 하다가
장갑이 없어서 손이 조금 시렸던 것뿐이었다.

다음 날 아침,
"이거 끼고 학교 가거라."
학교 갈 준비를 하는 나에게
엄마는 빨간색 벙어리장갑을 건네주었다.


장갑의 손등엔 하얀 털실로
작은 꽃모양까지 수놓아져 있었다.
나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장갑을 받아들고
학교를 향해 뛰기 시작했다.

그날 오후,
저만치서 연탄을 나르고 있는
엄마의 모습이 보였다.
너무나 반가워 엄마에게 달려가
빨간 벙어리장갑을 낀 손으로
엄마의 목에 매달렸다.

"집에 가서 아랫목에 있는 밥 꺼내 먹거라."
내 얼굴을 만져 주는 엄마의 차가운 손.
다시 손에 끼우시던 엄마의 장갑을 보는 순간
나는 흠칫 놀랐다.

그 추운 겨울 날씨에 차디찬
연탄을 나르시면서 낡아빠져 구멍이 난,
얇은 고무장갑을 끼고 계셨던 것이다.

시간이 흘러서야 알게 되었다.
겨울이면 연탄 공장에서 성탄절 선물로
고무장갑 안에 끼라고 배급해 주는
붉은 털장갑을 풀어
밤새 내 벙어리장갑을 짜 주셨다는 것을...


실이 얇아 이중으로 짜야 했기에
하룻밤 꼬박 새워야만 했다는 것을...
나는 손이 커져 손가락이
장갑 안에서 펴지지 않을 때까지
겨울마다 그 장갑을 끼고 또 끼었다.

그리고 결혼할 때 나는 내 아내에게
그 이야기를 해 주었다.


또다시 겨울이 오고 있던 어느 날.
어디서 사 왔는지 뭉실뭉실한
털실 세 뭉치를 바구니에 담으며
아내가 넌지시 내게 말했다.

"올 겨울에는 어머님께
따뜻한 털스웨터 한 벌 짜드리려고요."

 

-사랑밭새벽편지 중에서-

 

"네 부모를 즐겁게 하며

너를 낳은 어미를 기쁘게 하라" (잠언23;25)

 

 

우리에겐 잊지 말아야할 역사가 있습니다

 

 


John Dunbar Theme - John Barry

댓글
2010.03.03 09:59:19 (*.250.69.50)
여명

이곳 동생부부와  연아를 함께보며 

감동의 눈물을 흘렸던 그감동 만큼이나

감동적인 이야기....

잘 지내시지요?

댓글
2010.03.03 11:41:52 (*.186.21.11)
청풍명월

여명님 외국에 게시면서 보셨군요

늘 건강하시기를 하느님께기원 합니다

댓글
2010.03.31 15:23:17 (*.159.49.24)
바람과해

옛날 가난했든 시절 이야긴것 가트네요

그때는 너 나 없이 살기 어려웠든 때지요

감동적인 글 잘 보았습니다.

댓글
2010.04.02 15:23:29 (*.170.130.50)
유지니

김연아가 금메달을 따는 순간을 보면서

나도모르게 눈시울이 적셔지더군요.........

함께보던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죠.

고국을 떠나면 모두가 애국자가 되는것 같아요 ㅎㅎ

댓글
2010.04.02 18:35:05 (*.186.21.11)
청풍명월

바람과해님 유지니님

찾아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사진 및 파일 첨부

여기에 파일을 끌어 놓거나 왼쪽의 버튼을 클릭하세요.

파일 용량 제한 : 0MB (허용 확장자 : *.*)

0개 첨부 됨 ( / )
번호
제목
글쓴이
500 아빠의 눈물~ 1
데보라
2010-07-13 3155
499 ♣ 청보리 / 시 조용순 1
niyee
2010-07-13 3793
498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 3
바람과해
2010-07-11 3489
497 천천히 가자 5
데보라
2010-07-09 3327
496 빨간주머니와 노란주머니 5
데보라
2010-07-08 3730
495 월드컵 출전중인 아빠 허정무 감독에게 딸이 보내는 편지 3
데보라
2010-06-29 2468
494 3천원이 가저다 준 행복 7 file
바람과해
2010-06-28 2429
493 ♣ 인생사, 새옹지마라 했지요...♣ 2 file
데보라
2010-06-24 3687
492 쥔것을 놓아라 2
데보라
2010-06-22 3432
491 바보 마누라~ 2
데보라
2010-06-20 3241
490 가슴저린이야기 (서울대학교 합격자 생활수기) 6 file
청풍명월
2010-06-16 2784
489 아내의 만찬 5 file
청풍명월
2010-06-15 2889
488 당신의 말이 행복을 만든다.. 2
바람과해
2010-06-15 3390
487 나는 미운 돌멩이... 3
데보라
2010-06-12 2831
486 그것이 우리의 아름다움 입니다
데보라
2010-06-12 2607
485 붕어빵 아주머니와 거지아이 2
바람과해
2010-06-11 2461
484 ♣ 풀잎 이슬방울 하나 / 장성우
niyee
2010-06-11 3605
483 세상에서 젤루 모찐 나의신랑 생일이랍니당~ㅎ 23 file
고운초롱
2010-06-10 5659
482 사랑의 유산~ 2
데보라
2010-06-08 3168
481 진드기..신부 입장 1
데보라
2010-06-08 3225
480 어느아빠의 감동적인 스토리 8 file
청풍명월
2010-06-04 3169
479 ♣ 1000 억짜리의 강의 ♣ 4
데보라
2010-06-02 2561
478 ♣ 부모님의 깊은 뜻을 그 자식이 알까요 ?♣
데보라
2010-06-02 2611
477 아내의 사랑 1
데보라
2010-06-01 2583
476 아침 편지 - 사랑의 수고 6
데보라
2010-05-28 3903
475 희망이라 는 약 3
바람과해
2010-05-26 3861
474 나폴레옹과 사과파는 할머니 2
바람과해
2010-05-19 3789
473 ♬♪^ 코^ 아가야는 디금 2
코^ 주부
2010-05-18 3977
472 인생의 계단에는 엘리베이터가 없습니다 4
데보라
2010-05-14 3462
471 모래위의 발자국~ 2 file
데보라
2010-05-14 10693
470 두 少年의 아름다운 友情이야기 4
바람과해
2010-05-07 3030
469 바람에게도 길이 있다 / ♬ Running Through The Grass 1
琛 淵
2010-04-27 3334
468 가장 행복한 날, 가장 행복한 시간 外 / Edgar Allan Poe
琛 淵
2010-04-25 3350
467 천천히 걸어도.빨리 달려도 / 조광선 1
바람과해
2010-04-24 2774
466 ♬♪^. 쉿` 1급비밀 7
코^ 주부
2010-04-22 3445
465 ♬♪^ . 꿈의 넓이 11
코^ 주부
2010-04-20 3703
464 물레방아.들국화 [♬ waterbone tibet / river of souls]
琛 淵
2010-04-16 2511
463 ♣ 들꽃의 교훈 / 박광호 2
niyee
2010-04-14 3233
462 인 생 [ ♬ Asha / 앨범 - Mystic Heart ♬ ] 6
琛 淵
2010-04-11 2789
461 친구를 돕는 것도 지혜롭게 해야 한다 2
바람과해
2010-04-05 2634
460 어느 대학교 졸업 식장에서 6
바람과해
2010-04-02 2714
459 또 아픕니다 3 file
오작교
2010-04-02 2431
458 좋은 사람 2
바람과해
2010-04-01 2671
457 사람을 외모로 취하지 말라 1
바람과해
2010-03-28 2254
456 소중한 벗에게 띄우는 편지 4
바람과해
2010-03-23 2402
455 ♣ 꽃바람 -詩 김설하 1
niyee
2010-03-21 2064
454 선생님께 사랑을 보냅니다 (To Sir with Love) 4
보리피리
2010-03-19 2521
453 ♠ 좋은글 좋은생각♠ 3 file
청풍명월
2010-03-19 5202
452 ☆ 신부님과 과부 이야기☆ 3
청풍명월
2010-03-17 2375
451 초롱이 아들 수형이의 첫월급을 받는 날이랍니다.^^ 23 file
고운초롱
2010-03-16 3264
450 ♧ 제화공의 아들 링컨 대통령의명답♧ 3
청풍명월
2010-03-16 4447
449 행복 십계명 1
바람과해
2010-03-15 2704
448 반기문 총장의 성공 비결 19계명 1
바람과해
2010-03-14 2191
447 百壽의 秘訣은勞力 4
청풍명월
2010-03-14 1976
446 ♡ 단한번 주어진 특별한 하루♡ 7 file
청풍명월
2010-03-11 2250
445 ♬♪^ . 섬안의 섬 8
코^ 주부
2010-03-10 1876
444 * 지구상에서 가장 추운 마을 - [오미야콘](OYMYAKON) 5
Ador
2010-03-09 3737
443 ♧ 당신을 위해 이글을 바칩니다♧ 2
청풍명월
2010-03-06 2089
442 내게온 아름다운 인연 2
바람과해
2010-03-06 2540
441 ♣ 봄을 재촉하는 비 / 하늘빛 최수월 1
niyee
2010-03-06 2008
440 아! 어머니 / 신달자 2
niyee
2010-03-06 2119
439 은은한 난향의 세계로,,,(제16회 대한민국 난 전시회) 2
슬기난
2010-03-06 2151
438 아름다운 인생을 위하여 1
바람과해
2010-03-06 2132
437 내人生에 가을이 오면 2 file
청풍명월
2010-03-03 2118
436 잃은 것, 남은 것 1
바람과해
2010-03-03 2033
빨간 벙어리 장갑 5
청풍명월
2010-03-02 1859
434 친구야 나의 친구야! 1
데보라
2010-03-01 2246
433 행복 요리법 1
데보라
2010-03-01 1900
432 ♣ 가정을 살리는 생명의 씨 4가지♣ 2
청풍명월
2010-03-01 1728
431 나이가 가져다 준 선물 4
데보라
2010-02-28 2295
430 참 좋은 일입니다 2
바람과해
2010-02-28 1998
429 ♧정말 소중한 것이란 무엇일까요♧ 2 file
청풍명월
2010-02-27 1645
428 호롱불 같은 사람이 되려무나 2 file
데보라
2010-02-26 2314
427 아줌마는 하나님 부인이세요? 3
바람과해
2010-02-25 1659
426 행복을 주는 사람이 되어 보세요. 3
바람과해
2010-02-24 1841
425 남자도 그리움에 눈물 흘립니다 6
데보라
2010-02-18 1813
424 내인생에 가을이오면 윤동주 6 file
청풍명월
2010-02-17 1891
423 당신곁에 내리고 싶습니다 3
장길산
2010-02-16 1733
422 옹달샘 같은 친구 2
바람과해
2010-02-15 1595
421 소망성취 하세요...... 3 file
별빛사이
2010-02-13 2180
420 이해인수녀 김수환추기경에 드리는 편지 1
청풍명월
2010-02-10 1984
419 ♣2만5천원의 友情 4
바람과해
2010-02-09 1765
418 ...내 삶에 휴식이 되어주는 이야기 3
데보라
2010-02-09 1464
417 어느95세 어른의수기 4
청풍명월
2010-02-07 2480
416 내 영혼의 반쪽/.. 소울메이트
데보라
2010-02-06 1836
415 재치있는 이발사의 말솜씨 3
데보라
2010-02-06 1773
414 무능한 중 外 / 샤를르 보들레르
琛 淵
2010-02-04 1552
413 이별 동경 / Johann Wolfgang von Goethe 1
琛 淵
2010-02-01 1476
412 어머니의 사랑 2
데보라
2010-01-28 1539
411 ♡ 어느 의사가 말하는 감동 이야기(실화) ♡ 9
데보라
2010-01-24 1639
410 ♡ 겨울나무 편지♡ 2
청풍명월
2010-01-24 1381
409 나는 내가 아닙니다/...어느 40대의 고백 4
데보라
2010-01-21 1648
408 ♡ ...여보게 친구 ...♡ 3
데보라
2010-01-19 1832
407 술 이 란 ? 4 file
청풍명월
2010-01-19 1538
406 늙은 아버지의 질문... 6
데보라
2010-01-18 1667
405 3번아, 잘 있거라. 6번은 간다 15
데보라
2010-01-11 1768
404 ♣ 눈 내리는 풍경을 보며 / 향일화 3
niyee
2010-01-11 1780
403 ♡ 말은 씨앗과 같습니다 ♡ 6
데보라
2010-01-10 1495
402 어느 어머니의 이야기 7 file
청풍명월
2010-01-10 1277
401 부부란 이런 거래요.. 1
데보라
2010-01-08 2505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