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들 -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좋은 이야기를 올리는 공간

글 수 900
2009.08.20 10:03:10 (*.121.140.97)
937
15 / 0

오전 10시 50분에 예약이 되어있는 아주대 병원으로 진료를 받으러 갔다.

주치의를 면담하고 약 처방전을 받아들고 수납하러 가면서 문득 억울한 맘이 들었다.

10분도 채 안되는 짧은 몇 마디 주고 받고 특진비는 꼭 받는다. ㅠㅠ

무지 아깝다...



약 처방전을 들고 10년이 넘게 단골로 다닌 병원 앞 약국으로 갔다.

푸짐한 약 보따리를 받아들고 택시를 탔다.

"빈센트 병원으로 가주세요~"

"아이구~ 어디가 아프셔서 병원을 두 군데씩이나 다니세요?"

택시 기사님의 염려를 웃음으로 답하고 의자에 몸을 묻었다.

피곤하다, 아주 많이...



택시에서 내려 엘리베이터를 타고 F층을 누르고 생각했다.

울 엄니가 만약 4층을 가시면 과연 어딜 누르실런지...



들어선 병실엔 친구의 아우들이 앉아 있었고 침대는 비어있었다.

"어서오세요..."

"응, 근데 형은?"

"검사 받으러 갔습니다."

"그래..."



한 20여 분이 지났을까.

문이 열리는 소리에 돌아본 입구엔 믿을 수 없는 일이 내 눈을 화등잔만하게

확대시켜 숨조차 쉴 수 없게 만들고 있었다.

"헉~ 너 종근이 맞어?"

"어쭈~ 이제 다 나았네?"



며칠전 봤을때만 해도 힘없이 일그러진 모습으로 누워있던 내 친구 종근이가

링겔이 매달린 밀대를 밀며 보무도 당당하게 씩씩한 걸음으로

흐트러짐 없이 걸어 들어오고 있는 게 아닌가.



기쁘고 좋아서 나도 모르게 큰 소리로 떠들었고 이제 술 한 잔 하는 일만

남았다며 친구 손을 잡고 흔들었다.



뭔가를 말하기 위해 힘들어 하는 친구가 안쓰럽긴 했지만 여유를 갖고

언어 치료를 하면 말문은 곧 트이리라 믿고 절대 서두르지 말라는 당부를 했다.



매교동 이춘택 병원에 누워있는 사회친구를 만나기 위해 나오려는데

동그란 눈에 힘을 주고 내 손을 잡는다.

옆에 있는 아우에게 더듬거리며 뭐라고 하는 폼새를 보고

"나, 밥 멕여서 보내라는 말이 하고 싶은거여?"

그러자 크게 머리를 끄덕이며 옆에 있는 제 아우를 돌아본다.



"종근아, 나 밥은 가서 친구랑 먹을게..."

"그 친구는 너처럼 아우도 없어..."

"밥은 너 퇴원함 그 때 실컷 먹고 오늘은 그냥 갈게."

"몸조리  잘 하고 운동 열심히 하고 우리 술 한 잔 하자."



그 때서야 잡았던 손을 놓으며 웃는다.

또 온다는 약속을 남기고 오면서도 다행이라는 맘이 들었다.

다시는 일어나기 힘들 것 같던 모습이었는데 하늘이 도우사,

친구들과 동문님들의 간절한 기도와 염려로 다시 일어 선 내 친구 종근이...



이제 열심히 재활치료를 받아 건강한 모습으로 여러분 앞에

엎드려 절하는 그날을 기다려 봅니다.



다시 한번 일어나 준 친구에게 감사하고

아울러 응원해 주신 동문님들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댓글
2009.08.20 17:25:17 (*.145.213.130)
琛 淵
profile
함께 그 기쁨을 나누어 봅니다.
병명이 대충 짐작은 갑니다만 희망이 보인다는 것은
환자 본인이나 주변의 친구와 가족들도 크게 기뻐하리라 여겨 보면서.
친구분의 쾌차를 빌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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