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들 -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좋은 이야기를 올리는 공간

글 수 900
2009.09.17 05:52:40 (*.145.213.130)
1527
5 / 0

        poem_book(300_199)

         

        
        
        
        남궁벽
        
        풀, 여름 풀
        요요끼(代代木)들의
        이슬에 젖은 너를
        지금 내가 맨발로 삽붓삽붓 밟는다
        여인의 입술에 입맞추는 마음으로
        참으로 너는 땅의 입술이 아니냐
        
        그러나 네가 이것을 야속다 하면
        그러면 이렇게 하자 
        내가 죽으면 흙이 되마
        그래서 네 뿌리 밑에 가서
        너를 북돋아 주마꾸나
        
        그래도 야속다 하면
        그러면 이렇게 하자 
        네나 내나 우리는 
        불사(不死)의 둘레를 돌아 다니는 중생이다.
        그 영원의 역정(歷程)에서 닥드려 만날 때에
        마치 너는 내가 되고
        나는 네가 될 때에
        지금 내가 너를 삽붓 밟고 있는 것처럼
        너도 나를 삽붓 밟아 주려무나.
        
         
        
         
        
                          
        별의 아픔 . 남궁벽
        
        임이시여 
        나의 임이시여 
        당신은 어린 아이가 뒹굴을 때에
        감응적으로 깜짝 놀라신 일이 없으십니까
        
        임이시여
        나의 임이시여
        당신은 세상 사람들이 지상의 꽃을 
        비틀어 꺾을 때에
        천상의 별이 아파한다고는 생각지 않으십니까
        
         
        
        
        
        생명(生命)의 비의(秘義) . 남궁벽
        
        부슬거리는 봄비 속에
        우산(雨傘)을 받고서
        인왕산(仁王山)에 올랐다
        우산(雨傘)받은 채 웅크리고 앉아
        
        비어져 나오는 풀싹을 들여다보며
        호올로 조용히
        생명(生命)의 비의(秘義)를 느끼다
        
        풀은 산 물종(物種)
        산 풀을 만들어내는 대지(大地)
        대지(大地)도 역시 산 것이 아닌가
        
        검은 흙에서 파란 풀이 난다
        만물(萬物)을 생장(生長)케 하는 대지(大地)의 힘
        그 위대(偉大)한 힘은 어디로부터 오나
        
        물, 구름, 비는 삼위(三位)요 일체(一體)다
        물이 구름되고 구름이 비 된다
        그러나 그 실체(實體)는 `하나'이다
        빗방울이 땅에 내려와서
        풀잎과 흙덩이를 톡톡 때린다
        이렇게 순환(循環)하고 이렇게 때리는 것도
        산 대능자(大能者)의 조화(造化)로 되는 것이 아닌가
        
        `생'을 내어놓고
        우주(宇宙)를 생각지 말 것이다
        우주(宇宙)는 산 것이다
        우주(宇宙)의 근원(根源)은 `생(生)'이다
        
        
        
        
        남궁벽 (南宮璧 1894∼1922) 평북 출생 호는 초몽(草夢). 본관은 함열(咸悅). 조선일보 사장이었던 남궁훈(南宮薰)의 외아들로 1912년 서울 한성고보(漢城高普)를 졸업했다. 이어서 일본으로 건너가 도쿄음악협회 간사(幹事)를 지내다가 귀국하여 오산중학(五山中學) 교사를 지냈다. 14세 때, 당시 지도층의 각성을 촉구한 애국설(愛國說, 1907)을 대한자강회월보(大韓自强會月報)에 발표했고 일본에 있을 때 《폐허(廢墟, 1920)》 동인으로 참가하여 창간호에 <흙이여 기름져라/풀이여 싹나거라/폐허여>로 시작하는 《자연(自然)》을 발표했으며 직접 편집한 2호에는 《풀(1921)》 《생명의 비의(秘義, 1921)》 《대지의 생명(1921)》 《대지의 찬(讚, 1921)》 등의 시와 《페허잡기(廢墟雜記, 1921)》 《편집여록(編輯餘錄, 192l)》, 오상순(吳相淳)의 인상기 《내외양면의 인상(1921)》 등을 발표했다. 천재시인으로 촉망받았으나 28세로 요절했다.

           남택상 / 회상
profile
댓글
2009.09.17 07:19:37 (*.132.241.180)
산지기
琛 淵님! 곱고 아름다운 시 잘 감상했습니다.
고이 모셔갑니다. 허락해 주시는거죠?
댓글
2009.09.17 12:27:11 (*.145.213.130)
琛 淵
profile
우연인지는 몰라도 산지기님과 같은 성씨군요..고맙습니다...
댓글
2009.09.17 13:10:51 (*.197.251.1)
코^ 주부
풀, 여름 풀
이슬에 젖은 너 . 입맞춤 허고쟙은 너
너 혹? 땅의 입술이 아니니??

우 째?
나는 천날 만날 죠 ↑ 젖은 풀 밟고 살믄서리두
저런 표현 함` 못 해 보 고 살꼬..

우주(宇宙)의 근원(根源)을 `생(生)'이라
표현하신 천상의 詩人 남궁벽님께선

우연인지는 몰라도 같은 성씨 두분을 내리다 보시믄서
지상의 꽃을 비틀어
꺾나 안꺽나 & 이슬 젖은 풀잎
삽붓 밟아 주나 안발브 주나 살펴보시것쬬^^!!

♬♪^ .. ♧

물, 구름, 비, 흙, 풀. 별과
함께 생활하고계실 . 나의 사랑 남궁벽님께
-필 승.!!
댓글
2009.09.18 12:50:02 (*.145.213.130)
琛 淵
profile
인생사 구비구비 돌고돌다 보니 늙그막에 감성과 감수성이
뭉텅하게 무디어지고 잇빨조차 듬성듬성 빠진 탓이 아닐런지요..
자연을 노래하고 생각하고 또 해보아도 왜이리 모든게 헛되고
허망해지는 것인지 ~~싶어집니다요..
사진 및 파일 첨부

여기에 파일을 끌어 놓거나 왼쪽의 버튼을 클릭하세요.

파일 용량 제한 : 0MB (허용 확장자 : *.*)

0개 첨부 됨 ( / )
우정을 택하신 아버지 (2)
데보라
2010.01.08
조회 수 1494
조회 수 1962
멋진사진과 명언 (8)
청풍명월
2010.01.08
조회 수 1819
피곤을 사드릴께요! (7)
데보라
2010.01.07
조회 수 1632
♣ 다가온 인연은 소중하게♣ (3)
장길산
2010.01.05
조회 수 1650
새해에 생각하는 우정! (12)
데보라
2010.01.04
조회 수 1669
조회 수 1758
조회 수 1642
새해를 달마도사와 함께... (12)
조지아불독
2010.01.03
조회 수 1847
조회 수 1645
조회 수 1224
고맙습니다~감사합니다~ (11)
琛 淵
2009.12.31
조회 수 1516
조회 수 1647
어느 말기암 어린이의 감동글 (4)
청풍명월
2009.12.28
조회 수 1361
나를 울린 꼬맹이 (4)
데보라
2009.12.27
조회 수 1458
2009년도. 부산 송년회 (12)
조지아불독
2009.12.27
조회 수 1693
어느 남편의 아내 사랑 (7)
데보라
2009.12.25
조회 수 1430
보고픔인지 그리움인지 (2)
琛 淵
2009.12.25
조회 수 1569
하느님의 기적을 사러온소녀 (4)
청풍명월
2009.12.24
조회 수 1369
조회 수 1758
조회 수 1466
인생의 배낭 속에는~ (9)
데보라
2009.12.20
조회 수 1503
조회 수 1235
♡12월이라는 종착역♡ (3)
데보라
2009.12.15
조회 수 1448
눈물 외 / 김현승 (金顯承) (2)
琛 淵
2009.12.15
조회 수 1284
어느 80대노인의 유서 (5)
청풍명월
2009.12.14
조회 수 1803
겨울 단상 / 詩 : 신해 (1)
♣해바라기
2009.12.14
조회 수 1336
조회 수 1403
아버지를팝니다 (8)
청풍명월
2009.12.12
조회 수 1476
故 鄕 (11)
조지아불독
2009.12.12
조회 수 1722
아듀우 2009년 (4)
琛 淵
2009.12.12
조회 수 1453
가장 아름다운 가위, 바위, 보 (14)
데보라
2009.12.10
조회 수 1371
조회 수 1316
조회 수 1393
고향.. ` 해운대 ` (21)
조지아불독
2009.12.08
조회 수 1835
조회 수 1241
시클라멘의 짧은사랑 (9)
청풍명월
2009.12.06
조회 수 1374
사랑하며 꿈꾸며 (6)
한일
2009.12.06
조회 수 1417
12월에는~.... (9)
데보라
2009.12.02
조회 수 1359
조회 수 1211
허물을 덮어 주세요 (5)
데보라
2009.11.29
조회 수 1454
아름다운 손 (9)
데보라
2009.11.27
조회 수 1388
할말이 없으면 침묵을 배워라 (2)
장길산
2009.11.26
조회 수 1540
인생은 둥글게 둥글게~ (7)
데보라
2009.11.22
조회 수 1521
친구!~ (7)
데보라
2009.11.15
조회 수 1235
조회 수 1611
그래서 가을은 / 詩 : 김 춘경 (1)
♣해바라기
2009.11.13
조회 수 1214
조회 수 1286
아빠의 나라 (16)
조지아불독
2009.11.11
조회 수 1439
안개속에 숨다. (10)
尹敏淑
2009.11.09
조회 수 1434
靑鶴 연못! (6)
슬기난
2009.11.05
조회 수 1156
조회 수 1164
집착만은 놓아야 한다 (11)
장길산
2009.11.02
조회 수 1219
그 시간은~ (17)
데보라
2009.11.01
조회 수 1248
♣ 가을엽서 / 안도현 (3)
niyee
2009.10.31
조회 수 1334
시월의 마지막 밤입니다 (8)
달마
2009.10.31
조회 수 1332
조회 수 1291
조회 수 1094
Love, Parting, Sorrow,Solitude ... (12)
하늘정원
2009.10.22
조회 수 1308
조회 수 1233
* 심장마비 경보 (5)
Ador
2009.10.21
조회 수 1107
함께 가는 길~ (7)
데보라
2009.10.20
조회 수 1165
조회 수 1583
조회 수 1196
조회 수 1165
자식들만 보시오 (4)
장길산
2009.10.14
조회 수 1249
조회 수 1189
조회 수 1347
♣ 가을 풍경 -詩 김설하 (3)
niyee
2009.10.12
조회 수 988
♬♪^. 오^ 감동을 위한 협주곡 (7)
코^ 주부
2009.10.10
조회 수 1323
한가위를 맞으며 (4)
고이민현
2009.09.30
조회 수 1620
조회 수 1604
♬♪^ `인생을 건 일` 이라는 기? (5)
코^ 주부
2009.09.28
조회 수 1542
♣ 가을이 탄다 ~ 박만엽 (1)
niyee
2009.09.25
조회 수 1413
♥^ 진수무향 (眞水無香) (5)
코^ 주부
2009.09.23
조회 수 1873
조회 수 1797
가을서곡 (12)
尹敏淑
2009.09.18
조회 수 1609
조회 수 1502
그날이 오면 외 / 심 훈
琛 淵
2009.09.18
조회 수 1758
풀 외 / 남궁 벽 (4)
琛 淵
2009.09.17
조회 수 1527
추천 수 5
♬♪^ . 행복한 인생` 이란
코^ 주부
2009.09.16
조회 수 1628
오작교 회원이 지켜할 六德目 (14)
고이민현
2009.09.09
조회 수 1587
영원한 비밀 외 / 양주동 (2)
琛 淵
2009.09.09
조회 수 1911
긍정적인 마음 자세를 (4)
장길산
2009.09.08
조회 수 1546
호 접(蝴蝶) 외 / 박화목
琛 淵
2009.09.06
조회 수 1603
조회 수 1503
조회 수 1797
♬♪^ 갑쑤니 (4)
코^ 주부
2009.09.01
조회 수 1673
바람의 이유 (6)
尹敏淑
2009.08.29
조회 수 1605
조회 수 1549
겨울바다 외 / 김남조
琛 淵
2009.08.27
조회 수 1684
초대장 외 / 황석우 (2)
琛 淵
2009.08.26
조회 수 1529
그리움은 저 산너머에서 (9)
尹敏淑
2009.08.25
조회 수 1657
조회 수 1631
세월이 가면 외 / 박인환 (3)
琛 淵
2009.08.21
조회 수 1532
♡ 남겨둘 줄 아는 사람 ♡ (6)
데보라
2009.08.21
조회 수 1516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