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들 -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좋은 이야기를 올리는 공간

글 수 900
2012.05.13 02:25:57 (*.193.67.48)
2825

퇴계선생 며느리 개가하다.

 

 

퇴계선생의 맏아들이 21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나자,
한창 젊은 나이의 맏며느리는 자식도 없는 과부가 되였다.
퇴계 선생은 홀로된 며느리가 걱정이 였습니다.

'남편도 자식도 없는 젊은 며느리가 어떻게 긴 세월을 홀로 보낼까?'

그리고 혹여 무슨 일이 생기면 자기집이나 사돈집 모두에게 누(累)가 될
것이기에,한밤중이 되면 자다가도 일어나 집안을 순찰하곤 했습니다.

어느날 밤, 집안을 둘러보던 퇴계선생은 며느리의 방으로부터 '소곤소곤'
이야기하는 소리가 새어나오는 것을 듣게 되었습니다. 순간 퇴계 선생은
얼어 붙는 것 같았습니다. 점잖은 선비로서는 차마 할 수 없는 일이지만
며느리의 방을 엿보지 않을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젊은 며느리가 술상을
차려 놓고 짚으로 만든 선비모양의 인형과 마주앉아 있는 것이었습니다.
인형은 바로 남편의 모습이었다.

인형 앞에 잔에 술을 가득 채운 며느리는 말했습니다.
"여보, 한 잔 잡수세요."

그리고는 인형을 향해 한참 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흐느끼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남편 인형을 만들어 대화를 나누는 며느리.......
한밤중에 잠못 이루고 흐느끼는 며느리........퇴계 선생은 생각했습니다.

'윤리는 무엇이고 도덕은 무엇이냐?
젊은 저 아이를 수절시켜야 하다니.........
저 아이를 윤리 도덕의 관습으로 묶어 수절시키는 것은 너무도 가혹하다,
인간의 고통을 몰라주는 이 짓이야말로 윤리도 아니고 도덕도 아니다.
여기에 인간이 구속되어서는 안된다.
저 아이를 자유롭게 풀어주어야 한다.'

이튿날 퇴계 선생은 사돈을 불러 결론만 말했습니다. "자네, 딸을 데려가게."

"내 딸이 무엇을 잘못했는가?" "잘못한 것 없네. 무조건 데려가게."

친구이면서 사돈관계였던 두 사람이기에 서로가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할 까닭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딸을 데리고 가면 두 사람의 친구 사이
마저 절연 하는것이기 때문에 퇴계선생의 사돈도 쉽게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습니다.

"안되네. 양반 가문에서 이 무슨 일인가?"

"나는 할말이없네. 자네 딸이 내 며느리로서는 참으로 부족함이 없는 아이
지만 어쩔 수 없네. 데리고 가게."

이렇게 퇴계선생은 사돈과 절연하고 며느리를 보냈습니다.

몇 년후 퇴계선생은 한양으로 올라가다가 조용하고 평화스러운 동네를
지나가게 되었습니다. 마침 날이 저물기 시작했으므로 한 집을 택하여
하룻밤을 머물렀습니다.
그런데 저녁상을 받아보니 반찬 하나하나가 퇴계선생이 좋아하는 것뿐이었
습니다. 더욱이 간까지 선생의 입맛에 딱 맞아 아주 맛있게 먹었습니다.

'이 집 주인도 나와 입맛이 비슷한가 보다.'

이튿날 아침상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반찬의 종류는 어제 저녁과 달랐지만
여전히 입맛에 딱 맞는 음식들만 올라온 것입니다.

나의 식성을 잘 아는 사람이 없다면 어떻게 이토록 음식들이 입에 맞을까?
혹시 며느리가 이 집에 사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퇴계선생이 아침 식사를 마치고 막 떠나가려는데 집주인이 버선 두
켤레를 가지고 와서 '한양 가시는 길에 신으시라'며 주었습니다. 신어보니
퇴계선생의 발에 꼭 맞았습니다.

아! 며느리가 이 집에 와서 사는구나.' 퇴계선생은 확신을 하게 되었습니다.
집안을 보나 주인의 마음씨를 보나 내 며느리가 고생은 하지 않고 살겠구나.
만나보고 싶은 마음도 컸지만 짐작만 하며 대문을 나서는데 한 여인이
구석에 숨어 퇴계선생을 지켜보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퇴계선생은 이렇게 며느리를 개가시켰습니다.
이 일을 놓고 유가의 한 편에서는 오늘날까지 퇴계선생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선비의 법도를 지키지 못한 사람이다. 윤리를 무시한 사람이다."
하지만 또다른 한 편에서는 정반대로 퇴계선생을 칭송하고 있습니다.

"퇴계선생이야말로 윤리와 도덕을 올바로 지킬 줄 아는 분이시다. 윤리를
깨뜨리면서까지 윤리를 지키셨다."며 현대를 사는 사람들은 어떻게
평가할까요?

이런 훌륭한 분들이 이 나라의 선구자가 아닌지요?

 

profile
댓글
2012.05.13 08:29:05 (*.202.123.69)
오작교

당연하게 저도 후자의 편에 서겠습니다.

유교사상이라는 것이 남자에게는 후하고 여자에게는

너무도 가혹한 것이 아니었던가요?

 

역시 큰 인물은 생각하는 바도 다릅니다그려.

댓글
2012.05.15 00:09:18 (*.193.67.48)
데보라
profile

ㅎㅎㅎ...그렇지요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참 멋있는 시아버지구나...

 

아마 퇴계선생은

시대를 뛰어 넘는사람이였나 봅니다

 

그렇죠~...큰 인물이시지요

고운 발걸음... 감사합니다

 

행복한날 되세요~^^*

 

댓글
2012.05.13 17:44:40 (*.231.236.105)
여명

맞습니다...

저도 동감 입니다....

댓글
2012.05.15 00:12:54 (*.193.67.48)
데보라
profile

그렇지요~

 

퇴계선생도 그렇지만

그 며느리의 마음도 참쁘네요

 

이런 시아버지와 며느리가 또 있을까

요즘~.....

 

좋은 날 되세요

고마워용~....^^*

 

사진 및 파일 첨부

여기에 파일을 끌어 놓거나 왼쪽의 버튼을 클릭하세요.

파일 용량 제한 : 0MB (허용 확장자 : *.*)

0개 첨부 됨 ( / )
어느 판사의 감동적인 이야기 (2)
바람과해
2012.11.28
조회 수 1968
밥그릇을 쓰다듬던 아내 (5)
오작교
2012.11.08
조회 수 2208
조회 수 2163
조회 수 2158
6년 뒤에 오뎅 값을 갚은 고학생 (3)
바람과해
2012.11.02
조회 수 1858
♥...한번만 꼭옥 안아줄래요...♥ (3)
파란장미
2012.11.01
조회 수 2136
♡...당신이 있어 행복한 하루...♡ (3)
파란장미
2012.11.01
조회 수 1968
아름다운 인연 (2)
바람과해
2012.11.01
조회 수 1695
효자 도둑 이야기 (3)
바람과해
2012.10.23
조회 수 1903
조회 수 2509
조회 수 1848
조회 수 2273
조회 수 2001
조회 수 2057
남편이란 나무 (4)
고이민현
2012.08.31
조회 수 2786
돌부리/..... (5)
데보라
2012.08.24
조회 수 2046
♣★ 행복하고 싶은가?★♣ (9)
데보라
2012.08.23
조회 수 2060
조회 수 3029
보리밥을 좋아하는 남자 (5)
데보라
2012.08.15
조회 수 2131
사랑받은 기억 (3)
바람과해
2012.08.14
조회 수 2067
새벽을 찬란하게 만드는 것은 (2)
데보라
2012.08.10
조회 수 1882
친구라는 소중한 선물 (3)
데보라
2012.08.10
조회 수 1971
어느 판사의 감동적인 이야기 (2)
바람과해
2012.08.06
조회 수 1964
아름다운 사이버 인연 (11)
고이민현
2012.07.28
조회 수 2463
행복을 느낄줄 아는 사람.... (7)
데보라
2012.07.27
조회 수 1875
우동 한그릇 (6)
바람과해
2012.07.26
조회 수 1861
인터넷이 노인의 특효약이다 (2)
바람과해
2012.07.25
조회 수 1847
아름다운 기도... (6)
데보라
2012.07.20
조회 수 2083
조회 수 1826
행복은 작은 냄비안에서... (1)
데보라
2012.07.08
조회 수 1991
황혼의 멋진 삶을 위하여~.... (1)
데보라
2012.07.08
조회 수 1870
조회 수 2015
7월을 드립니다 (5)
데보라
2012.07.05
조회 수 1953
까아껑?까꽁? (6)
고운초롱
2012.06.25
조회 수 2015
세 종류의 인생~... (1)
데보라
2012.06.19
조회 수 2021
조회 수 25536
바람이 가는 길 / 이재옥 (5)
niyee
2012.06.19
조회 수 1940
어머니께 드립니다... (8)
데보라
2012.06.17
조회 수 1913
조회 수 1990
음악처럼 흐르는 하루... (6)
데보라
2012.06.09
조회 수 2444
자매 같은 두 엄마.... (6)
데보라
2012.06.05
조회 수 2384
조회 수 3305
(2)
여명
2012.05.24
조회 수 2669
對鍊 한판 하고픈날~ (4)
여명
2012.05.23
조회 수 2393
장고의 고달픈 삼각관계 (21)
Jango
2012.05.21
조회 수 3208
겨을에도 씨를 뿌리는 사람
바람과해
2012.05.20
조회 수 2301
"꼭꼭꼭" 3번 "꼭꼭" 2번..... (8)
데보라
2012.05.17
조회 수 2674
퇴계선생 며느리 개가하다. (4)
데보라
2012.05.13
조회 수 2825
빗소리 -詩 김설하 (3)
niyee
2012.05.09
조회 수 2518
조회 수 2536
어머니의 유산/... (2)
데보라
2012.05.06
조회 수 2401
어머니의 꽃다발/.... (2)
데보라
2012.05.06
조회 수 2674
봄은 눈부신 부활이다 (3)
데보라
2012.04.30
조회 수 2531
바라기와 버리기 ... (3)
데보라
2012.04.30
조회 수 2769
갱년기~~!! (5)
데보라
2012.04.26
조회 수 2635
조회 수 2548
조회 수 2729
조회 수 2451
감동이네요~.... (4)
데보라
2012.04.20
조회 수 2397
조회 수 2023
봄/박효순 (2)
niyee
2012.04.01
조회 수 2689
[오늘의 좋은글]... (3)
데보라
2012.03.31
조회 수 2321
조회 수 2157
인생의 스승은 시간이다 (2)
데보라
2012.03.25
조회 수 2101
조회 수 2267
살다 보니~... (3)
데보라
2012.03.21
조회 수 2163
조회 수 2193
봄날 -素殷 김설하 (2)
niyee
2012.03.13
조회 수 2063
조회 수 2041
조회 수 2128
그리운 얼굴/ 최수월 (3)
niyee
2012.02.17
조회 수 2488
조회 수 2377
따뜻한 어느 명 판사님 이야기 (3)
바람과해
2012.02.14
조회 수 2599
감동을 주는 이야기 (2)
바람과해
2012.02.10
조회 수 2479
꽃동네 새동네 (3)
데보라
2012.02.08
조회 수 2387
조회 수 2186
어느 식당 벽에 걸린 액자 이야기 (9)
보리피리
2012.01.30
조회 수 2635
나목/아도르님의 쾌유를...... (18)
고이민현
2012.01.28
조회 수 3083
'옛집"이라는 국수집 (5)
바람과해
2012.01.23
조회 수 2442
조회 수 2590
조회 수 2497
댓글 (15)
고이민현
2012.01.11
조회 수 3292
이어령의 영성글..... (1)
데보라
2012.01.08
조회 수 2569
조회 수 2635
조회 수 2679
굴비 두마리
바람과해
2011.12.26
조회 수 2550
조회 수 2902
조회 수 2997
조회 수 2917
조회 수 2480
생명(生命)보다 진한 형제애
바람과해
2011.12.07
조회 수 2328
빈손으로 가는 여유로움 (4)
데보라
2011.12.04
조회 수 2940
지갑속에 담긴 사랑 이야기 (2)
데보라
2011.12.04
조회 수 2546
노을 / 김유숙 (3)
niyee
2011.11.27
조회 수 3070
사랑을 전하세욤^^* (4)
고운초롱
2011.11.11
조회 수 3568
인생이 한그루 꽃나무라면~... (9)
데보라
2011.11.10
조회 수 3387
조회 수 4049
♧ 백수 한탄가 ♧ (6)
고이민현
2011.10.18
조회 수 3714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