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들 -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좋은 이야기를 올리는 공간

글 수 900

 

생선 장수 친구의 행복 메시지

 

 

 

 "한번······드셔······보세요."

 나는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간신히 말했다. 그 한 마디 하는 데도큰 용기가 필요했다.

하지만 아무도 거들떠보는 사람이 없었다. 한참후에야 몇 사람이 다가왔지만,

집어먹기만 하고 사 가지는 않았다. 얄밉기만 했다

 

나는 친구 소개로 어묵 회사 판촉 요원 일을 하고 있었다.

백화점지하 식품 매장에서 어묵을 끓여 시식 판매하는 것이 내 일이었다.

실, 그 일을 처음 시작한 나는, 정작 어묵 파는 일보다 다른 걱정이 앞섰다.

 

 '이러다 혹시 아는 사람이라도 만나면 어떡하지?'

 만약 그렇게 된다면 이만저만 망신스러운 게 아닐 수 없었다.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나는 애써 스스로를 위로하며 시식 코너를 지켰다. 이 백화점은 동

네에서 제법 멀리 떨어진 곳에 있었다. 그래서 아는 사람이 여기까지

물건을 사러 올 리가 없었던 것이다. 또 이제 며칠간만 바짝 일을 하

면 큰애가 그렇게 갖고 싶어하는 휴대용 시디 플레이어를 사줄 수 있

다는 기대감으로 애써 그런 불길한 생각을 털어냈다.

 

 하지만 그 일은 무척이나 힘이 들었다. 잠깐 주어지는 식사시간 빼고는

하루 종일 잠시도 앉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어묵을 끓이면서 손님들에게

구매를 권유하는 일이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았다. 사회 생활의 경험이라고는

전혀 없는 숙맥이 그런일을 맡았으니 어떻겠는가.

 저녁 무렵이 되어가니 겨우 목소리가 나왔다. 용기도 좀 생겼다.

묵을 권하면서 요령껏 제품을 설명할 수도 있게 되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저 먼발치에서 여고 동창 둘이서

나란히 걸어오고 있는 게 아닌가. 수다를 떨면서 쇼핑 카트를 밀던 그 애들은

내가 있는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앗! 큰일이다. 이걸 어쩌나······.'

 너무나 당황해 안절부절못해하던 나는 그만 화장실로 도망을 치고 말았다.

 

 화장실에 앉아 있는데, 자꾸 그 애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한눈에도부유해 보였다.

둘다 시집을 잘 갔는지 족히 몇 백만 원은 되어 보이는 밍크 코트와

명품으로 온몸을 도배하고 있었다.

 '저 애들을 여기서 만날 줄이야······.

 내 고교 시절 별명은 '수학 귀신'이었다. 수학을 잘해 교내는 물론

교외 수학경시대회까지 나가 입상을 하고 해서 친구들에세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내가 왜 이 지경이 되었을까.'

 그 친구들과 비교해 보고 있으니 내 처지가 한심하기만 했다.

자꾸만 눈물이 났다. 사는 게 대체 뭐란 말이냐!

 한참을 울다가 시식 코너로 돌아오보니 어묵 국물이 다 졸아 있었다.

 

때마침 찾아온 어묵 회사 직원에게 안 좋은 소리를 들어야 했다.

 돈 버는 것이  참 어려운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남편이 가져다 주는

월급을 "겨우 요거?" 하면서 우습게 여겼던 게 후회가 되었다.

남편이한심하다는 눈으로 쳐다볼 때마다 나는 이렇게 큰소리 치곤 했다.

 "그까짓 돈. 내가 맘만 먹으면 한 번에 몇 뭉치는 벌 수 있어!

푼 안 되는 월급 받아오면서 생색은 무슨."

 

 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데, 오로지 남편에게 미안하다는 생각

밖에 안 들었다. 그래서 고개를 푹 숙이고 골목길을 들어서는 찰나 트

럭에서 누군가가 소리친다.

 

 "갈치요, 갈치. 갈치가 싸요!"

 

 한 아주머니가 트럭 위에 쭈그리고 앉아서 손님을 부르고 있었다.

 '저 여자 처지도 나처럼 안됐네. 그래, 갈치라도 한 마리 팔아주자.'

 이렇게 생각하고 다가가서 갈치를 살펴보았다.

 "어머머! 이게 누구야? 너 혹시 경숙이 아니니?"

 갑자기 갈치 아주머니가 내 이름을 불렀다.

 

 이미 해가 저문 뒤라 얼핏 봤을 때는 몰랐는데, 다시 들여다보니까

고등학교 동창생이었다. 그 애는 학교 때 학생회장을 지낼 만큼 성적

도 좋았고 미모도 받쳐줘서 주변 학교 남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나는 오랜만에 만난 그녀가 무척 반가웠지만, 한편으로는 갈치 장수가

된 모습에 너무나 놀라서 할 말을 잃었다.

 

 그녀는 내 마음을 알아채기라도 한 듯,

자신이 왜 갈치 장수로 나서게 되었는가를 이야기해 주었다. 

마치 남의 얘기를 하는 것처럼 천연덕스럽게 고생담을 늘어놓았다.

 

 "어떡하니? 먹고는 살아야겠고······.애들도 가르쳐야 하니까······.뭐

어떻게든 다 살게 되더라고. 하하하. 나 잘 어울리지? 하하하."

 "그럼, 얘! 사람 사는데 할 일 못할 일이 어디 있니? 도둑질만 빼고."

 

 나는 그렇게 맞장구를 쳐주었지만 속으로는 창피했다. 백화점에서

옛 친구를 만나고도 도둑질하다가 들키기라도 한 양 도망쳤던 나, 갈

치 장사를 하면서도 구김 없이 살아가는 저 친구······.

 학생회장에 미스코리아 뺨 치는 외모를 지녔던 저 애도 저렇게 자신

있게 생선 장사를 하는데, 그보다 잘난 것 하나 없는 나는 이게 뭐란

말인가. 겨우 판촉 행사 하루 하고서는 세상 다 산 것처럼 서글퍼 하

다니. 그렇게 그녀는 내게 스승이 되어주었다

.

 나는 요즘도 가끔 판촉 행사에 나가곤 한다. 그럴 때면 동네 아주머니들에게

너스레를 떨며 당당하게 말한다.

 "와서 물건 많이 팔아줘서 내 체면 좀 세워줘요. 응?"

 그 친구가 너무나 고맙다. 내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을 가르쳐주었다.

자신 있게 살아가는 방법 말이다.

 

 

 *행복이라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로또 복권에 당첨되는 것 같은 요행

은 아닌 것 같다. 하나씩 하나씩 노력해서 무언가를 쌓아가는 동안 느

낄 수 있는 감정, 그것이 바로 진정한 행복이 아닐까?

 

 

profile
댓글
2010.12.13 01:27:13 (*.250.64.179)
누월재

부처님은 모든것이 우리 마음에 달려있다고 말씀하셨지요. 한순간 화가 나다가도 또 한순간 행복해지기도하죠. 똑같은 사람인데. 일체유심조!!!!

댓글
2010.12.18 20:58:11 (*.47.132.243)
쇼냐

모든게 하루아침에 되는건 아니겠죠 .

시작이 반이다 라는 말이 왜 나왔겠어요.

장사할때 뭘 사라는 그말이 입에 엿붙여놘거처럼

입이 안떨어지잖아요 ㅎㅎ

그러나 그 말한마디를 해보세요 ....그 다음말은 저절로

술술 나오는거죠 . 어렵게만 생각하면 한없이 어렵고

남들도 다~하는데 하고 시작하면 세상에 어려울게

하나도 없답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사진 및 파일 첨부

여기에 파일을 끌어 놓거나 왼쪽의 버튼을 클릭하세요.

파일 용량 제한 : 0MB (허용 확장자 : *.*)

0개 첨부 됨 ( / )
번호
제목
글쓴이
600 아버지의 마음 지금도 몰라 6
바람과해
2011-10-17 3624
599 ♡ 아침이 만든 사랑차 한잔...♡ 4 file
데보라
2011-10-01 6635
598 사랑이 있는 가을 풍경 -詩 김설하 1
niyee
2011-09-30 3673
597 울 감독오빠 글구 여러분께 보고드립니당! 충성!~^^* 20 file
고운초롱
2011-09-27 3974
596 내 인생의 아름다운 가을을 위해~ 5 file
데보라
2011-09-24 3240
595 제일 좋은 나이는 언제? 7 file
데보라
2011-09-24 3243
594 아름다운 동행을 위해 12
고이민현
2011-09-20 3546
593 울 고우신 님들 울 자랑스러운 오작교의홈 탄생을 축하해 주실래요? 30 file
고운초롱
2011-09-16 4890
592 어머니...... 7 file
데보라
2011-09-04 4483
591 지란지교를 꿈꾸며 / 유안진...여명님 7 file
데보라
2011-09-01 4338
590 사람 잡지 말아요 9 file
데보라
2011-08-26 5690
589 1초 동안 할수 있는 행복한 말 9 file
데보라
2011-08-26 5059
588 뭉개구름/ 박광호
niyee
2011-08-18 4996
587 99세까장 88하게 살려면~~ㅎ 6 file
고운초롱
2011-08-06 4709
586 노인 문제 8
고이민현
2011-07-25 4917
585 여름비 -詩 김설하 2
niyee
2011-07-13 5055
584 자월도에서의 하루 5 file
스카이
2011-07-04 5224
583 자연도 행복의 조건/ 박광호 1
niyee
2011-06-28 6560
582 강화도 가는길... 8 file
스카이
2011-06-21 5379
581 기쁨 꽃 / 이해인 1
niyee
2011-05-22 8347
580 물방울 사랑 / 외외 이재욱 1
niyee
2011-05-05 7809
579 꽃보다 아름다운 사랑 / 하늘빛 최수월 2
niyee
2011-04-26 8147
578 세계 최대갑부 록 펠러 이야기 2
바람과해
2011-04-04 8100
577 눈물의 축의금 만 삼천원 3
바람과해
2011-04-03 8168
576 만원의 행복 2
바람과해
2011-03-26 7369
575 아, 지금은 봄 -詩 김설하 2
niyee
2011-03-08 8248
574 OZ 204 천사들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3
바람과해
2011-03-05 8069
573 새 봄엔 울 모두가 행복하셨으면 좋겠어욤^^ 4 file
고운초롱
2011-03-02 5122
572 거지가 돌려준 것 1
바람과해
2011-03-02 5796
571 1달러 11센트로 살 수 있는 것 4
바람과해
2011-02-22 5355
570 봄이 오는소리 / 오종순 3
niyee
2011-02-18 5599
569 오늘 드디어 꽃샘 바람불다. 1
누월재
2011-02-16 7682
568 잔잔하고 은은한 사랑 2
바람과해
2011-02-14 5529
567 쌓인 피로를 푸시고요~ㅎㅎ 5 file
고운초롱
2011-02-08 4524
566 지금쯤 아마도? 2 file
고운초롱
2011-02-01 4807
565 부 부 (夫婦)-그대의빈자리-이수진 1
바람과해
2011-02-01 8779
564 아름다운 꿈은 생명의 약 1
바람과해
2011-01-31 5742
563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선물 1 file
데보라
2011-01-29 4911
562 어머니와 아내의 생각 차이
데보라
2011-01-29 4747
561 꽃보다 더 예쁜 꽃은~ 3 file
데보라
2011-01-24 5324
560 ♣ 설매(雪梅) / 외외 이재옥 1
niyee
2011-01-21 3899
559 조그만 관심 1
바람과해
2011-01-09 4305
558 울 자랑스러운 {오작교의 홈}의 "쉼터"를 맹그러 주신 울 감독오빠의 생신을 축하해 주세효^^ 23 file
고운초롱
2011-01-09 5653
557 ♣ 새희망 새출발 / 하늘빛 최수월 1
niyee
2011-01-05 3481
556 어느노인의 유언장 -----감동글 3
청풍명월
2011-01-05 4646
555 ♬♪^. 자유 + 평화 = 희망 3
코^ 주부
2010-12-31 3284
554 울 감독오빠랑 어여쁜 초롱이랑 인사드립니당^^ 28 file
고운초롱
2010-12-30 4028
553 3등칸에 탄 슈바이쳐 박사 2
바람과해
2010-12-22 2978
552 ♣ 사랑은 영혼의 향기 / 바위와구름
niyee
2010-12-21 3655
551 사랑의 약 판매합니다 3
바람과해
2010-12-17 3186
550 *^.^*..좋은 이야기 1
데보라
2010-12-14 4263
549 어머니는 영원히 아름답다 4
데보라
2010-12-12 3199
생선 장수 친구의 행복 메시지 2
데보라
2010-12-05 3248
547 아버지~..... 2 file
데보라
2010-12-05 2906
546 ♣ 나무의 노래 / 고선예[高瑄藝]
niyee
2010-11-30 2241
545 뜨거운 박수를 보내고 싶은 훈훈한 판결 5
데보라
2010-11-28 3335
544 미안해..사랑해..그리고 용서해 4
데보라
2010-11-28 2831
543 고운초롱님 새식구 오시던 날 - 설레임 그리고 첫 걸음 12 file
오작교
2010-11-20 3013
542 고운초롱님 새식구 오시던 날 - 기쁨, 그리고 보내는 아쉬움 6 file
오작교
2010-11-20 2443
541 고운초롱님 새식구 오시던 날 - 열심히 사랑하거라 4 file
오작교
2010-11-20 2345
540 고운초롱님 새식구 오시던 날 - 그리고 우리들 11 file
오작교
2010-11-20 2285
539 다시 가 보는 단풍 여행 16
보리피리
2010-11-20 2828
538 말이란? 3
누월재
2010-11-18 2155
537 얼굴없는 천사 4
누월재
2010-11-17 2108
536 꽃인가, 단풍인가? 25 file
보리피리
2010-11-16 3104
535 ♣ 낙엽 유정有情 / 장성우 3
niyee
2010-11-15 2140
534 항아리 수제비 4
바람과해
2010-11-13 2940
533 [좋은생각]구두 한 켤레 2 file
시내
2010-11-10 2763
532 라면에 얽힌 사연 3
바람과해
2010-11-04 2750
531 한번 인연을 맺으면 영원히 하라 1
바람과해
2010-11-04 2679
530 오늘은 어여쁜 초롱이의 생일이랍니당~ㅎ 25 file
고운초롱
2010-10-30 4534
529 사랑의 빚을 갚는 법 1
바람과해
2010-10-30 3825
528 두 명의 엄마, 모두 사랑합니다
데보라
2010-10-28 4429
527 ♣ 단풍과 여인 / 외외 이재욱 3
niyee
2010-10-24 4187
526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 5 file
데보라
2010-10-20 3666
525 하나의 양보가 여덟의 즐거움 2
데보라
2010-10-16 3401
524 행복, 그거 얼마예요 - /...최윤희 4 file
데보라
2010-10-12 3246
523 ♣ 내 인생의 정원을 만들어 / 바위와구름 1
niyee
2010-10-11 3119
522 코끝 찡한 이야기~... 1
데보라
2010-10-09 3938
521 멀리 있어도 가슴으로 가까운 사람 1
데보라
2010-09-23 4252
520 침묵(沈默)의 위대(偉大)함 1
바람과해
2010-09-18 5721
519 그저 당신이 있어 행복하다는 걸~ 5
데보라
2010-09-17 7350
518 고로케도 자랑스런 울 {오작교의 홈 }설립 7주년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14 file
고운초롱
2010-09-15 5325
517 감사하는 사람에게는~...... 5
데보라
2010-09-06 4624
516 현명한 처방 2 file
데보라
2010-08-29 3583
515 잘난 척’이 부른 망신? 5
데보라
2010-08-29 4193
514 사람은 누워 봐야 안다 1
데보라
2010-08-29 3918
513 ♣ 99:88:2:3:4 / 글 바위와구름 3
niyee
2010-08-26 3653
512 ♣ 그리움, 그 비망록[備忘錄] -詩 김설하 1
niyee
2010-08-26 4306
511 우유 한 잔의 치료비 2
바람과해
2010-08-25 4542
510 "세상은 아직 따뜻한 것 같아요 .." 4
데보라
2010-08-14 3705
509 (실화)ㅡ어느 모녀간의 슬픈 이야기 2
데보라
2010-08-14 3671
508 어머니의 빈자리 4 file
데보라
2010-08-07 3602
507 존경하고 사랑하는 울 이쁜천사언니의생일을 추카추카해용^^ 10 file
고운초롱
2010-07-31 6054
506 세상을 올바르게 살아가는 지혜 2
바람과해
2010-07-29 3267
505 ♣ 채송화 / 새빛 장성우
niyee
2010-07-23 3154
504 자전거와 소년 2
바람과해
2010-07-16 3782
503 아름다운 용서~ 3 file
데보라
2010-07-16 3336
502 영화같은 실화 " 인연 " 2
데보라
2010-07-13 3734
501 행복을 나누는 시간표 2
데보라
2010-07-13 3461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