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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꿈 이야기 ◈



잿빛 안개 자욱한 벌판 
어둑한 밤길을 서성이는 그림자 하나
짙은 어둠속 고목들 사이로
어슴프레 다가서는 기괴한 느낌 
알 수 없는 두려움의 미로에서 
실체가 보이지 않는 나의 형상이
길을 잃고 쓸어지듯 눈을 감았다


그곳 어둠이 깔린 동토에는
무색의 눈이 내리고 있었다
인적없는 쓸쓸한 벌판에
끝없이 눈보라가 흩날리고 있었다
고립무원의 빈 벌판에서
몸이 굳어가는 추위에
아무리 발버둥쳐도 움직일 수 없었다


눈을 뜨니 나타난 흑암의 들녘
그곳에는 비바람 눈보라도 없었다
스치는 바람마저 잠든 날
적막의 심연에 빠진 내가슴에
울리던 간절한 노래도 없었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정적의 땅에
그저 끝없는 침묵만이 이어졌다


끝없는 침묵의 바다에서
말없이 앞을 스치고 가는
가슴속에 영원한 그 사람
먼 어둠속으로 까마득히 멀어진다
안타까이 멀어지는 그 모습에
애태우며 뒤쫓는 간절한 마음
천방지축 허둥대건만
몸은 묶인듯 움직일 수 없어라


꿈, 짧은 한낮의 꿈은 그렇게 끝났다
으스스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
눈부시게 쏟아지는 햇살
산과 들 그리고 호수와 바다
눈앞에 살아 숨쉬는 모든 것들이
저마다 삶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 하는 곳
넓은 이땅에 내가 숨쉬고 있구나
이것이 진정 삶의 참 모습이로다

2005.10.30/동산의솔
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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