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들 -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좋은 이야기를 올리는 공간

글 수 900
2013.08.23 08:25:33 (*.156.211.24)
2561

박경리와 박완서의 노년                  

 

                                                                                                  

 

 소설가 박경리씨는 운명하기 몇 달 전 이렇게 말했습니다.

 

"다시 젊어지고 싶지 않다.

모진 세월 가고.... 아아~~~ 편안하다.

늙어서 이렇게 편안한 것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다음은 노년의 박완서씨가 썼던글입니다.

 

"나이가 드니 마음 놓고 고무줄 바지를 입을 수 있는 것처럼 나 편한 대로 헐렁하게 살 수 있어서 좋고

하고 싶지 않은 것을 안 할 수 있어 좋다.

다시 젊어지고 싶지 않다.

 

하고 싶지 않은 것을 안 하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자유가 얼마나 좋은데 젊음과 바꾸겠는가...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다.

 

난 살아오면서 볼 꼴, 못 볼꼴 충분히 봤다.

한 번 본 거 두 번 보고 싶지 않다.

 

한 겹 두 겹 어떤 책임을 벗고 점점 가벼워지는 느낌을 음미하면서 살아가고 싶다.

 

소설도 써지면 쓰겠지만 안 써져도 그만이다."

 

두 분은 한국 문단을 대표하는 여류 소설가였습니다.

 

그러면서도 조용한 시골집에서 행복하게 삶을 마감했던 분들입니다.

 

上善若水라는 말이 있지요.

가장 아름다운 인생(上善)은 물처럼 사는 것(若水)이라는 뜻입니다.

 

물처럼 살다가 물처럼 가는 것이 인생이라면 이처럼 인간의 삶을 진지하게 표현하는 말도 없을 듯 싶습니다.

 

위의 두 분은 물처럼 살다 간 대표적인 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흐르는 물처럼 남과 다투거나 경쟁하지 않는 不爭의 삶을 보여주었고,

만물을 길러주고 키워주지만 자신의 공을 남에게 과시하려 하거나 결코 다투려 하지 않는

상선약수의 초연한 삶을 살았습니다.

 

그래서 두 분의 삶이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것은 자유로움이었습니다.

 

유유히 흘러가는 강물처럼 부딪치는 모든 것들을 배우고 만나는 모든 것들과 소통하며 끊임없이 長江의 글을 쓰면서

그 글 속에서 인생과 사랑을 말했습니다.

 

 말년의 두 분은 노년의 아름다움을 온 몸으로 보여 주었습니다.

 

후배들에게 이렇게 나이 먹어야 한다고 아무 말 없이 조용한 몸짓으로 표현했습니다.

 

박경리씨는 원주의 산골에서 박완서씨는 구리의 어느 시골 동네에서 흙을 파고 나무를 가꾸면서

빛나는 노년의 침묵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노년의 행복이 무엇인지 온몸으로 말했습니다.

 

천천히 걸어도 빨리 달려도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오직 한 세상뿐입니다.

 

더러는 조금 짧게 살다가, 더러는 조금 길게 살다가 우리는 가야 할 곳으로 떠나갑니다.

 

두 분의 삶을 바라보면 이 소중한 시간을 이해하면서 살라고 배려하면서 살라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둘도 없는 삶을 지난날을 돌이키며 후회하기 보다는

남은 날 아름답게 가꾸는 일에 희망과 행복을 찾아보자고 다독여 주는 것 같습니다.

 

두 분의 삶에서 배웁니다.

 

보이지 않는 바람에게조차 고마움을 느끼는 일상, 조그만 일에 끊임없이 감사함을 느끼는 노년,

그렇게 넉넉한 마음의 행복을 배우게 됩니다.

옮긴글
profile
댓글
2013.08.23 10:23:22 (*.142.164.37)
오작교

법정스님의 말씀 중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제비꽃은 제비꽃답게"

 

저는 이 말을 참 좋아합니다.

두 분 여류작가님의 표현도 결국은 같은 맥락에서 일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젊음이라는 것도 아름답지만

아름답게 늙는다는 것도 참 아름다울 것이라는 생각.

그냥 자연 그대로 받아들이면 될 것은 가지고,

나이들어 보이지 않을려고 온갖 못할 짓들을 많이 합니다.

 

하릴없이 얼굴에 칼자국을 내고 주사를 찔러 넣고......

 

언제가 TV에서 어느 여자배우를 본 적이 있습니다.

얼굴은 성형의 덕분으로 주름살이 많지 않은데

목과 손 등에서 발견되는 세월의 흔적들은 속일 수가 없었나 봅니다.

그래서 더욱 더 노년이 추하게 보이더군요.

 

늙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추하게 늙는 것'을 두려워해야지 않나 싶습니다.

'아름답게 늙어간다는 것'

이것이야 말로 진정한 아름다움이겠지요.

여명(黎明) 보다 석양(夕陽)이  더욱 붉고 아름다운 것 처럼 말입니다.

댓글
2013.08.23 17:50:26 (*.201.54.147)
여명

아침에 읽고 또다시 찾습니다.

노년의 아름다움...그리고 행복들...

정독을 해봅니다.

상선약수..

적당히 차게해서 한잔 마시면 좋지요.ㅎㅎ

지난해 아이집에 있을때 마켓을 가니  이름이 좋아 한병 샀거든요.

고맙게 읽습니다.

댓글
2013.08.24 21:41:30 (*.53.119.187)
바닷가

한번 더 생각 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사진 및 파일 첨부

여기에 파일을 끌어 놓거나 왼쪽의 버튼을 클릭하세요.

파일 용량 제한 : 0MB (허용 확장자 : *.*)

0개 첨부 됨 ( / )
말이 싫어하는 사람 (4)
고이민현
2014.01.01
조회 수 2949
♣ 그저 그러려니 하고 살자 ♣ (6)
고이민현
2013.12.26
조회 수 3129
♣ 클럽 하우스 락커 룸 ♣ (6)
고이민현
2013.11.14
조회 수 3010
조회 수 3164
인생의 마지막 5분간(分間) (2)
오작교
2013.11.05
조회 수 2939
스님과 어머니 (3)
바람과해
2013.11.01
조회 수 2871
♣ 아내의 눈썹 ♣ (3)
데보라
2013.10.31
조회 수 2871
어느 어머님의 일기 (1)
시몬
2013.10.30
조회 수 2747
철이 든 형님 (2)
데보라
2013.10.27
조회 수 2684
참친절 (1)
시몬
2013.10.26
조회 수 2470
감동 이야기 (10)
바람과해
2013.10.25
조회 수 2606
나이 70은 從心이라 부른다 (3)
청풍명월
2013.10.15
조회 수 3420
길 떠나는 인생 (4)
고이민현
2013.10.12
조회 수 2860
스스로 아프게 하지 말아요 (1)
시몬
2013.10.03
조회 수 2516
약속의 유효기간 (1)
시몬
2013.10.02
조회 수 2543
인간 관계 (1)
시몬
2013.09.30
조회 수 2556
오직 한사람... (1)
시몬
2013.09.12
조회 수 2628
마주 보는 법 (1)
시몬
2013.09.10
조회 수 2533
♠ 충청도 장모 vs 서울 사위 ♠ (4)
고이민현
2013.09.05
조회 수 3246
가을 편지 / 외외 이재옥 (1)
niyee
2013.09.04
조회 수 2492
가슴 따뜻한 이야기.. (2)
시몬
2013.09.02
조회 수 2522
조회 수 2577
어느 며느리의 편지 (6)
시몬
2013.08.31
조회 수 2778
꽃무릇(상사화)/김돈영 (1)
niyee
2013.08.30
조회 수 2463
코끼리에게도..... (1)
시몬
2013.08.28
조회 수 2280
조회 수 2444
성은 참이요,이름은 이슬 (6)
고이민현
2013.08.24
조회 수 2599
노년에 관해.. (3)
시몬
2013.08.23
조회 수 2561
조회 수 2408
인순이... (2)
시몬
2013.08.20
조회 수 2267
그 남자 그 여자 (1)
시몬
2013.08.19
조회 수 2348
어느 사랑이야기 (1)
시몬
2013.08.18
조회 수 2429
조회 수 2416
조회 수 5021
미소(微笑)예찬 / 주응규 (3)
niyee
2013.08.14
조회 수 2314
조회 수 2695
녹슨 삶을 두려워하라 (1)
시몬
2013.08.13
조회 수 2361
조회 수 2339
피는 물보다 진하다. (4)
조지아불독
2013.08.10
조회 수 2425
먼길을 다해..
시몬
2013.08.03
조회 수 2425
천천히 걷기를... (1)
시몬
2013.07.31
조회 수 2348
낙조 (1)
niyee
2013.07.30
조회 수 2231
일본은 끝났다 (5)
시몬
2013.07.29
조회 수 2336
왜 사느냐고..?
시몬
2013.07.26
조회 수 2200
내가 산다는 것.. (2)
시몬
2013.07.20
조회 수 2272
배우는 자의 행복한 기도 ... (3)
데보라
2013.07.20
조회 수 2344
조회 수 2358
말 돼네 (6)
고이민현
2013.07.13
조회 수 2833
내 아들들 에게 쓰는 편지 . (1)
시몬
2013.07.10
조회 수 2356
시원하게 한번 보세요~~~ (2)
시몬
2013.06.30
조회 수 2366
변호사와 전화 (2)
시몬
2013.06.27
조회 수 2329
조회 수 2327
빨간도깨비...
시몬
2013.06.24
조회 수 2740
인간은 만남을 통해 살아간다 (1)
고등어
2013.06.19
조회 수 2376
인생의 향기 (1)
시몬
2013.06.19
조회 수 2285
말에 관한 충고 (3)
시몬
2013.06.11
조회 수 2458
떠날 수 있다는건..
시몬
2013.06.10
조회 수 2264
불안도 쓸모 있다
시몬
2013.06.07
조회 수 2351
세월아 술한잔 하자 (6)
고이민현
2013.06.06
조회 수 2835
관심..
시몬
2013.06.05
조회 수 2308
청 춘.. (2)
시몬
2013.06.02
조회 수 2262
조회 수 2200
조회 수 2450
독도는?! (13)
바람이된별
2013.05.25
조회 수 2707
대숲에 들면 -박광호 (1)
niyee
2013.05.18
조회 수 2420
조회 수 2908
조회 수 2706
중년이라는 나이 (4)
오작교
2013.04.02
조회 수 3606
내가 알고 있는것 (1)
尹敏淑
2013.03.28
조회 수 2590
조회 수 2496
창밖에 걸린 봄 /오은서 (1)
niyee
2013.03.27
조회 수 2593
★ 어느 선술집벽 낙서 ★ (2)
고이민현
2013.03.22
조회 수 3088
조회 수 2651
어머니의 웃음! (1)
데보라
2013.03.02
조회 수 2592
메일이 맺어준 사랑이야기(寓話) (2)
고이민현
2013.02.22
조회 수 2686
어느 노부부의 외출 (6)
오작교
2013.02.16
조회 수 2818
당신은 애무나 잘 하셔! (10)
고이민현
2013.02.11
조회 수 4656
메아리.... (6)
데보라
2013.02.10
조회 수 2726
조회 수 2716
조회 수 2690
다시 돌이킬 수 없는 네 가지 (6)
오작교
2013.01.22
조회 수 3142
'나' 와 '우리'의 갈림길/.... (1)
데보라
2013.01.21
조회 수 2456
태화강 연가Ⅱ / 송호준 (1)
niyee
2013.01.21
조회 수 2639
조회 수 2515
조회 수 2562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7)
Jango
2012.12.21
조회 수 2715
눈물어린 등불~.... (5)
데보라
2012.12.20
조회 수 2530
조회 수 2517
설화 / 송호준 (1)
niyee
2012.12.17
조회 수 2448
에미 맘~.... (7)
데보라
2012.12.07
조회 수 2446
꿈과 소망으로 아름다운 하루 (1)
고등어
2012.12.05
조회 수 2478
겨울 장미/ 외외 이재옥 (2)
niyee
2012.11.30
조회 수 2522
가을 엘레지 -詩 김설하 (3)
niyee
2012.11.29
조회 수 2557
♠ 어느 실버의 간절한 소망 ♠ (5)
고이민현
2012.11.28
조회 수 2453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