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빛 안개 자욱한 벌판 어둑한 밤길을 서성이는 그림자 하나 짙은 어둠속 고목들 사이로 어슴프레 다가서는 기괴한 느낌 알 수 없는 두려움의 미로에서 실체가 보이지 않는 나의 형상이 길을 잃고 쓸어지듯 눈을 감았다 그곳 어둠이 깔린 동토에는 무색의 눈이 내리고 있었다 인적없는 쓸쓸한 벌판에 끝없이 눈보라가 흩날리고 있었다 고립무원의 빈 벌판에서 몸이 굳어가는 추위에 아무리 발버둥쳐도 움직일 수 없었다 눈을 뜨니 나타난 흑암의 들녘 그곳에는 비바람 눈보라도 없었다 스치는 바람마저 잠든 날 적막의 심연에 빠진 내가슴에 울리던 간절한 노래도 없었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정적의 땅에 그저 끝없는 침묵만이 이어졌다 끝없는 침묵의 바다에서 말없이 앞을 스치고 가는 가슴속에 영원한 그 사람 먼 어둠속으로 까마득히 멀어진다 안타까이 멀어지는 그 모습에 애태우며 뒤쫓는 간절한 마음 천방지축 허둥대건만 몸은 묶인듯 움직일 수 없어라 꿈, 짧은 한낮의 꿈은 그렇게 끝났다 으스스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 눈부시게 쏟아지는 햇살 산과 들 그리고 호수와 바다 눈앞에 살아 숨쉬는 모든 것들이 저마다 삶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 하는 곳 넓은 이땅에 내가 숨쉬고 있구나 이것이 진정 삶의 참 모습이로다 2005.10.30/동산의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