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들 -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좋은 이야기를 올리는 공간

글 수 900

 

  

 

"세상은 아직 따뜻한 것 같아요 .."

 

 

안녕 하세요? 23세 여성입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몇가지 기억 남는 일들이 있어서 이렇게 끄적여 보려고 해요.

19살때부터 까** 보안팀에 입사하여 매장 입구 도우미로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까**가 이랜드로 인수되고 다시 홈***로 인수되기까지 ...
그 과정속에서도 한 스토어에서 오래 있다보니

제 업무는 매장 입구 도우미가 아닌 절도 검거가 주 담당이 되었습니다.
 
마트에서 훔치는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라 생각 하시겠지만 의외로 정말 많습니다.
그러나 세상살이 힘들어 훔치는 사람은 극소수일뿐..
대부분 훔친 물건들을 보면 힘이 들어서 훔쳤다는 물건들은

전부다 고가의 상품들이었고 심지어 자기 소유의 차량도 있는 분들도,

그 동네에서 꽤나 비싸다는 아파트에 사시는 분들도, 지갑 핸드백 전부 명품인분들..
 
정말 먹고 살기 어려워서 생필품을 훔친 고객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러했길래 절도한 사람이 오면 대부분 안좋은 생각들 뿐이었습니다.
어럽다고 훔친 물건이 MP3이고 고가의 벨트이고 고가의 모자이고..
 
그날도 어김없이 방재실에서 CCTV를 보는데
 
어느 한 아주머니 고객님이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매장을 이곳저곳 누비셨습니다.
약간 꽤재재한 모습이셨고 아이는 칭얼대는 모습이 보였죠.
 
그런데 아주머니께서 유모차아래 짐을 싣는 공간에 분유 2통을 눕혀 놓고

다시 매장을 이곳저곳 다니시더니

계산도 하지 않은채 매장 밖으로 나가셨습니다.
 
물론 분유 2통 이외에 다른것 훔친것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대부분 절도한 사람들을 보면 자기 욕심만 채우려는 물품들로 가득했는데

막상 그 상황을 보니 그분의 절박함 ..

여자로서의 뭔가 가슴이 저려 왔어요.
분유.. 어른들이 먹는 것이 아니라 갓난쟁이 아가가 먹는 것이잖아요.
얼마나 절박했으면 얼마나 힘이 들었으면 얼마나 아기가 배가 고팠으면..

이 생각이 들어 왔어요.
 
그래도 지금 나의 임무는 절도 검거인데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했습니다.
보통 절도하는 모습을 보는 즉시 팀장님께 보고 해야 하는데 보고 할 수 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CCTV는 아주머니를 찍고 있었고 보관되는 자료이기 때문에

모른척 지나 갈수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일단 밖으로 나가서 아주머니 따라가서 상황을 설명하였습니다.
 
보통 대부분 절도 하신 분들은 단호히 아니라며 화를 내거나 들먹거렸는데

아주머니는 제가 잡자마자

주저앉고 잘못 했다면서 미안 하다면서 펑펑 우시더군요.
아주머니가 우니 칭얼대는 갓난아기마저 같이 울더군요.
 
같은 여자잖아요.
애기가 먹을 밥이잖아요.
단지 저 아주머니가 배가 고파서 먹는 것도 아니라

자기 새끼가 배가 고파서 아무것도 해주지 못해

훔치기라도 해야 했던 어머니 심정이 왠지 뼈지리게 느껴졌습니다.
저는 아직 미혼자이지만 제가 언젠가 결혼을 한다면

또 저 역시 아이 모유하나 먹이기 힘들만큼 그러한 상황이라면

나 역시 그 아주머니와 같은 절도를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아주머니에게 제가 일단 계산을 해 드린다고 했습니다.
 
세상에 ..
분유값이 그렇게 비싼줄 꿈에도 몰랐습니다.
2통 사는데 5만원이 넘어 가던군요.
 
뭐 저는 생존 때문이 아니라 학비 모으려고 아르바이트 하는 것이고
10시간 내내 마트에 있다보니 친구들 만날 일도 거의 없었고

돈 쓸일도 없고 해서 계산 해 드렸습니다.
 
아주머니께서 왜 제가 사주냐고 물어 보시길래
그냥 .. 아기가 너무 예쁘서 선물 해주는 거라고 둘러대고

계산해 드리고 보내 드렸습니다.
 
그리고 이 사건이 왠지 보안요원으로서 뭔가 잘못된 것이 아닐까

하는 죄책감도 있었고 CCTV 자료는 보존되기 때문에

언젠가 들킬것만 같은 두려움 때문에 석달이 지난 후 회식자리에서

팀장님에게 솔직하게 말씀 드렸습니다.
 
혼이 날줄 알았는데..
팀장님께서 지갑에서 저에게 10만원짜리 수표 한장을 주셨습니다.
 
분유 2통값이랑 나머지 잔돈은 잘했다는 칭찬의 의미라며

보너스라고 저에게 주셨습니다.
 
지금 약 2년이나 지난 일인데 그 아기는 지금쯤 아장 아장 걸어 다니고 있겠죠?
 
그리고 지금 현재 남자 친구에게 이런 경험을 이야기 해 줬더니
저보고 하는 말이 앞으로 그런 고객 ..

보면 제가 계산해주고 자기에게 말하라고 하더라구요.
자기가 계산한 값을 주겠다고..
 
정말 어려운 사람을 도우려면 그저 길거리 적십자 같은 곳에 기부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목격하는 즉시 도와 주는 것이 최고의 방법 아니겠냐며..
자기는 그런 경험을 할 상황이 되질 않으니 그런 일이 있으면

자기에게 말을 하라고 하더군요.
 
삭막하고 이기적이고 물질만능주의인 세상이라고 느껴졌던 저에게

이런 저런 일을 겪고 보면서 ..
세상은 아직 따뜻한것 같았습니다.

 

 

 

profile
댓글
2010.08.15 10:35:58 (*.184.73.20)
바닷가

"천사"라는 말이 갑짜기 생각이 납니다.

 

"천사"는 결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바로 이분이.. "천사"라고 생각합니다.

 

 

댓글
2010.08.15 11:34:32 (*.206.255.214)
데보라
profile

바닷가님 /...고운 발걸음 감사합니다

제가 첨으로 인사 드리는 것 같아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네~...맞아요..

저도 동감합니다

 

그럼 자주 뵈요~...

좋은 주말 보내시구요~

행복하세요!...*^.^*

댓글
2010.08.31 15:04:06 (*.91.60.193)
들꽃향기

아이를 낳아본 분은 누구나  이 이야기를 들으면 가슴이 찡할겁니다

데보라님!

아이키우기 힙들다고 버리는 사람과 비교하면 정말 짠하죠 !

하지만 그분은 그것이 습관적으로 안되고 직원의 배려에 다시는 구걸을 할망정 그러지 안았으면 하네요

세상에는 참 좋은분이 있는가운데 나쁜사람도 참많죠

살기 힘들지않은 사람 몇안되는데...

저는 봉사하고 후원하다 이런일이 있었어요

돈을 모아 아이들 키우라고 보태어주었는데 아이들한테 돌아가지않고

그돈으로 외간남자를 알아 그사람의 술값으로 나가는것을 ...

화가 치밀어 정말 안주고 싶은데 그러면 아이들이 불쌍하게 되고 ..

생각다 못해 아주머니에게 다시는 후원은 안하고 힘으로 물질로 한다 하고는

아이들 돌아가면서 공부 가르쳐주고 옷빨아 입히고 목욕시켜주고

 공부할때 쓰는 물품들은 직접 사주었지요

그러니까   그남자의 행포는 심해지고 우린 봉사를 하다 접고

이웃 경찰의 도움까지 청했던 사실이 있었지요

사연을 다 말하자면 참 구구 절절하지요

봉사 그것 자체만 해야 하지만 어떨땐 이렇게 때아니게

 남의 사생활까지 간섭하게 되는 것도 있더라고요

세상 살만한가 싶으면 어떨땐 참 씁쓸할때가 많아요

 

 

 

댓글
2010.09.05 01:33:11 (*.206.255.214)
데보라
profile

들꽃향기님/....그런일이 있으셨군요

세상에 그걸 악이용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있으니...침 안타깝습니다

그런 사람들 정말 어찌해야만 좋을지~.......

 

그래도 보이지 않게 봉사하며 선행을 하는 사람도 있으니

한편으론 아직은 따뜻한 세상이겠지요

 

우리 모두 그런 세상이 오는날까지 마음을 넓게 가집시다요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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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6 현명한 처방 2 file
데보라
3583   2010-08-29 2010-08-30 03:57
 
515 잘난 척’이 부른 망신? 5
데보라
4192   2010-08-29 2014-04-05 21:17
 
514 사람은 누워 봐야 안다 1
데보라
3917   2010-08-29 2010-08-29 20:57
 
513 ♣ 99:88:2:3:4 / 글 바위와구름 3
niyee
3652   2010-08-26 2010-10-18 19:26
 
512 ♣ 그리움, 그 비망록[備忘錄] -詩 김설하 1
niyee
4305   2010-08-26 2010-08-26 16:59
 
511 우유 한 잔의 치료비 2
바람과해
4540   2010-08-25 2010-08-26 06:43
 
"세상은 아직 따뜻한 것 같아요 .." 4
데보라
3704   2010-08-14 2010-09-05 01:33
"세상은 아직 따뜻한 것 같아요 .." 안녕 하세요? 23세 여성입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몇가지 기억 남는 일들이 있어서 이렇게 끄적여 보려고 해요. 19살때부터 까** 보안팀에 입사하여 매장 입구 도우미로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까**가 이랜드로 인수되...  
509 (실화)ㅡ어느 모녀간의 슬픈 이야기 2
데보라
3670   2010-08-14 2010-08-22 06:30
 
508 어머니의 빈자리 4 file
데보라
3600   2010-08-07 2010-08-22 06:23
 
507 존경하고 사랑하는 울 이쁜천사언니의생일을 추카추카해용^^ 10 file
고운초롱
6053   2010-07-31 2010-08-07 11:19
 
506 세상을 올바르게 살아가는 지혜 2
바람과해
3265   2010-07-29 2010-08-09 18:40
 
505 ♣ 채송화 / 새빛 장성우
niyee
3154   2010-07-23 2010-07-23 12:37
 
504 자전거와 소년 2
바람과해
3781   2010-07-16 2010-07-23 18:05
 
503 아름다운 용서~ 3 file
데보라
3335   2010-07-16 2010-07-16 11:23
 
502 영화같은 실화 " 인연 " 2
데보라
3733   2010-07-13 2010-08-15 11:28
 
501 행복을 나누는 시간표 2
데보라
3460   2010-07-13 2010-07-14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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