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들 -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좋은 이야기를 올리는 공간

글 수 900



      이상화(李相和)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 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내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 다오.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 자국도 섰지 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종다리는 울타리 너머 아씨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웃네. 고맙게 잘 자란 보리밭아, 간밤 자정이 넘어 내리던 고운 비로 너는 삼단 같은 머리를 감았구나, 내 머리조차 가뿐하다. 혼자라도 가쁘게 나가자. 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혼자 어깨춤만 추고 가네. 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 맨드라미 들마꽃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기름을 바른 이가 지심 매던 그 들이라 다 보고 싶다. 내 손에 호미를 쥐어 다오. 살진 젖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발목이 시도록 밟아도 보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 강가에 나온 아이와 같이 짬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닫는 내 혼아 무엇을 찾느냐 어디로 가느냐 웃어웁다 답을 하려무나. 나는 온몸에 풋내를 띠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령이 지폈나 보다.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말세의 희탄 저녁의 피묻은 동굴 속으로 아, 밑 없는 그 동굴 속으로 끝도 모르고 끝도 모르고 나는 거꾸러지련다. 나는 파묻히련다. 가을의 병든 미풍의 품에다 아, 꿈꾸는 미풍의 품에다 낮도 모르고 밤도 모르고 나는 술취한 몸을 세우련다. 나는 속 아픈 웃음을 빚으련다. 나의 침실로 마돈나! 지금은 밤도 모든 목거지에 다니노라. 피곤하여 돌아가련도다. 아, 너도 먼 동이 트기 전으로 수밀도의 네 가슴에 이슬이 맺도록 달려 오너라. 마돈나! 오려무나, 네 집에서 눈으로 유전하던 진주는 다 두고 몸만 오너라. 빨리 가자. 우리는 밝음이 오면 어딘지 모르게 숨는 두 별이어라. 마돈나! 구석지고도 어둔 마음의 거리에서 나는 두려워 떨며 기다리노라. 아, 어느 덧 첫닭이 울고 - 뭇 개가 짖도다. 나의 아씨여, 너도 듣느냐. 마돈나! 지난 밤이 새도록 내 손수 닦아 둔 침실로 가자, 침실로! 낡은 달은 빠지려는데, 내 귀가 듣는 발자국 - 오, 너의 것이냐 ? 마돈나! 짧은 심지를 더우 잡고, 눈물도 없이 하소연하는 내 마음의 촛불을 봐라. 양털 같은 바람결에도 질식이 되어 얕푸른 연기로 꺼지려는도다. 마돈나! 오너라, 가자. 앞산 그리매가 도깨비처럼 발도 없이 이곳 가까이 오도다. 아, 행여나 누가 볼는지 - 가슴이 뛰누나, 나의 아씨여, 너를 부른다. 마돈나! 날이 새련다. 빨리 오려므나. 사원의 쇠북이 우리를 비웃기 전에 네 손이 내 목을 안아라. 우리도 이 밤과 같이 오랜 나라로 가고 말자. 마돈나! 뉘우침과 두려움의 외나무다리 건너 있는 내 침실, 열 이도 없으니 ! 아, 바람이 불도다. 그와 같이 가볍게 오려므나, 나의 아씨여, 네가 오느냐 ? 마돈나! 가엾어라. 나는 미치고 말았는가. 없는 소리를 내 귀가 들음은 내 몸에 피란 피 - 가슴의 샘이 말라 버린 듯 마음과 몸이 타려는도다. 마돈나! 언젠들 안 갈 수 있으랴. 갈 테면 우리가 가자, 끄을려 가지 말고 ! 너는 내 말을 믿는 마리아 - 내 침실이 부활의 동굴임을 네가 알련만 마돈나! 밤이 주는 꿈, 우리가 얽는 꿈, 사람이 안고 궁그는 목숨의 꿈이 다르지 않느니, 아, 어린애 가슴처럼 세월 모르는 나의 침실로 가자 아름답고 오랜 거기로. 마돈나! 별들의 웃음도 흐려지려 하고, 어둔 밤 물결도 잦아지려는도다. 아, 안개가 사라지기 전으로 네가 와야지. 나의 아씨여 너를 부른다. 1901∼1943. 시인. 본관은 경주(慶州) 호는 무량(無量),백아(白啞), 경상북도 대구출신 아버지는 시우(時雨)이며 어머니는 김신자(金愼子)이다 7세에 아버지를 잃고 14세까지 가정 사숙에서 큰아버지 일우(一雨)의 훈도를 받으며 수학하였다 18세에 경성중앙학교(지금의 중동중학교)3년을 수료하고 강원도 금강산일대를 방랑하였다 1922년 파리 유학을 목적으로 일본 동경의 아테네프랑세에서 2년간 프랑스어와 프랑스문학을 공부하다가 동경대지진을 겪고 귀국하였다 친구 백기만(白基萬)의 '상화(尙火)와 고월(古月)'에 의하면 1917년 대구에서 현진건(玄鎭健) 백기만 이상백(李相栢)과 '거화 炬火'를 프린트판으로 내면서 시작활동(詩作活動)을 하였다 21세에는 현진건의 소개로 박종화(朴鍾和)를 만나 홍사용(洪思容) 나도향(羅稻香),박영희(朴英熙) 등과 함께 '백조 白潮' 동인이 되어 본격적인 문단활동을 시작하였다 1919년 3.1운동 때에는 백기만 등과 함께 대구학생봉기를 주도하였다가 사전에 발각되어 실패하였다 또한 김기진(金基鎭) 등과 함께 1925년 파스큘라(Paskyula)라는 문학연구단체 조직에 가담하였으며 그해 8월에는 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동맹의 창립회원으로 참여하였다 1927년에는 의열단(義烈團) 이종암(李鍾巖)사건에 연루되어 구금되기도 하였다 1934년에는 조선일보 경상북도총국을 경영하였다가 1년 만에 실패하였다 1937년 3월에는 장군인 형 이상정(李相定)을 만나러 만경(滿京)에 3개월간 갔다와서 일본관헌에게 구금되었다가 11월말경 석방되었다 그뒤 3년간 대구 교남학교에서 교편을 잡으면서 권투부를 창설하기도 하였다 그의 나이 40세에 학교를 그만두고 독서와 연구에 몰두하여 '춘향전'을 영역하고 '국문학사','불란서시정석'등을 시도하였으나 완성을 보지 못하고 43세에 위암으로 죽었다 문단데뷔는 '백조'동인으로서 그 창간호에 발표한 1922년 '말세의 희탄(?嘆),단조(單調)를 비롯하여 1922년 '가을의 풍경' 1923년 '이중(二重)의 사망' 1923년 '나의 침실로' 로 이름을 떨쳤다 백조파 동인의 한 사람이면서 동시에 그 한계를 뛰어넘은 시인으로 방자한 낭만과 미숙성과 사회개혁과 일제에의 저항과 우월감에 가득한 계몽주의와 로맨틱한 혁명사상을 외쳤던 문학사적 의의를 보여주고 있다 그의 시비는 1946년 동향인 김소운(金素雲)의 발의로 대구 달성공원에 세워졌다. ♬ Spirit Path - ERA
profile
댓글
2009.09.28 11:02:53 (*.219.21.48)
향기글
항상 좋은 내용을 주시아 감사 합니다
댓글
2009.09.29 11:09:06 (*.188.216.92)
Ador
오래만에 기억을 더듬어봅니다.
암울한 시기, 나라와 민족을 위한 열정.....

안타까운 재능을 다 피우지 못하고 방황도 하였지만
주옥같은 시어를 암송하다보면, 울분과 자존을 느낄 수 있지요~

글을 쓰는 이들에게는
귀감이 되는 님을 추억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올려주신 수고와 정성에 감사합니다.
사진 및 파일 첨부

여기에 파일을 끌어 놓거나 왼쪽의 버튼을 클릭하세요.

파일 용량 제한 : 0MB (허용 확장자 : *.*)

0개 첨부 됨 ( / )
우정을 택하신 아버지 (2)
데보라
2010.01.08
조회 수 1246
조회 수 1685
멋진사진과 명언 (8)
청풍명월
2010.01.08
조회 수 1548
피곤을 사드릴께요! (7)
데보라
2010.01.07
조회 수 1377
♣ 다가온 인연은 소중하게♣ (3)
장길산
2010.01.05
조회 수 1412
새해에 생각하는 우정! (12)
데보라
2010.01.04
조회 수 1430
조회 수 1494
조회 수 1405
새해를 달마도사와 함께... (12)
조지아불독
2010.01.03
조회 수 1590
조회 수 1400
조회 수 978
고맙습니다~감사합니다~ (11)
琛 淵
2009.12.31
조회 수 1271
조회 수 1409
어느 말기암 어린이의 감동글 (4)
청풍명월
2009.12.28
조회 수 1119
나를 울린 꼬맹이 (4)
데보라
2009.12.27
조회 수 1207
2009년도. 부산 송년회 (12)
조지아불독
2009.12.27
조회 수 1431
어느 남편의 아내 사랑 (7)
데보라
2009.12.25
조회 수 1185
보고픔인지 그리움인지 (2)
琛 淵
2009.12.25
조회 수 1304
하느님의 기적을 사러온소녀 (4)
청풍명월
2009.12.24
조회 수 1120
조회 수 1528
조회 수 1213
인생의 배낭 속에는~ (9)
데보라
2009.12.20
조회 수 1251
조회 수 974
♡12월이라는 종착역♡ (3)
데보라
2009.12.15
조회 수 1181
눈물 외 / 김현승 (金顯承) (2)
琛 淵
2009.12.15
조회 수 1039
어느 80대노인의 유서 (5)
청풍명월
2009.12.14
조회 수 1559
겨울 단상 / 詩 : 신해 (1)
♣해바라기
2009.12.14
조회 수 1113
조회 수 1141
아버지를팝니다 (8)
청풍명월
2009.12.12
조회 수 1224
故 鄕 (11)
조지아불독
2009.12.12
조회 수 1463
아듀우 2009년 (4)
琛 淵
2009.12.12
조회 수 1173
가장 아름다운 가위, 바위, 보 (14)
데보라
2009.12.10
조회 수 1118
조회 수 1042
조회 수 1146
고향.. ` 해운대 ` (21)
조지아불독
2009.12.08
조회 수 1582
조회 수 1002
시클라멘의 짧은사랑 (9)
청풍명월
2009.12.06
조회 수 1126
사랑하며 꿈꾸며 (6)
한일
2009.12.06
조회 수 1169
12월에는~.... (9)
데보라
2009.12.02
조회 수 1107
조회 수 958
허물을 덮어 주세요 (5)
데보라
2009.11.29
조회 수 1200
아름다운 손 (9)
데보라
2009.11.27
조회 수 1131
할말이 없으면 침묵을 배워라 (2)
장길산
2009.11.26
조회 수 1299
인생은 둥글게 둥글게~ (7)
데보라
2009.11.22
조회 수 1265
친구!~ (7)
데보라
2009.11.15
조회 수 995
조회 수 1353
그래서 가을은 / 詩 : 김 춘경 (1)
♣해바라기
2009.11.13
조회 수 966
조회 수 1032
아빠의 나라 (16)
조지아불독
2009.11.11
조회 수 1181
안개속에 숨다. (10)
尹敏淑
2009.11.09
조회 수 1169
靑鶴 연못! (6)
슬기난
2009.11.05
조회 수 911
조회 수 920
집착만은 놓아야 한다 (11)
장길산
2009.11.02
조회 수 951
그 시간은~ (17)
데보라
2009.11.01
조회 수 1006
♣ 가을엽서 / 안도현 (3)
niyee
2009.10.31
조회 수 1074
시월의 마지막 밤입니다 (8)
달마
2009.10.31
조회 수 1063
조회 수 1035
Love, Parting, Sorrow,Solitude ... (12)
하늘정원
2009.10.22
조회 수 1062
조회 수 981
* 심장마비 경보 (5)
Ador
2009.10.21
조회 수 882
함께 가는 길~ (7)
데보라
2009.10.20
조회 수 934
조회 수 1325
조회 수 939
조회 수 929
자식들만 보시오 (4)
장길산
2009.10.14
조회 수 1008
조회 수 969
조회 수 1097
♣ 가을 풍경 -詩 김설하 (3)
niyee
2009.10.12
조회 수 752
♬♪^. 오^ 감동을 위한 협주곡 (7)
코^ 주부
2009.10.10
조회 수 1086
한가위를 맞으며 (4)
고이민현
2009.09.30
조회 수 1192
조회 수 1183
♬♪^ `인생을 건 일` 이라는 기? (5)
코^ 주부
2009.09.28
조회 수 1104
조회 수 988
추천 수 1
♣ 가을이 탄다 ~ 박만엽 (1)
niyee
2009.09.25
조회 수 971
♥^ 진수무향 (眞水無香) (5)
코^ 주부
2009.09.23
조회 수 1434
조회 수 1359
가을서곡 (12)
尹敏淑
2009.09.18
조회 수 1157
조회 수 1067
그날이 오면 외 / 심 훈
琛 淵
2009.09.18
조회 수 1316
풀 외 / 남궁 벽 (4)
琛 淵
2009.09.17
조회 수 1100
♬♪^ . 행복한 인생` 이란
코^ 주부
2009.09.16
조회 수 1203
오작교 회원이 지켜할 六德目 (14)
고이민현
2009.09.09
조회 수 1163
영원한 비밀 외 / 양주동 (2)
琛 淵
2009.09.09
조회 수 1474
긍정적인 마음 자세를 (4)
장길산
2009.09.08
조회 수 1095
호 접(蝴蝶) 외 / 박화목
琛 淵
2009.09.06
조회 수 1174
조회 수 1035
조회 수 1358
♬♪^ 갑쑤니 (4)
코^ 주부
2009.09.01
조회 수 1248
바람의 이유 (6)
尹敏淑
2009.08.29
조회 수 1152
조회 수 1101
겨울바다 외 / 김남조
琛 淵
2009.08.27
조회 수 1263
초대장 외 / 황석우 (2)
琛 淵
2009.08.26
조회 수 1060
그리움은 저 산너머에서 (9)
尹敏淑
2009.08.25
조회 수 1214
조회 수 1196
세월이 가면 외 / 박인환 (3)
琛 淵
2009.08.21
조회 수 1057
♡ 남겨둘 줄 아는 사람 ♡ (6)
데보라
2009.08.21
조회 수 10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