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어떤 종류의 글이라도 제한없이 올릴 수 있는 공간입니다. 다만 눈쌀이 찌뿌러지는 글이나 미풍양속에 반하는 글은 예고없이 삭제합니다.
  • 돌아가기
  • 아래로
  • 위로
  • 목록
  • 댓글

여행자를 위한 서시/류시화

빈지게 2198

6

0



여행자를 위한 서시/류시화


날이 밝았으니 이제 여행을 떠나야 하리.

시간은 과거의 상념속으로 사라지고

영원의 틈새를 바라본 새처럼 그대 길 떠나야 하리.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리라.

그냥 저 세상 밖으로 걸어가리라.

한때는 불꽃 같은 삶과 바람 같은 죽음을 원했으니

새벽의 문 열고 여행길 나서는 자는 행복하여라.

아직 잠들지 않은 별 하나가 그대의 창백한 얼굴을 비추고

그대는 잠이 덜 깬 나무들 밑을 지나

지금 막 눈을 뜬 어린 뱀처럼 홀로 미명 속을 헤쳐 가야 하리.

이제 삶의 몽상을 끝낼 시간

날이 밝았으니, 불면의 베개를 머리맡에서 빼내야 하리.

오, 아침이여, 거짓에 잠든 세상 등 뒤로 하고

깃발 펄럭이는 영원의 땅으로 홀로 길 떠나는 아침이여.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은 자

혹은 충분히 사랑하기 위해 길 떠나는 자는 행복하여라.

그대의 영혼은 아직 투명하고

사랑함으로써 그것 때문에 상처입기를 두려워하지 않으리.

그대가 살아온 삶은 그대가 살지 않은 삶이니

이제 자기의 문에 이르기 위해 그대는

수많은 열리지 않는 문들을 두드려야 하리.

자기 자신과 만나기 위해 모든 이정표에게 길을 물어야 하리.

길은 또다른 길을 가리키고

세상의 나무 밑이 그대의 여인숙이 되리라.

별들이 구멍 뚫린 담요 속으로 그대를 들여다보리라.

그대는 잠들고 낯선 나라에서 모국어로 꿈을 꾸리라.

신고공유스크랩
0
댓글 등록
취소 댓글 등록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삭제하시겠습니까?

목록

공유

facebooktwitterpinterestbandkakao story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추천
공지 우리 홈 게시판 사용 방법 오작교 22.04.26.16:57 159566 0
공지 테이블 매너, 어렵지 않아요 2 오작교 14.12.04.10:33 171364 0
공지 당국이 제시한 개인정보 유출 10가지 점검 사항 4 오작교 14.01.22.17:09 188181 0
공지 알아두면 유익한 생활 상식 7 오작교 13.06.27.09:38 189050 0
53
normal
빈지게 05.05.11.15:58 2038 +6
52
normal
빈지게 05.05.11.15:51 2038 +3
51
normal
오작교 05.05.11.13:09 2024 +1
50
normal
빈지게 05.04.22.14:00 2195 +1
49
normal
빈지게 05.04.22.09:00 2024 +2
48
normal
빈지게 05.04.22.08:58 2254 +2
47
normal
빈지게 05.04.22.08:53 2214 +3
46
normal
빈지게 05.04.21.08:42 2190 +1
45
normal
빈지게 05.04.21.08:41 2673 +8
44
normal
빈지게 05.04.20.08:46 2247 +4
43
normal
빈지게 05.04.20.08:42 2274 +2
42
normal
신석균 05.04.19.15:47 2493 +3
41
normal
빈지게 05.04.19.13:47 2168 +3
40
normal
빈지게 05.04.19.08:44 2298 +2
39
normal
빈지게 05.04.18.01:27 2100 +2
38
normal
빈지게 05.04.18.01:14 2241 +2
37
normal
빈지게 05.04.18.01:13 2135 +2
normal
빈지게 05.04.17.13:36 2198 +6
35
normal
빈지게 05.04.17.13:25 2281 +1
34
normal
빈지게 05.04.16.08:50 2298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