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들 -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좋은 이야기를 올리는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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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혼자라는 말밖에 . 조병화

나보다 더 외로운 사람에게
외롭다는 편지를 보내는 것은
사치스러운 심사라고 생각하시겠지요.

나 보다 더 쓸쓸한 사람에게
쓸쓸하다는 시를 보내는 것은
가당치 않는 일이라고 생각하시겠지요.

그리고 나보다 더
그리운 처지에 있는 사람에게
그립다는 사연을 엮어서 보낸다는 것은
인생을 아직 모르는
철없는 짓 이라고 생각하겠지요.

아 나는 이렇게 아직 당신에게는
나의 말을 전할 아무런 말이 없습니다
그저 인생은 혼자라는 말밖에...



조병화 시인의 약력

趙炳華 시인, 호는 편운(片雲)
1921년 5월 2일 경기도 안성군 양성면 난실리에서 부친 조두원(蘭 趙斗元)과 모친 진 종(陳 鍾) 사이 5남 2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미동공립보통학교(渼洞公立普通學校)를 거쳐 1943년 3월 경성사범학교(京城師範學校 보통과 및 연습과)를 졸업하고 같은 해 4월 일본 동경고등사범학교( 東京高等師範學校) 이과에 입학하여 물리, 화학을 수학하다가 일본 패전으로 학업을 중단하고 귀국했다.

1945년 9월부터 경성사범학교 물리 교수로 교단생활을 시작하여 인천중학교(仁川中學校, 6년제) 교사, 서울중학교(6년제) 교사로 재직하면서 1949년 제1시집 을 출간하여 시인의 길로 들어섰다.
아울러 중앙대학교, 연세대학교 등에서 시론을 강의하다가 1959년 서울고등학교를 사직하고 경희대학교 교수(시학 교수, 문리대학장, 교육대학원원장 등 역임), 1981년부터 인하대학교 교수(문과대학장, 대학원원장, 부총장 등 역임)로 재직하다 1986년 8월 31일 정년퇴임했다.
이와 같은 교육과 문학의 업적을 인정받아 중화학술원(中華學術院)에서 명예철학박사, 중앙대학교에서 명예철학박사, 카나다 빅토리아대학교에서 명예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의 시는 쉽고 아름다운 언어로 인간의 숙명적인 허무와 고독이라는 철학적 명제의 성찰을 통하여 꿈과 사랑의 삶을 형상화한 점에서 특징을 찾을 수 있다.
김소월이 전원서정을 바탕으로 민족의 정한을 노래한 데 비하여 그는, 외로운 도시인의 실존적 모습, 허무와 고독으로서의 인간존재가 꿈과 사랑으로 자아의 완성에 이르는 생의 아름다움을 이해하기 쉬운 낭만의 언어로 그려냈다.
창작시집 52권이 증명하듯 그의 시작활동은 남달리 성실했고, 또한 폭넓은 독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의 시집은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일본, 중국, 독일, 프랑스, 영국, 스페인, 스웨덴, 이탈리아, 네덜랜드)에서 25권이 번역 출판되기도 했다. 문단에서도 한국시인협회 회장, 한국문인협회 이사장, 대한민국예술원 회장을 역임하면서 그동안에 세계시인대회 국제이사, 제4차 세계시인대회(서울, 1979) 대회장을 겸임했다.
아울러 그는 이 세계시인대회에 한국대표 또는 단장으로 수차에 걸쳐 참석해 왔으며, 이 대회에서 추대된 계관시인(桂冠詩人)이다. 또한 국제 P.E.N. 이사로 1970년 국제 P.E.N.서울대회에서는 재정위원장을 역임했다.


그는 시뿐만 아니라 그림도 겸하여 초대전을 여러 차례 가졌다.(유화전 8회, 시화전 5회, 시화-유화전 5회 등) 그의 그림은 그의 시 세계와 흡사하여 아늑한 그리움과 꿈이 형상화된, 상상의 세계로 이끈다.
그는 아세아문학상(1957), 한국시인협회상(1974), 서울시문화상(1981), 대한민국예술원상(1985), 31문화상(1990), 대한민국문학대상(1992), 대한민국금관문화훈장(1996), 516민족상(1997) 그리고 세계시인대회에서 여러 상과 감사패를 받았다.
그는 이러한 상금과 원고료를 모아 후배 문인들의 창작활동을 돕기 위해 1991년 편운문학상(片雲文學賞)을 제정했고, 2002년까지 36명의 시인, 평론가들에게 이 상을 수여했다.

지금까지 창작시집 52권, 선시집 28권, 시론집 5권, 화집 5권, 수필집 37권, 번역서 2권, 시 이론서 3권 등을 비롯하여 총 160여 권의 저서를 출간했다.
2003년 3월 8일 작고하기 까지 경희대학교 이사, 한국문인협회 명예이사장, 인하대학교 명예교수를 역임했다.
그리고 세계시인대회 계관시인이다.



세월은 . 조병화

떠나 가면서
기쁨 보다는 슬픔을 더 많이 남기고 갑니다
봄 여름이 지나가면서 가을을 남기고 가듯이
가을이 지나가면서 겨울을 남기고 가듯이
만남이 지나가면서 이별을 남기고 가듯이
사랑이 지나가면서 그리움을 남기고 가듯이
아, 세월 지나가면서 내 가슴에
지워지지 않는 빈 자리를 남기고 갑니다.




고독하다는 것은.조병화

아직도 나에게 소망이 남아 있다는 거다
소망이 남아있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삶이 남아 있다는 거다
삶이 남아 있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거다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 아직도
너를 가지고 있다는 거다.

이렇게 저렇게 생각을 해보아도
어린 시절의 마당보다 좁은 이 세상
인간의 자리 부질 없는 자리
가리울 곳 없는 회오리 들판


아 고독하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소망이 남아 있다는 거다
소망이 남아 있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삶이 남아 있다는 거다
삶이 남아 있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거다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
아직도 너를 가지고 있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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