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들 -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좋은 이야기를 올리는 공간

글 수 900
2009.08.10 06:55:42 (*.145.213.130)
933
7 / 0

lee_je_ha_250_329



시인들 

언제 어디서고 기념사진 속에서라면
시인은 단연 군계일학이다. 사진
속의 인물이 설사
한 무더기 삼성장군들이거나
온통 노동자투성이로
떡을 치고 있더라도

엿장수 마음대로? 절대로
시인은 시인이기를 그만 둘…수가
없다. 뒈진 듯하면서도 살아있고
같은 듯하면서도 어딘가 다르고, 없는
듯하면서도 언젠가는, 기필코
드러나고야 만다. 어느 시궁창
속에서도, 어떤 누더기 한복판에서도

그것은 실은
아무것도 아닌 돌의 이름이고
다시 밟혀 죽는 그 꿈이고, 꿈이 깔기는
똥이고, 똥 속에 숨은
그 뭣의
똥…이다
그 뭣의 똥! 그 뭣의 똥!

비록 그것이 민족이거나
당대 민중의 주린 허리를 죄는
번쩍이는 버클은 아닐지라도

나는 쓴다, 만신창이의
자존심을 내걸고
나는 쓴다, 그보다 더 거덜난
내장과 쓸개를 담보로

나는 쓴다, 뒤집혀 맴도는 풍뎅이의 이름으로!
나는 쓴다, 시든 페니스와 쪼그라든 홍합을 위하여!
나는 쓴다, 탈장항문과 고름과
나는 쓴다, 개흙과 검댕과 공팡이와 재와
그리하여
채마밭에 뿌려지는
한 무더기 퇴비의 이름으로!




은박지의 아이들  

1
아이들은 잔인하다
마음에 한 점 티끌도 없이
잠든 수탉의 목을 비틀고
수런대는 피수풀의
그 줄기를 타고, 구름 위에
방뇨하는 즐거움을 뿌린다

하지만 이것은 한결같은
늙은이들의 소원
살아남아 오히려 목이 마른 이여
누가 저 아이들을 달래랴
무명의 추억 속에 오직 
희희낙락 떠도는

누가 저 아이들을 물러오랴
산 방게와
가재와
물고기 외에는


2
아이들이 넘어진다, 두 팔을
귀처럼 꺾어 세우고, 무작정
달려와서, 무작정
넘어진다, 넘어진다

제 발로 일어나는 자존심도 모르고
넘어진 아이를 일으켜 세우는
바보 먹통

사물의 중심이
직립하는 뼈 속에 있지 않고
설설 기는 곡선의
그 발뒤꿈치에 있음을 알면서도
불현 듯 불을 켜고
한밤중에 몸을 일으키는
먹통들의 
전쟁
그 아비규환의, 
기억의, 
폭소의, 
바닥에, 
쐐기처럼 박힌
아이들의 고리

저절로 올라가는
사닥다리
마른 호도와
 풋풋한
자지의
콘트라스

움친 청개구리와, 
훔친 복숭아의
그 이중의 도약



3
먹의 큰 산봉우리 뒤에서
돌연
먹의 큰 손이 튀어나와도

아이들은 놀라지 않는다
그 내용이 미소로 채워져 있기 때문에
아이들은 성내지 않는다
그 눈이 먼지로 가득하지 않고
이태백의 달처럼 비어 있기 때문에

한 어시장의 왁자지껄함이 끝나고
비둘기와 아낙들이 돌아갈 즈음
어디선가 옆걸음을 쳐온 일군의
작은 발들이 둥글게
무리를 짜고
그대와 나의
끊어진 고리를 잇는다
   

4
한 아이가 물구나무를 선 채
밤의 중심에
낚시를 드리운다
다른 아이는 모로 누워서
아침처럼
웃고 있으나
누구를 기다리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은 도대체
무엇을 기다릴 필요가 없다
(풀은 늙은 소나 먹는 것이다)
한 어둠이 가고
다시 다른 어둠이 겹쳐도
자리를 옮길 따름이다
땅과 하늘,
두 평생선상의
영원한 이동

세 번째 아이가 어디선가 나타나
발가벗은 몸으로
바다를 없앤다
   


5
달리는 아이들의 다리는
갈기와도 같다

털은 풀을 부르고
풀은 다시
물을 부른다
물의 아버지, 불의 사타구니
지상에 박힌
이 거대한 말뚝을, 
누가 뽑으랴

홀로 귀먹고 눈먼
세 번째의,
 하늘을 향해
영원히 
달리는
저
아이들
   

6
어둠은 절대
끝나지 않으리라
어둠이 있는 한
아이들은 계속
태어나리라

은지 위에 긁히는
중섭의 손
야윈 손

황소가 울고
사라진 우리들 마음이
소주로 풀려도

웃는 아이들은 무한공동
그 바닥에서
일제히 거꾸로
다시 기립한다

 

 

 

***은박지의 아이들은 
이중섭의 작품 중 가장 많이 등장하는 아이들이 소재인
그림을 일컷는데 .
- 이것은 이중섭작가의 두 아들을 대상으로 하여 
이루어진 것으로 여겨진다고도함. -
천진무구한 대명사로서의 대상인 아이들은 
그의 그림 속에서 주로 다른 소재와 함께 많이 어우러져 나타난다.
그 내용들을 시인은 시로 표출함



Law of the Lord/Bandari
profile
사진 및 파일 첨부

여기에 파일을 끌어 놓거나 왼쪽의 버튼을 클릭하세요.

파일 용량 제한 : 0MB (허용 확장자 : *.*)

0개 첨부 됨 ( / )
조회 수 902
기적같은 현실 (1)
허정
2009.08.20
조회 수 1023
조회 수 1091
가을 바람 외 / 임 화 (2)
琛 淵
2009.08.18
조회 수 1103
아지매는 할매되고... (2)
달마
2009.08.17
조회 수 1573
♬♪^ . 어머 어머 어머머 (7)
코^ 주부
2009.08.17
조회 수 1421
님의 손길 외 / 한용운
琛 淵
2009.08.17
조회 수 1204
조회 수 1657
조회 수 1331
조회 수 1066
내 탓으로 돌리면..
좋은느낌
2009.08.12
조회 수 918
꽃 외 / 김춘수
琛 淵
2009.08.11
조회 수 1084
그거 아세요. / 詩 : 이명분
♣해바라기
2009.08.10
조회 수 987
시인들 외1 / 이제하
琛 淵
2009.08.10
조회 수 933
추천 수 7
조회 수 945
노을 외 / 이제하
琛 淵
2009.08.09
조회 수 1142
침묵하는 연습 (5)
尹敏淑
2009.08.08
조회 수 955
♬♪^ 오지라바 & 오지레비 (5)
코^ 주부
2009.08.04
조회 수 1130
조회 수 1198
참 좋은 사람 / 詩 : 오광수 (1)
♣해바라기
2009.07.30
조회 수 973
사랑과 집착 (5)
장길산
2009.07.27
조회 수 1203
조회 수 1198
조회 수 957
호반의 그리움 / 詩 : 박광호 (3)
♣해바라기
2009.07.23
조회 수 935
사랑 (9)
尹敏淑
2009.07.21
조회 수 1066
사랑하고.. 있거든요 (4)
장길산
2009.07.20
조회 수 986
서로가 길이 되어 가는 것 (9)
별빛사이
2009.07.18
조회 수 1100
그대와 나 / 詩 : 김선숙 (3)
♣해바라기
2009.07.18
조회 수 945
하늘이 파란 날이 그리우시죠?? (15)
尹敏淑
2009.07.17
조회 수 1055
싸우지 말고 삽시다 (2)
장길산
2009.07.15
조회 수 1015
조회 수 1192
조회 수 1343
들꽃언덕에서 알았다 (15)
尹敏淑
2009.07.13
조회 수 1052
나는 늘 꼴찌의 삶 입니다 (4)
장길산
2009.07.13
조회 수 970
조회 수 938
사랑은 아름다워 / 詩 : 장진순 (1)
♣해바라기
2009.07.06
조회 수 1003
♬♪^ . 바닷가에서 (6)
코^ 주부
2009.07.02
조회 수 1251
문학이 있는 인생은 / 詩 : 김춘경 (3)
♣해바라기
2009.07.01
조회 수 927
♬+♥ = "아름다운 수작" (2)
코^ 주부
2009.06.30
조회 수 1173
조회 수 957
석잔 술의 깊은 뜻 (2)
장길산
2009.06.29
조회 수 1019
혼자라는 외로움에.. (6)
장길산
2009.06.23
조회 수 1025
♬♪^. 운명 (運命) (5)
코^ 주부
2009.06.20
조회 수 1222
본 적이 없어도 행복을 주는 사람 (1)
새매기뜰
2009.06.20
조회 수 953
조회 수 978
초롱이 아주 쬐금은 이뽀욤? (28)
고운초롱
2009.06.18
조회 수 1303
조회 수 970
슬픈 침묵 / 詩 : 카암 (3)
♣해바라기
2009.06.09
조회 수 1280
중년의 진정한 사랑 (8)
장길산
2009.06.06
조회 수 1277
조회 수 1150
조회 수 893
보리수 나무 열매의 효능 (4)
별빛사이
2009.05.30
조회 수 1506
불타는 열정 (7)
尹敏淑
2009.05.29
조회 수 1103
황홀한 약속 / 詩 : 박현진
♣해바라기
2009.05.28
조회 수 982
조회 수 1269
조회 수 1014
조회 수 908
비 오는 날 (18)
尹敏淑
2009.05.16
조회 수 1245
스승의 기도,,도종환, (7)
은하수
2009.05.15
조회 수 1178
느린 행복 / 詩 : 김춘경 (1)
♣해바라기
2009.05.14
조회 수 1017
조회 수 1188
조회 수 1342
사랑한다면 / 詩 : 장호걸 (1)
♣해바라기
2009.05.07
조회 수 1029
어머님께 드리는 노래.. (9)
은하수
2009.05.07
조회 수 1195
마음을 한번 안아보세요....<펌> (4)
별빛사이
2009.05.05
조회 수 1141
꽃과 바람의 사랑 / 詩 : 대안 박장락 (1)
♣해바라기
2009.05.05
조회 수 1299
5월을 드립니다 / 오광수...(펌) (4)
별빛사이
2009.05.04
조회 수 1071
조회 수 1167
조회 수 1643
웃음으로 시작하라 (11)
尹敏淑
2009.05.01
조회 수 1108
베트남 하롱베이 유람기! (6)
슬기난
2009.04.30
조회 수 1806
♬♪^ 나팔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5)
코^ 주부
2009.04.26
조회 수 1404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하라 (13)
尹敏淑
2009.04.25
조회 수 1254
♬♪^ 옛날 아이들 처럼 (8)
코^ 주부
2009.04.20
조회 수 1307
조회 수 1224
잔잔히 퍼져가는 파문처럼... (6)
은하수
2009.04.18
조회 수 1123
아름다운 만남 (5)
별빛사이
2009.04.16
조회 수 1147
봄맞이 / 詩 : 오광수 (1)
♣해바라기
2009.04.13
조회 수 1023
제비꽃에 대하여........ (15)
尹敏淑
2009.04.11
조회 수 1146
♬♪^ "에고 에고 빡^빡^머리" (2)
코^ 주부
2009.04.09
조회 수 1210
남 때문인줄 알았습니다. (6)
별빛사이
2009.04.04
조회 수 1411
달과 나무 / 詩: 청하 권대욱 (2)
♣해바라기
2009.04.01
조회 수 1062
조회 수 1351
* 향기와 매력이 느껴지는 사람 * (4)
별빛사이
2009.04.01
조회 수 1273
조회 수 976
조회 수 1035
봄 편지 / 詩: 김춘경 (2)
♣해바라기
2009.03.26
조회 수 1388
살다보니....<펌> (9)
별빛사이
2009.03.24
조회 수 1186
행복. 그거 얼마예요 (13)
尹敏淑
2009.03.23
조회 수 1271
♡...힘이 되는 하루...♡ (4)
화백
2009.03.20
조회 수 1227
진달래 유혹/ 詩: 박장락 (3)
♣해바라기
2009.03.18
조회 수 1451
늘 배우는 마음으로 살았으면... (4)
좋은느낌
2009.03.18
조회 수 1125
그리움과 사랑 (3)
장길산
2009.03.17
조회 수 1228
(7)
尹敏淑
2009.03.16
조회 수 12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