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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정거장에서/오규원

빈지게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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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정거장에서/오규원


노점의 빈 의자를 그냥
시라고 하면 안되나
노점을 지키는 저 여자를
버스를 타려고 뛰는 저 남자의 엉덩이를
시라고 하면 안되나
나는 내가 무거워
시가 무거워 배운
작시법을 버리고
버스 정거장에서 견딘다
경찰의 불심 검문에 내미는
내 주민등록증을 시라고
하면 안되나
주민등록번호를 시라고
하면 안되나
안된다면 안되는 모두를
시라고 하면 안되나
나는 어리석은 독자를
배반하는 방법을
오늘도 궁리하고 있다
내가 버스를 기다리며
오지 않는 버스를
시라고 하면 안되나
시를 모르는 사람들을
시라고 하면 안되나
배반을 모르는 시가
있다면 말해보라
의미하는 모든 것은
배반을 안다 시대의
시가 배반을 알 때까지
쮸쮸바를 빨고 있는
저 여자의 입술을
시라고 하면 안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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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작교 2005.08.22. 11:46
오규원.
전형적으로 도시의 소시민의 정서를
잘 잡아내는 시인..
"죽고 난 뒤의 팬티"의 시인이지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빈지게 글쓴이 2005.08.22. 14:01
저는 오규원 시인님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근데 시를
참 재미있고 맛갈스럽게 쓰시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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