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 누구나 자유롭게 글을 올릴 수 있습니다.

글 수 4,852
2005.11.03 10:07:26 (*.159.174.222)
1278
4 / 0



11월의 숲/심재휘

가을이 깊어지자 해는 남쪽 길로 돌아가고
북쪽 창문으로는 참나무 숲이 집과 가까워졌다
검은 새들이 집 근처에서 우는 풍경보다
약속으로 가득한 먼 후일이 오히려 불길하였다


날씨는 추워지지만 아직도 지겨운 꿈들을 매달고 있는
담장 밖의 오래된 감나무에게 작별인사를 한다
이제 나는
숲이 보여주는 촘촘한 간격으로 걸어 갈 뿐이다

여러 참나무들의 군락을 가로 질러 갈 때
옛 사람 생각이 났다, 나무들은 무엇인가를 보여주려고
자꾸 몸을 뒤지고는 하였지만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길죽하거나
둥근 낙엽들의 기억에 관한 것 밖에는 없다

나는 내가 아는 풀꽃들을 떠 올린다
천천히 외워보는 지난 여름의 그 이름들은
그러나 피어서 아름다운 순간들에만 해당한다

가끔 두고 온 집을 돌아 보기도 하지만
한 때의 정처들 어느덧 숲이 되어가는 폐가들
일찍 찾아 온 저녁의 기운에 낙엽 하나가
잔 햇살을 보여주기도 감추기도 하며 떨어진다

사람들은 그 규칙을 궁금해 하지만 지금은
낙하의 유연함을 관람하기로 하는 때

그리하여 나는 끝없이 갈라진
나뭇가지의 몸들을 만지며
내가 걸어가는 11월의 숲이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할 뿐이다
번호
제목
글쓴이
공지 우리 홈 게시판 사용 방법 file
오작교
76825   2022-04-26 2022-04-26 17:00
공지 테이블 매너, 어렵지 않아요 2 file
오작교
87586   2014-12-04 2021-02-04 13:44
공지 당국이 제시한 개인정보 유출 10가지 점검 사항 4 file
오작교
104234   2014-01-22 2021-02-04 13:58
공지 알아두면 유익한 생활 상식 7
오작교
104970   2013-06-27 2015-07-12 17:04
452 올챙이의 비밀
김일경
1305 1 2005-11-06 2005-11-06 08:25
 
451 인간은 고독하다
바위와구름
1250 3 2005-11-05 2005-11-05 14:40
 
450 그대여 가을이 가려합니다. 1
황혼의 신사
1295   2005-11-05 2005-11-05 13:26
 
449 어느 가을날 1
고암
998 4 2005-11-05 2005-11-05 10:39
 
448 이것은 괴로움인가 기쁨인가/황동규 3
빈지게
1055 1 2005-11-04 2005-11-04 20:39
 
447 101가지 선물~거시기
김남민
1292 1 2005-11-04 2005-11-04 17:49
 
446 사랑하고도 외로운 것은/김경훈
빈지게
1297 1 2005-11-04 2005-11-04 09:38
 
445 감국 甘菊 2
차영섭
1291 1 2005-11-04 2005-11-04 04:42
 
444 안나의 생활^^
안나
1358   2005-11-04 2005-11-04 03:59
 
443 개구쟁이 유빈이 델꼬 왔어요~~^^ 8
안개
1384 2 2005-11-04 2005-11-04 00:02
 
442 잘보고 갑니^^
정용인
1287 5 2005-11-03 2005-11-03 23:15
 
441 해마다 가을이 오면
고선예
1158 14 2005-11-03 2005-11-03 20:28
 
440 단풍/나태주
빈지게
1281 1 2005-11-03 2005-11-03 13:10
 
439 당신이 보고 싶은 날이면 1
하늘빛
1357   2005-11-03 2005-11-03 13:10
 
438 지리산 천왕봉2 2
하늘빛
1325   2005-11-03 2005-11-03 13:09
 
437 지리산 천왕봉1 1
하늘빛
1351   2005-11-03 2005-11-03 13:08
 
11월의 숲/심재휘
빈지게
1278 4 2005-11-03 2005-11-03 10:07
11월의 숲/심재휘 가을이 깊어지자 해는 남쪽 길로 돌아가고 북쪽 창문으로는 참나무 숲이 집과 가까워졌다 검은 새들이 집 근처에서 우는 풍경보다 약속으로 가득한 먼 후일이 오히려 불길하였다 날씨는 추워지지만 아직도 지겨운 꿈들을 매달고 있는 담장 밖...  
435 어떤 꿈 이야기
동산의솔
1125 7 2005-11-03 2005-11-03 06:43
 
434 아름다운 관계
차영섭
1356   2005-11-02 2005-11-02 18:58
 
433 드뎌 유빈이에 결과가 나왔습니다 8
안개
5353 174 2005-11-02 2005-11-02 15:43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