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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지게
2005.11.11 00:30:42 (*.87.197.175)
1965




기도 1/나태주


내가 외로운 사람이라면
나보다 더 외로운 사람을
생각하게 하여 주옵소서

내가 추운 사람이라면
나보다 더 추운 사람을
생각하게 하여 주옵소서

내가 가난한 사람이라면
나보다 더 가난한 사람을
생각하게 하여 주옵소서

더욱이나 내가 비천한 사람이라면
나보다 더 비천한 사람을
생각하게 하여 주옵소서

그리하여 때때로
스스로 묻고
스스로 대답하게 하여 주옵소서

나는 지금 어디에 와 있는가?
나는 지금 어디로 향해 가고 있는가?
나는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가?
나는 지금 무엇을 꿈구고 있는가?



*외롭게 살때가 있다. 춤고 배고프고 가난하게 살때가 있다. 비천한 모습
으로 살아야 할 때도 있다. 힘들고 고통스럽고 원망스러운 마음을 감출 수
없을때가 있다. 그러나 그런날 만약 나보다 더 외로운 사람을 생각하며 그
사람을 위해 기도할 수 있다면 반드시 외로움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다.

내가 춥고 가난한 처지임에도 불구하고 나보다 더 추운 사람, 나보다 더
가난한 사람을 위해 기도하고 시를 쓸 수 있다면 하느님은 그 기도를 들
어 주실 것 같다. 그리고 그렇게 기도한 사람은 외롭지 않고 비천하지 않
은 사람으로 만들어 주실 것 같다.

그리하여 스스로 내가 지금 어디에 와 있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묻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는 길을 잃지 않고 자기가 꿈꾸던 곳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시집 "부모와 자녀가 꼭 함께 읽어야 할 시" 중에서-
삭제 수정 댓글
2005.11.11 22:25:43 (*.74.66.5)
유리
내 어둠에 가려 다른사람의 어둠을 볼 수 없을 때도 종종 있는 것 같아요.
요즘 제 마음이 그런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우선은 기도가 부족한 제 탓도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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