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델라를 든 소녀/김영찬
칸델라를 든 소녀/김영찬
1.
칸델라는 죽음의 저 반대편에서 빛난다
그것은 틀림없이
한 소녀가 시간의 양끝을 붙잡고
부단히 명멸하는 추억을
팽팽하게 잡아당기고 있기 때문이다
낯선 시간에 노출된 나는
나라고 부르는 일인칭 사내인 나는
그토록 습관에 길들은 두 다리를 절름거리며
걸어가야 한다
칸델라의 불빛 반대쪽을 향하여 어김없이
매일같이 밥 한끼 씩 먹고
오줌 똥 걷어 싸면서 걸어나가야 한다
칸델라의 섬광이 불꽃 튀는 머리 위에
꽃을 꽂고
생활의 녹물이 녹아 없어질 때까지
2.
사랑하라, 사랑하라
미친 듯이 사랑하라
사랑할 날이
무진장 매장되어 있는 건 아니다
3.
유사성에 대하여 그리고 자가당착에 대하여
(1) : 시간이 과녁을 아주 빗나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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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꿈에서도 그녀를 만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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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 죽은 꽃은 이상향 속에서 향기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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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세 가지 명제를 압축시켜 머리 속에 구겨 넣거나
우유팩 속에 넣고 흔들어 강합적인 조합을 완성해 보라
칸델라의 불빛
나는 나의 언어가 그토록 끈질기게
불빛을 쫓고 있었음을 알지 못하였으나, 못하였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