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오늘 점심시간에 눈싸움을 하다가
장갑이 없어서 손이 조금 시렸던 것뿐이었다.
다음 날 아침,
"이거 끼고 학교 가거라."
학교 갈 준비를 하는 나에게
엄마는 빨간색 벙어리장갑을 건네주었다.
장갑의 손등엔 하얀 털실로
작은 꽃모양까지 수놓아져 있었다.
나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장갑을 받아들고
학교를 향해 뛰기 시작했다.
그날 오후,
저만치서 연탄을 나르고 있는
엄마의 모습이 보였다.
너무나 반가워 엄마에게 달려가
빨간 벙어리장갑을 낀 손으로
엄마의 목에 매달렸다.
"집에 가서 아랫목에 있는 밥 꺼내 먹거라."
내 얼굴을 만져 주는 엄마의 차가운 손.
다시 손에 끼우시던 엄마의 장갑을 보는 순간
나는 흠칫 놀랐다.
그 추운 겨울 날씨에 차디찬
연탄을 나르시면서 낡아빠져 구멍이 난,
얇은 고무장갑을 끼고 계셨던 것이다.
시간이 흘러서야 알게 되었다.
겨울이면 연탄 공장에서 성탄절 선물로
고무장갑 안에 끼라고 배급해 주는
붉은 털장갑을 풀어
밤새 내 벙어리장갑을 짜 주셨다는 것을...
실이 얇아 이중으로 짜야 했기에
하룻밤 꼬박 새워야만 했다는 것을...
나는 손이 커져 손가락이
장갑 안에서 펴지지 않을 때까지
겨울마다 그 장갑을 끼고 또 끼었다.
그리고 결혼할 때 나는 내 아내에게
그 이야기를 해 주었다.
또다시 겨울이 오고 있던 어느 날.
어디서 사 왔는지 뭉실뭉실한
털실 세 뭉치를 바구니에 담으며
아내가 넌지시 내게 말했다.
"올 겨울에는 어머님께
따뜻한 털스웨터 한 벌 짜드리려고요."
-사랑밭새벽편지 중에서-
"네 부모를 즐겁게 하며
너를 낳은 어미를 기쁘게 하라" (잠언23;25)
우리에겐 잊지 말아야할 역사가 있습니다
John Dunbar Theme - John Barry
이곳 동생부부와 연아를 함께보며
감동의 눈물을 흘렸던 그감동 만큼이나
감동적인 이야기....
잘 지내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