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 누구나 자유롭게 글을 올릴 수 있습니다.

글 수 4,852
빈지게
2005.09.30 11:16:28 (*.159.174.222)
1225
1 / 0




애인/김용택


이웃 마을에 살던 그 여자는

내가 어디 갔다가 오는 날을 어떻게 아는지

내가 그의 마을 앞을 지날 때를 어떻게 아는지

내가 그의 집 앞을 지날 때쯤이면 용케도 발걸음을 딱 맞

추어 가지고는

작고 예쁜 대소쿠리를 옆에 끼고 대문을 나서서

긴 간짓대로 된 감망을 끌고

딸가닥딸가닥 자갈돌을 차며

미리 내 앞을 걸어갑니다

눈도 맘도 뒤에다가 두고

귀도, 검은 머릿결 밖으로 나온 작고 그리고 희고 이쁜

귀도 다 열어 놓고는

감을 따러 갑니다

커다란 느티나무가 저만큼 서있는 길

샛노란 산국이 길을 따라 피어있는 길

어쩌다가 시간을 잘못 맞추는 날이면

그여자는 붉은 감이 주렁주렁 달린 감나무를 높이높이

올라가서는 감을 땁니다

월남치마에다 빨간 스웨터를 입은 그여자는 내가 올 때

까지

소쿠리 가득 감이 넘쳐도 쓸데없이 감을 마구 땁니다

나를 좋아한 그 여자

어쩔 때 노란 산국 꽃포기 아래에다 편지를 감홍시로 눌

러놓은 그 여자

늦가을 시린 달빛을 밟으며 마을을 벗어난 하얀 길을 따

라가다 보면

느티나무에다 등을 기대고 달을 보며 환한 이마로 나를

기다리던

그여자

내가 좋아했던 이웃 마을 그 여자

들 패랭이 같고

느티나무 아래 일찍 핀 구절초꽃 같던 그 여자

가을해가 이렇게 뉘엿뉘엿 지는 날

이 길을 걸으면 지금도 내 마음속에서 살아나와

저만큼 앞서가다가 뒤돌아보며

단풍 물든 느티나무 잎사귀같이 살짝 낯을 붉히며 웃는,

웃을 때는 쪽니가 이쁘던 그 여자


우리나라 가을 하늘같이 오래된 그 여자





공지 우리 홈 게시판 사용 방법 file
오작교
76589   2022-04-26 2022-04-26 17:00
공지 테이블 매너, 어렵지 않아요 2 file
오작교
87363   2014-12-04 2021-02-04 13:44
공지 당국이 제시한 개인정보 유출 10가지 점검 사항 4 file
오작교
104016   2014-01-22 2021-02-04 13:58
공지 알아두면 유익한 생활 상식 7
오작교
104739   2013-06-27 2015-07-12 17:04
조회 수 1301
추천 수 3
추억을 찾으러 간 호수 (1)
동산의솔
2005.10.03
조회 수 1329
추천 수 17
조회 수 1390
계절이 바뀌어 갑니다
진리여행
2005.10.01
조회 수 1265
추천 수 1
깨끗한 영혼
고암
2005.10.01
조회 수 1401
이 순간/피천득
빈지게
2005.10.01
조회 수 1367
조회 수 1264
추천 수 1
그동안 (1)
맑은샘
2005.09.30
조회 수 1388
Swish roll풍경입니다
고암
2005.09.30
조회 수 1335
진도아리랑~~엽기버젼!! (1)
안개
2005.09.30
조회 수 1351
마이산의 코스모스 군락지 (3)
하늘빛
2005.09.30
조회 수 1269
추천 수 2
고창 선운사의 상사화 (4)
하늘빛
2005.09.30
조회 수 1352
추천 수 1
꿈꾸는 가을노래/고정희
빈지게
2005.09.30
조회 수 1339
추천 수 1
애인/김용택
빈지게
2005.09.30
조회 수 1225
추천 수 1
노을빛 그리움/ 김대규
빈지게
2005.09.30
조회 수 1268
추천 수 1
연어/정호승
빈지게
2005.09.29
조회 수 1330
추천 수 2
돌이킬 수 없는 사랑 (3)
하늘빛
2005.09.29
조회 수 1377
조회 수 1288
추천 수 3
Happy Seven (2)
우먼
2005.09.29
조회 수 1352
추천 수 1
너에게/정호승 (2)
빈지게
2005.09.28
조회 수 1353
추천 수 1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