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들 -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좋은 이야기를 올리는 공간

글 수 900
2013.09.05 09:22:56 (*.36.80.227)
3316


              ♠ 충청도 장모 vs 서울 사위 ♠  
   

충청도 여자라 속 모르겠는겨? 쓰다 달다 말없다 폭발하는겨?
면전에서 무안 주고 싶지 않아 이리저리 에둘러 말할 뿐인디…
눌변이 달변보다 무서운지라 그 마음 헤아리는 게 사랑이유

"괜찮여. 벨일 없을겨. 너 가졌을 때 아들인 중 알고 산삼을 먹어놔서 
자식 중에 니가 젤로 튼튼혔어. 암(癌)은 무슨. 기도나 열심히 혀."
말은 그렇게 했어도 수화기를 내려놓은 명자씨 마음이 서럽다. 
악성인지 양성인지는 아직 모른대도, 어쩐지 시커먼 암세포가 
딸의 몸에 자라고 있는 것 같아 쪽파를 다듬던 손이 부르르 떨린다. 
목에 혹이 하나 있다고 했다. 
암인지 아닌지는 목을 열어봐야 알고, 암이면 목을 다시 열어 잘라내야 한단다.

성탄 전야에 딸 소식을 전한 사위는 애써 장모를 위로했다. 
"갑상선은 국민 질병이라잖아요. 설령 암이래도 수술하면 완쾌된다니 염려 마세요.
"국민 질병? 명자씨의 심사가 뒤틀린다. 
말처럼 튼실했던 내 딸이 시래기죽처럼 허물어진 게 다 누구 탓인디, 
여왕처럼 호강시켜 준다고 날름 업어가더니 고생만 바글바글 시킨 게 누군디, 
암은 스트레스가 응축된 덩어리라는디, 국민 질병이라니!

불에 얹은 고구마가 타는 줄도 모르고 명자씨는 자신의 우유부단을 책망했다. 
키만 멀대같이 크지 딸보다 한 살 덜 먹어 
촐랑촐랑 입만 똑똑한 서울 사위가 마음에 찰 리 없었다. 
저 좋다는 남자가 최고지 하고 헐값에 딸을 넘긴 게 두고두고 아까웠다. 
누구는 그것이 충청도 사람의 치명적 단점이라고 했다. 
싫다, 좋다 딱 자르지 못하고 '그려 그려' 구렁이 담 넘어가듯 했다가 평생 속병 앓는 거. 
얄미운 서울 사위는 한술 더 떴다. 
"충청도 여자라 그런지 집사람 속은 도통 알 수가 없어요. 
쓰다 달다 말도 않고 꽁하고 있다가는 느닷없이 폭발한단 말이지요." 
오죽하면 착한 내 딸이 폭발하겠느냐는 말이 목젖까지 차올랐으나 
그때도 명자씨는 엉뚱하게 화답했다. 
"갸 별명이 곰딴지여. 에려서부터 느리고 앞뒤가 꽉 막혀서는. 흐흐흐."

그럼 또 철없는 사위는 이바구를 이어갔다. 
"장모님, 3·1운동이 왜 1919년에 일어난 줄 아세요? 
1910년 한일강제병합 된 걸 충청도 사람들이 9년 뒤에 알았기 때문이래요. 
우하하! 또 있습니다. 
서울 사람이 충청도 시골장에 배추를 사러 갔대요. 
'한 포기에 얼마예요?' 물었더니 '알아서 주슈' 하더랍니다. 
'얼만지 알아야 드리죠?' 했더니 '있는 만큼 주슈' 하더래요. 
그래서 2000원을 내밀었더니 주인이 배추를 막 발로 걷어차면서 
'내 이걸 도로 땅에다 묻고 말지' 하고 화를 내더랍니다. 
놀란 서울 사람이 얼른 천원짜리 두 장을 더 얹어 4000원을 내밀었더니 
그제야 옆에 있던 달랑무를 배추에 얹어 주면서 배시시 웃더라지요."

중학교 교감이었던 장인이 사위를 나무란 건 그로부터 1년 6개월 뒤였다. 
"충청에선 면전(面前)에서 무안 주는 걸 상스럽다 여기네. 
무 자르듯 거절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지. 
만일 누가 '내일 밥 한 끼 먹자'고 했는데 충청도 사람이 '알았다'고 하면 
'생각해보겠다'는 것이지, '밥 먹으러 가겠다'는 뜻이 아니네. 
부탁을 해도 다짜고짜 안 하네. 
이웃에 낫을 빌리러 가면 두어 시간 딴 얘기 하다가 해 저물녘 되어서야 
'근디 낫 좀 빌려주면 안 되겄는가?' 하는 것이 충청의 처세네. 
언어의 마술사, 위대한 코미디언이 충청에서 왜 많이 나는 줄 아는가. 
비유에 능해 그렇다네. 흉도 비유로 보지. 
'잔칫집 가서 잘 얻어먹었는가?' 하면 
'허연 멀국에 헤엄치겠더구먼' 
'장화 신고 들어가 고기를 잡겠더구먼' 할지언정, '먹을 게 없었다'고 직설하지 않네. 
누가 세상을 떠나도 '어젯밤 그 양반이 숟가락을 놓으셨디야' '떼 이불 덮으셨디야' 하지, 
'세상 버렸다'같이 격 없는 말은 안 하네. 
자고로 눌변(訥辯)이 달변(達辯)보다 무서운 법. 
내 딸이 도통 뭔 생각을 하는지 모르겄다고? 
설거지할 때 혼자 궁싯대는 소리 들어보게. 
복이 있네 없네 하며 죄 없는 걸레를 땅바닥에 패대기치지는 않던가? 
자네 살 길이 거기에 있네."

물러터진 고구마를 꾸역꾸역 삼키다 명자씨 목이 멘다. 
100세 시대는 개뿔. 마흔이면 미적지근해지고, 쉰이면 쉬어빠지고, 
육십이면 으스러지는 게 여자 몸이거늘, 직장 다니랴, 아이 키우랴, 시부모 봉양하랴, 
몸이 열 개여도 모자랄 일을 미련퉁이처럼 해낼 적에 말렸어야 했다. 
저라고 왜 불평이 없을까마는, 행여 친정 부모 속 끓일까 언제고 
'좋다 좋다, 여기는 별일 없다'며 행복에 겨운 척하던 딸이었다. 
그것이 병이 되었나 싶은 게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따르릉따르릉! 전화벨이 울린다. 사위다. 
"깜박했어요, 어머니. 메리 크리스마~스!" 명자씨, 코를 팽 풀고 화답한다. 
"그려. 메리스 크리스고, 아기 예수 만만세여. 
난 괜찮으니 씰데없이 전화질 하지 말고 우리 딸이나 지성으로 살펴주시게."

수화기를 내려놓고 명자씨 두 주먹을 불끈 쥔다. 
내 딸 몸에 티끌만 한 '기스'라도 나면 너는 그날로 끝장인겨. 국물도 없는겨.  

                                          [조선일보] [김윤덕의 新줌마병법]
댓글
2013.09.10 14:16:40 (*.51.26.24)
尹敏淑

어~~~ 바로 나네유~~

내가 충청도 장모요.

울사위는 서울사위니....

근디 난 겁나게 성격 급한디....

댓글
2013.09.12 07:03:09 (*.36.80.227)
고이민현

서울 사위는 좀 빠릇 빠릇 하던가요?

윤작가님은 꽤 부지런 하시던데요.

댓글
2013.09.11 12:53:24 (*.201.54.147)
여명

ㅎㅎㅎ 재미나요~~~

댓글
2013.09.12 07:07:11 (*.36.80.227)
고이민현

비싸면 냅둬유~

집에가서 손자녀석이나 멕일래유~~~

느긋한 충청도 할매의 얘기...ㅎㅎㅎ

사진 및 파일 첨부

여기에 파일을 끌어 놓거나 왼쪽의 버튼을 클릭하세요.

파일 용량 제한 : 0MB (허용 확장자 : *.*)

0개 첨부 됨 ( / )
번호
제목
글쓴이
400 우정을 택하신 아버지 2
데보라
2010-01-08 1497
399 아홉가지 슬픔에 관한 명상 / Kahlil Gibran
琛 淵
2010-01-08 1968
398 멋진사진과 명언 8
청풍명월
2010-01-08 1822
397 피곤을 사드릴께요! 7
데보라
2010-01-07 1635
396 ♣ 다가온 인연은 소중하게♣ 3
장길산
2010-01-05 1653
395 새해에 생각하는 우정! 12
데보라
2010-01-04 1672
394 ♬♪^ 그니의 가슴을 뛰게 하는 거 5
코^ 주부
2010-01-03 1762
393 아이를 잃은 39세주부의 마지막일기 13 file
청풍명월
2010-01-03 1643
392 새해를 달마도사와 함께... 12
조지아불독
2010-01-03 1850
391 고맙습니다..그리고 행복했습니다 16 file
데보라
2009-12-31 1650
390 ♣ 庚寅年 새해 福 많이 받으세요~~~~~!! 4
niyee
2009-12-31 1228
389 고맙습니다~감사합니다~ 11
琛 淵
2009-12-31 1518
388 올 한해도 울 님들이 계셔서 마니 행복했습니다^^ 16 file
고운초롱
2009-12-30 1651
387 어느 말기암 어린이의 감동글 4
청풍명월
2009-12-28 1363
386 나를 울린 꼬맹이 4
데보라
2009-12-27 1462
385 2009년도. 부산 송년회 12
조지아불독
2009-12-27 1696
384 어느 남편의 아내 사랑 7 file
데보라
2009-12-25 1435
383 보고픔인지 그리움인지 2
琛 淵
2009-12-25 1570
382 하느님의 기적을 사러온소녀 4 file
청풍명월
2009-12-24 1375
381 2009년도 부산 송년 번팅 안내 16
달마
2009-12-22 1761
380 ♣ 축 성탄 [merry christmas]... 2
niyee
2009-12-21 1473
379 인생의 배낭 속에는~ 9
데보라
2009-12-20 1506
378 ♣ 고독에 대하여 -詩 김설하 1
niyee
2009-12-19 1236
377 ♡12월이라는 종착역♡ 3
데보라
2009-12-15 1452
376 눈물 외 / 김현승 (金顯承) 2
琛 淵
2009-12-15 1288
375 어느 80대노인의 유서 5
청풍명월
2009-12-14 1810
374 겨울 단상 / 詩 : 신해 1
♣해바라기
2009-12-14 1340
373 봄을 붙잡으려면 먼저 꽃을 머무르게 해야 한다! 8
슬기난
2009-12-13 1406
372 아버지를팝니다 8
청풍명월
2009-12-12 1482
371 故 鄕 11
조지아불독
2009-12-12 1726
370 아듀우 2009년 4
琛 淵
2009-12-12 1456
369 가장 아름다운 가위, 바위, 보 14
데보라
2009-12-10 1373
368 * 비타민, 얼마나 알고 계십니까? 3
Ador
2009-12-09 1320
367 ♧ 인생은 단 한번의 추억여행이야 ♧ 5 file
백합
2009-12-09 1397
366 고향.. ` 해운대 ` 21
조지아불독
2009-12-08 1840
365 ♣ 외로움만 더해가는 겨울 / 바위와구름 4
niyee
2009-12-08 1245
364 시클라멘의 짧은사랑 9
청풍명월
2009-12-06 1380
363 사랑하며 꿈꾸며 6
한일
2009-12-06 1423
362 12월에는~.... 9
데보라
2009-12-02 1362
361 ♣ 겨울 연정戀情 / 장성우 5
niyee
2009-11-30 1215
360 허물을 덮어 주세요 5
데보라
2009-11-29 1457
359 아름다운 손 9
데보라
2009-11-27 1393
358 할말이 없으면 침묵을 배워라 2
장길산
2009-11-26 1544
357 인생은 둥글게 둥글게~ 7
데보라
2009-11-22 1522
356 친구!~ 7
데보라
2009-11-15 1236
355 백수(白手)의 탄식 외 / 김기진(金基鎭) 1
琛 淵
2009-11-15 1613
354 울 요명온니,데보라님,백합님,허정님 요기루 와바바효?? 8 file
고운초롱
2009-11-14 1439
353 그래서 가을은 / 詩 : 김 춘경 1
♣해바라기
2009-11-13 1219
352 늦었지만 울 허정님의 생일을 추카추카해 주실래욤?? 10 file
고운초롱
2009-11-12 1289
351 아빠의 나라 16
조지아불독
2009-11-11 1441
350 안개속에 숨다. 10
尹敏淑
2009-11-09 1435
349 * 이보다, 더 낮은 삶을 어디서 찾으리오..... 7
Ador
2009-11-06 1246
348 靑鶴 연못! 6
슬기난
2009-11-05 1160
347 _♡ 길이 멀어도 찾아갈 벗이 있다면 ♡_ 10 file
백합
2009-11-03 1168
346 집착만은 놓아야 한다 11
장길산
2009-11-02 1223
345 그 시간은~ 17
데보라
2009-11-01 1253
344 ♣ 가을엽서 / 안도현 3
niyee
2009-10-31 1342
343 시월의 마지막 밤입니다 8
달마
2009-10-31 1335
342 그리움으로 행복을 주는 사람 5 file
백합
2009-10-27 1294
341 ♣ 가을은 가도 사랑은 남는다 / 바위와구름 1
niyee
2009-10-23 1100
340 Love, Parting, Sorrow,Solitude ... 12
하늘정원
2009-10-22 1315
339 울 감독님 넘넘 자랑습니다^^울 모두 추카추카 해주실래욤? 24 file
고운초롱
2009-10-22 1598
338 ♬♪^ 꼭` 놀부가 된 기분입니더.. 2
코^ 주부
2009-10-22 1239
337 * 심장마비 경보 5
Ador
2009-10-21 1113
336 함께 가는 길~ 7
데보라
2009-10-20 1173
335 자랑스러운 울 집을 물어~~물어 찾아와써효^^ 22 file
고운초롱
2009-10-20 1592
334 행복이 어딨냐고 물으신다면.......<펌> 4 file
별빛사이
2009-10-18 1198
333 설야(雪夜) 외 / 김후란 (金后蘭) 1
琛 淵
2009-10-14 1173
332 자식들만 보시오 4
장길산
2009-10-14 1257
331 논 개(論介) 외 / 변영로(卞榮魯) 2
琛 淵
2009-10-13 1195
330 ♬♪^. "구름모자 벗기?" 게임
코^ 주부
2009-10-13 1355
329 ♣ 가을 풍경 -詩 김설하 3
niyee
2009-10-12 995
328 ♬♪^. 오^ 감동을 위한 협주곡 7
코^ 주부
2009-10-10 1328
327 한가위를 맞으며 4
고이민현
2009-09-30 1623
326 * 의학의 새길 - 아로마 요법
Ador
2009-09-29 1608
325 ♬♪^ `인생을 건 일` 이라는 기? 5
코^ 주부
2009-09-28 1547
324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외 / 이상화(李相和) 2
琛 淵
2009-09-25 1423
323 ♣ 가을이 탄다 ~ 박만엽 1
niyee
2009-09-25 1419
322 ♥^ 진수무향 (眞水無香) 5
코^ 주부
2009-09-23 1876
321 황혼의 노래 외 / 주요한(朱曜翰) 3
琛 淵
2009-09-21 1802
320 가을서곡 12
尹敏淑
2009-09-18 1614
319 마지막 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이고 싶다 1
장길산
2009-09-18 1508
318 그날이 오면 외 / 심 훈
琛 淵
2009-09-18 1761
317 풀 외 / 남궁 벽 4
琛 淵
2009-09-17 1532
316 ♬♪^ . 행복한 인생` 이란
코^ 주부
2009-09-16 1632
315 오작교 회원이 지켜할 六德目 14
고이민현
2009-09-09 1592
314 영원한 비밀 외 / 양주동 2
琛 淵
2009-09-09 1914
313 긍정적인 마음 자세를 4
장길산
2009-09-08 1559
312 호 접(蝴蝶) 외 / 박화목
琛 淵
2009-09-06 1607
311 내게는 가장 소중한 그대 .... 용혜원
장길산
2009-09-05 1510
310 방랑의 마음 외 / 오상순 (吳相淳)
琛 淵
2009-09-02 1800
309 ♬♪^ 갑쑤니 4
코^ 주부
2009-09-01 1673
308 바람의 이유 6
尹敏淑
2009-08-29 1609
307 ♣ 8월처럼 살고 싶다네 / 소화 고은영 1
niyee
2009-08-29 1555
306 겨울바다 외 / 김남조
琛 淵
2009-08-27 1690
305 초대장 외 / 황석우 2
琛 淵
2009-08-26 1535
304 그리움은 저 산너머에서 9
尹敏淑
2009-08-25 1659
303 고통과 부활 외 / 이은상
琛 淵
2009-08-24 1633
302 세월이 가면 외 / 박인환 3
琛 淵
2009-08-21 1539
301 ♡ 남겨둘 줄 아는 사람 ♡ 6
데보라
2009-08-21 1521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