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900
데보라
2012.12.07 10:55:11 (*.34.90.21)
2202

10.jpg

초인종 소리에
하던 일을 멈추고 문을 열었습니다.

“딩동 딩동"

“어....어머니.!”
시골에서 홀로 사시는 시어머님이
아무 연락도 없이
올라오셨습니다.

허리가 휘도록
이고 지고 오신 보따리 속엔
남편이 좋아하는
생선 말린거며 젓갈들이

잔뜩 들어 있었습니다.
“ 무거운데 뭘 이렇게 많이 싸 오셨어요......."

“갸가 정심은 굶고 안 살았나......
내사 마 퍼줘도
갸 볼 낯이 엄따."
가난한 살림에
자식을 다섯이나 줄줄이 낳아 기르느라.
자식들의 배를 곯린 게
두고두고 한이 된다는
어머니.

겉보리까지
닥닥긁어 밥을 지어도.
어머니의 밥솥은 늘
자식들의 왕성한 식욕보다 작았습니다.
도시락이 모자란다 싶으면
갸가 동생들 다 챙겨 주고
지는 그냥 가뿐지는 기라......

심지가 깊어서 그렇지
돌맹이도 삭일 나이에
을메나 배가 고팠겠노,,,,,,
어머님이 보따리를 풀어 놓으시며
한숨처럼 중얼거리셨습니다.
남편은 가난한 집

5형제 중의 맏이였습니다.
맏이라고 동생들한테
다 양보하고 허구헌날
굶으며 공부한 아들에게.
어머니는 20년이 지나도록
고맙고 미안한 마음을
씻을 길이 없다고 하시며....
매번 눈물을 보이셨습니다.

“에그. 내가 주책이다.”
그날저녁 나는 흰쌀밥에
굴비구이에 코다리 조림까지.
어머니가 가져오신 찬거리로
진수 성찬을 차렸고.
어머니는 연신 생선살을 발라
아들 수저에 얹어 주셨습니다.
“아참, 어머니도 좀 드세요.”
“내사 마 니그들 입에 밥
들어가는 것만 봐도 배가 부른기라.”

다음 날 어머니는
며칠 더 계시라는 만류에도 불구하고.
한사코 자식며느리한테
짐이 되기 싫다시며 집을 나섰습니다.

그 고집을 꺽을 수 없는 나는
어머니를 기차역까지 배웅해 드렸습니다.
그런데 표를 받아들고 플랫폼으로
나가시려든 어머니가
가방 속에서 신문지로 돌돌 싼
꾸러미 하나를 꺼내 불쑥 건네 셨습니다.
“이게 뭐예요. 어머니?”

“암말말고. 갸 맛난 것 좀 많이 사 주구래이.”
신문지에 여러 겹 돌돌 말린 그것은
놀랍게도 돈뭉치였습니다.
“니도 자식 키워보면 알겠지만
에미 맴이란 게 다 그란 기라.
내가 갸 배곯린 거 생각하믄 안적도.....
밥이....목에....걸려서리......”
자식들이 드린 알량한 용돈을

한 달에 만원도 모으고 이만 원도 모으고 해서
만들었다는 돈 백만원.
나는 울컥 목이 메어 아무 말도 못하고
그 자리에 서서 멀어져 가는 어머니의
굽은 등을 바라보며
가슴속 눈물을 삼켰습니다.

profile
댓글
2012.12.07 10:59:47 (*.34.90.21)
데보라
profile

...흑흑흑~

난 이런 엄마의 맘을 얼마나 헤아릴 수있을까....

마음이 뭉쿨해 옵니다.

 

요사히 몸이 안좋아지신 엄마를 바라보며

지난날을 많이 후회합니다....

 

그렇게도 또순이 같으시던 엄마였는데....

남자들처럼 사업을 크게 하시면서 활동적이던 엄마.....

그런 모습 다 어디로 가고 ~

어린아이같이 되어 버린 엄마를 바라보며...

 

가슴이 저며 옵니다...

이글을 읽으며 ......마음을 다져봅니다

 

사랑하는 울님들....

살아 계실때 잘 합시다요....

댓글
2012.12.07 22:46:19 (*.231.236.105)
여명

아까 다읽지 못하고 친정 가느라...

이제 읽습니다.

우리들의 어머니 아닌지요....

한없는 어머니의 사랑...

두분 덩그러니 두고온 제가..

늘 죄스럽답니다.

데보라님 잘 읽었어요.

댓글
2012.12.09 15:27:41 (*.34.90.21)
데보라
profile

그러게요~...

저도 그냥 늘 죄스럽습니다...

더 어떻게 해 드릴수 없다는 것이~....

 

늘 아쉽지만 이렇게라도 함께 있을 수 있다는것에

그냥~....감사할뿐이랍니다

 

함께 동감할 수 있어 기쁘지요~....^^*

댓글
2012.12.08 09:13:27 (*.36.80.227)
고이민현

       

 

 

 

          어머님의 희생은

        가이 없어라.

댓글
2012.12.09 15:29:51 (*.34.90.21)
데보라
profile

머리에 이고 업고 손잡고~...

울 엄마모습 같아 콧등이 시큰합니다

우리 4남매 그렇게 키우셨거든요...

 

고맙고 감사하고~>......눈물이 ~.....

 

이미지가 넘 좋아서 보관해 두렵니다

 

고이민현님/....늘 감사합니다

댓글
2012.12.08 10:41:46 (*.159.174.196)
오작교

글자가 네모로 보이는 것이 몇 개 있어서 수정을 했습니다.

글자 크기도 좀 줄였고요.

데보라님의 양해를 바랍니다.

댓글
2012.12.09 15:31:54 (*.34.90.21)
데보라
profile

오작교님/...^^*

아~....그랬어요

죄송하고 감사할 따름이지요..

늘 식구들을 챙겨 주시는 마음이겠지요...

 

이제 정모가 며칠 남지 않았군요...

많이 모여 잼있는 시간들 되시기를...

준비하시느라 바쁘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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