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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은 왜 등뒤에서 불어오는가 / 나희덕
바람을 향해 고개를 돌리는 순간
눈이 멀 것만 같아
몸을 더 낮게 웅크리고 엎드려 있었다.
떠내려가기 직전의 나무 뿌리처럼
모래 한 알을 붙잡고
오직 바람이 지나가기만 기다렸다.
그럴수록 바람은 더 세차게 등을 떠밀었다.
너를 날려버릴 거야
너를 날려버릴 거야
저 금 밖으로, 흙 밖으로
바람은 왜 등 뒤에서 불어오는가
수천의 입과 수천의 눈과 수천의 팔을 가진 바람은
나는 엉금엉금 기어서
누군가의 마른 종아리를 간신히 붙잡았다.
그 순간 눈을 떴다
내가 잡은 것은 뗏목이었다.
아니, 내가 흘러내리는 뗏목이었다.
바람은 왜 등뒤에서 불어오는가..!!
한때 나도 누군가의 종아리를 붙잡으려 애쓰고 애쓴 적이 있었지만
종아리는 너무나 미끄러워 도저히 잡을 수가 없었던 적이 있다..
누군가의 종아리를 붙잡으려 애쓰던 손은 여전히 허공을 헤엄치고
잡히지 않는 종아리는 바람을 맞으며 여전히 걷고 있을 것이리라..
모든 것은 있는 그대로 보아져야 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