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들 -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좋은 이야기를 올리는 공간

글 수 900
2010.03.02 06:47:37 (*.186.21.11)
1947
1 / 0

빨간 벙어리장갑

"엄마, 나도 장갑 하나 사 줘. 응?"


나는 단칸방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엄마를 조르고 있었고,
그런 나에게 엄마는 눈길 한 번 안 준채
부지런히 구슬들을 실에 꿰고 있었다.

"씨... 딴 애들은 토끼털 장갑도 있고
눈 올 때 신는 장화도 있는데..
난 장갑이 없어서 눈싸움도 못한단 말이야.
애들이 나보고 집에 가서
엄마랑 같이 구슬이나 꿰래."
나도 모르게 거짓말이 나왔다.

 
엄마의 재빠르던 손놀림이 갑자기 멈춰졌다.
"누가 너더러 구술이나 꿰랬어?"
"애들이 그러는데
엄마가 연탄 배달을 하도 많이 해서
내 얼굴이 까만 거래..."

사실 그런 놀림을 받은 적도 없었고
힘들게 밤낮 일하시는 엄마를
슬프게 할 생각도 없었다.


단지 오늘 점심시간에 눈싸움을 하다가
장갑이 없어서 손이 조금 시렸던 것뿐이었다.

다음 날 아침,
"이거 끼고 학교 가거라."
학교 갈 준비를 하는 나에게
엄마는 빨간색 벙어리장갑을 건네주었다.


장갑의 손등엔 하얀 털실로
작은 꽃모양까지 수놓아져 있었다.
나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장갑을 받아들고
학교를 향해 뛰기 시작했다.

그날 오후,
저만치서 연탄을 나르고 있는
엄마의 모습이 보였다.
너무나 반가워 엄마에게 달려가
빨간 벙어리장갑을 낀 손으로
엄마의 목에 매달렸다.

"집에 가서 아랫목에 있는 밥 꺼내 먹거라."
내 얼굴을 만져 주는 엄마의 차가운 손.
다시 손에 끼우시던 엄마의 장갑을 보는 순간
나는 흠칫 놀랐다.

그 추운 겨울 날씨에 차디찬
연탄을 나르시면서 낡아빠져 구멍이 난,
얇은 고무장갑을 끼고 계셨던 것이다.

시간이 흘러서야 알게 되었다.
겨울이면 연탄 공장에서 성탄절 선물로
고무장갑 안에 끼라고 배급해 주는
붉은 털장갑을 풀어
밤새 내 벙어리장갑을 짜 주셨다는 것을...


실이 얇아 이중으로 짜야 했기에
하룻밤 꼬박 새워야만 했다는 것을...
나는 손이 커져 손가락이
장갑 안에서 펴지지 않을 때까지
겨울마다 그 장갑을 끼고 또 끼었다.

그리고 결혼할 때 나는 내 아내에게
그 이야기를 해 주었다.


또다시 겨울이 오고 있던 어느 날.
어디서 사 왔는지 뭉실뭉실한
털실 세 뭉치를 바구니에 담으며
아내가 넌지시 내게 말했다.

"올 겨울에는 어머님께
따뜻한 털스웨터 한 벌 짜드리려고요."

 

-사랑밭새벽편지 중에서-

 

"네 부모를 즐겁게 하며

너를 낳은 어미를 기쁘게 하라" (잠언23;25)

 

 

우리에겐 잊지 말아야할 역사가 있습니다

 

 


John Dunbar Theme - John Barry

댓글
2010.03.03 09:59:19 (*.250.69.50)
여명

이곳 동생부부와  연아를 함께보며 

감동의 눈물을 흘렸던 그감동 만큼이나

감동적인 이야기....

잘 지내시지요?

댓글
2010.03.03 11:41:52 (*.186.21.11)
청풍명월

여명님 외국에 게시면서 보셨군요

늘 건강하시기를 하느님께기원 합니다

댓글
2010.03.31 15:23:17 (*.159.49.24)
바람과해

옛날 가난했든 시절 이야긴것 가트네요

그때는 너 나 없이 살기 어려웠든 때지요

감동적인 글 잘 보았습니다.

댓글
2010.04.02 15:23:29 (*.170.130.50)
유지니

김연아가 금메달을 따는 순간을 보면서

나도모르게 눈시울이 적셔지더군요.........

함께보던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죠.

고국을 떠나면 모두가 애국자가 되는것 같아요 ㅎㅎ

댓글
2010.04.02 18:35:05 (*.186.21.11)
청풍명월

바람과해님 유지니님

찾아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사진 및 파일 첨부

여기에 파일을 끌어 놓거나 왼쪽의 버튼을 클릭하세요.

파일 용량 제한 : 0MB (허용 확장자 : *.*)

0개 첨부 됨 ( / )
아빠의 눈물~ (1)
데보라
2010.07.13
조회 수 3248
♣ 청보리 / 시 조용순 (1)
niyee
2010.07.13
조회 수 3895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 (3)
바람과해
2010.07.11
조회 수 3586
천천히 가자 (5)
데보라
2010.07.09
조회 수 3407
빨간주머니와 노란주머니 (5)
데보라
2010.07.08
조회 수 3817
3천원이 가저다 준 행복 (7)
바람과해
2010.06.28
조회 수 2535
조회 수 3775
쥔것을 놓아라 (2)
데보라
2010.06.22
조회 수 3527
바보 마누라~ (2)
데보라
2010.06.20
조회 수 3334
조회 수 2867
아내의 만찬 (5)
청풍명월
2010.06.15
조회 수 2985
당신의 말이 행복을 만든다.. (2)
바람과해
2010.06.15
조회 수 3474
나는 미운 돌멩이... (3)
데보라
2010.06.12
조회 수 2940
조회 수 2705
붕어빵 아주머니와 거지아이 (2)
바람과해
2010.06.11
조회 수 2548
조회 수 3697
조회 수 5751
사랑의 유산~ (2)
데보라
2010.06.08
조회 수 3259
진드기..신부 입장 (1)
데보라
2010.06.08
조회 수 3330
어느아빠의 감동적인 스토리 (8)
청풍명월
2010.06.04
조회 수 3262
♣ 1000 억짜리의 강의 ♣ (4)
데보라
2010.06.02
조회 수 2661
아내의 사랑 (1)
데보라
2010.06.01
조회 수 2673
아침 편지 - 사랑의 수고 (6)
데보라
2010.05.28
조회 수 3999
희망이라 는 약 (3)
바람과해
2010.05.26
조회 수 3949
나폴레옹과 사과파는 할머니 (2)
바람과해
2010.05.19
조회 수 3885
♬♪^ 코^ 아가야는 디금 (2)
코^ 주부
2010.05.18
조회 수 4067
조회 수 3556
모래위의 발자국~ (2)
데보라
2010.05.14
조회 수 10790
두 少年의 아름다운 友情이야기 (4)
바람과해
2010.05.07
조회 수 3127
조회 수 3433
조회 수 2865
♬♪^. 쉿` 1급비밀 (7)
코^ 주부
2010.04.22
조회 수 3529
♬♪^ . 꿈의 넓이 (11)
코^ 주부
2010.04.20
조회 수 3791
♣ 들꽃의 교훈 / 박광호 (2)
niyee
2010.04.14
조회 수 3333
조회 수 2878
조회 수 2746
어느 대학교 졸업 식장에서 (6)
바람과해
2010.04.02
조회 수 2798
또 아픕니다 (3)
오작교
2010.04.02
조회 수 2530
좋은 사람 (2)
바람과해
2010.04.01
조회 수 2770
사람을 외모로 취하지 말라 (1)
바람과해
2010.03.28
조회 수 2346
소중한 벗에게 띄우는 편지 (4)
바람과해
2010.03.23
조회 수 2505
♣ 꽃바람 -詩 김설하 (1)
niyee
2010.03.21
조회 수 2163
조회 수 2621
♠ 좋은글 좋은생각♠ (3)
청풍명월
2010.03.19
조회 수 5286
☆ 신부님과 과부 이야기☆ (3)
청풍명월
2010.03.17
조회 수 2465
조회 수 3361
조회 수 4540
행복 십계명 (1)
바람과해
2010.03.15
조회 수 2814
반기문 총장의 성공 비결 19계명 (1)
바람과해
2010.03.14
조회 수 2285
百壽의 秘訣은勞力 (4)
청풍명월
2010.03.14
조회 수 2071
♡ 단한번 주어진 특별한 하루♡ (7)
청풍명월
2010.03.11
조회 수 2338
♬♪^ . 섬안의 섬 (8)
코^ 주부
2010.03.10
조회 수 1962
조회 수 2192
내게온 아름다운 인연 (2)
바람과해
2010.03.06
조회 수 2633
조회 수 2098
아! 어머니 / 신달자 (2)
niyee
2010.03.06
조회 수 2220
아름다운 인생을 위하여 (1)
바람과해
2010.03.06
조회 수 2235
내人生에 가을이 오면 (2)
청풍명월
2010.03.03
조회 수 2214
잃은 것, 남은 것 (1)
바람과해
2010.03.03
조회 수 2121
빨간 벙어리 장갑 (5)
청풍명월
2010.03.02
조회 수 1947
추천 수 1
친구야 나의 친구야! (1)
데보라
2010.03.01
조회 수 2339
행복 요리법 (1)
데보라
2010.03.01
조회 수 1990
조회 수 1830
나이가 가져다 준 선물 (4)
데보라
2010.02.28
조회 수 2391
참 좋은 일입니다 (2)
바람과해
2010.02.28
조회 수 2092
조회 수 1736
호롱불 같은 사람이 되려무나 (2)
데보라
2010.02.26
조회 수 2420
아줌마는 하나님 부인이세요? (3)
바람과해
2010.02.25
조회 수 1751
행복을 주는 사람이 되어 보세요. (3)
바람과해
2010.02.24
조회 수 1947
조회 수 1918
내인생에 가을이오면 윤동주 (6)
청풍명월
2010.02.17
조회 수 1985
당신곁에 내리고 싶습니다 (3)
장길산
2010.02.16
조회 수 1824
옹달샘 같은 친구 (2)
바람과해
2010.02.15
조회 수 1696
소망성취 하세요...... (3)
별빛사이
2010.02.13
조회 수 2279
조회 수 2075
♣2만5천원의 友情 (4)
바람과해
2010.02.09
조회 수 1851
조회 수 1557
어느95세 어른의수기 (4)
청풍명월
2010.02.07
조회 수 2569
조회 수 1926
재치있는 이발사의 말솜씨 (3)
데보라
2010.02.06
조회 수 1877
조회 수 1650
조회 수 1578
어머니의 사랑 (2)
데보라
2010.01.28
조회 수 1646
조회 수 1727
♡ 겨울나무 편지♡ (2)
청풍명월
2010.01.24
조회 수 1486
조회 수 1748
♡ ...여보게 친구 ...♡ (3)
데보라
2010.01.19
조회 수 1936
술 이 란 ? (4)
청풍명월
2010.01.19
조회 수 1639
늙은 아버지의 질문... (6)
데보라
2010.01.18
조회 수 1760
3번아, 잘 있거라. 6번은 간다 (15)
데보라
2010.01.11
조회 수 1859
조회 수 1887
♡ 말은 씨앗과 같습니다 ♡ (6)
데보라
2010.01.10
조회 수 1607
어느 어머니의 이야기 (7)
청풍명월
2010.01.10
조회 수 1373
부부란 이런 거래요.. (1)
데보라
2010.01.08
조회 수 2598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