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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예감/ 반기룡

빈지게 1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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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예감/ 반기룡



아침 저녁으로 샤워기에 기댈 때
제법 미지근한 물을 원하고
오동나무에 뱃가죽 비비던 말매미도
크레셴드에서 디크레셴드로 목소리를 낮추고 있네
얼룩배기 황소의 축 처진 불알은
몸 안쪽으로 바짝 끌어 당기고
요란하게 돌아가던 선풍기도 울음을 그친 채
구석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네
여인네의 발걸음은
모데라토에서 라르고로 보폭을 바꾸고
길가에 핀 칸나와 부용화도 잎맥이 닫힌 듯
꺼칠꺼칠한 피부를 한 채 돌멩이만 툭툭 건드리네
무더위에 찌들었던 경운기도
배부른 들녘을 응시하며
황소걸음에서 잰걸음으로 가속을 하고
텅텅거리던 울음소리, 한 옥타브 높여 탕탕거리며
더욱 기세를 드높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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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작교 2005.08.24. 18:04
맞습니다.
확실히 요즈음의 제 모습이네요.
그러한 것을 시인님들은 저리도 예쁘게 시어를 놓아주셨네요.

빈지게님.
짊지고 오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빈지게 글쓴이 2005.08.25. 19:30
오자교님!
그 따갑던 올해의 여름도 소리없이 멀리로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늘 즐거운 가을날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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