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 누구나 자유롭게 글을 올릴 수 있습니다.

글 수 4,852




겨울로 가는 나무 한 그루 / 도종환


모두들 제 빛깔로 물드는 나무들을 보며

우리는 우리의 빛깔을 갖지 못해 괴로웠어요

이땅의 가장 낮은 곳을 택하여 간 것들이

결국 강물을 이루어 흐르는 것을 보며

갈 길을 찾지 못한 우리는 답답했어요

또 한 해가 가고 있어요

언덕 위의 자작나무처럼 몸이 크고

하나의 과일이 가을까지 익는 것처럼

우리도 그렇게 자라야 하는데

그물에 갇혀 발버둥치다 깨는 밤이 많았어요

선생님과 학교를 미워하며 떠난 친구들이 생각났어요

이제까지 나를 버티게 해준 나뭇잎들을

하나씩 떼어내며 생각해보면

늘 얻은 것보다는 잃은 것이 많았어요

눈이 내릴 것 같은 잿빛 저 하늘에

아직도 군데군데 푸른 하늘 때문에 살지만

해가 바뀌면

우리는 또 어디로 떠나야 할지 불안해요

남의 길 남의 빛깔이 아닌

누가 조금만 더 일찍 내 몸에 맞는

내 빛깔을 사랑할 수 있게 해주었다면

우리들의 젊은날은 더 풍요로웠을 거예요

이 세상의 어떤 사람도 결국은 하나씩의 작은 길을 가는 것이라고

조금만 더 일찍 가르쳐주었다면

오늘보다 좀더 아름다운 길을 걸어왔을 거예요

이제 너무나 많은 것을 놓치고 겨울로 가는 시간이 안타까워요

안녕. 뜨겁던 여름과 쓸쓸한 가을을

함께했던 벗들이여

한 개씩의 낙엽이 되어 이 세상의 한 모퉁이로

뿔뿔이 흩어져갈 벗들이여 안녕.
댓글
2005.11.17 13:45:53 (*.236.178.43)
안개
안개가 도종환님에 글을 좋아하는줄 어찌 아시고 빈지게님께서 이리 글올려주셨네요^^
저랑 혹시 어젯밤 텔레파시가 팍~팍~ 통하셨남?? ^^
님께서 올려주신 좋은글에 늦은밤까지 수고해주신 오작교님에 영상곡과 더불어 즐감하며 커피한잔 하고 있습니다
빈지게님도 안개가 타주는 커피한잔 드실래요 ^^
아님...향기만으로라도...후~~~우 ㅎㅎ
안개가 불어주는 커피향이 그곳까지 전해졌는지요 ^^
빈지게님!
내내 즐거운 나날 되십시요~^^
고롬 안개는 난중에 또 뵈께요...
댓글
2005.11.17 15:19:24 (*.159.174.214)
빈지게
안개님께서 타주신 커피 제가 사무실에 사가지고 온
검은깨가 드문드문 들어있는 하비스트 과자와 함께
마시니 너무 맛있습니다.ㅎㅎ 감사합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공지 우리 홈 게시판 사용 방법 file
오작교
79073   2022-04-26 2022-04-26 17:00
공지 테이블 매너, 어렵지 않아요 2 file
오작교
89956   2014-12-04 2021-02-04 13:44
공지 당국이 제시한 개인정보 유출 10가지 점검 사항 4 file
오작교
106641   2014-01-22 2021-02-04 13:58
공지 알아두면 유익한 생활 상식 7
오작교
107337   2013-06-27 2015-07-12 17:04
512 아줌마 셋이서의 외출... 1
미래
1388   2005-11-21 2005-11-21 19:51
 
511 내게 당신은 첫눈 같은 이/김용택 2
빈지게
1358 1 2005-11-21 2005-11-21 17:43
 
510 보이지 않는 흔들림 1
고암
1337 2 2005-11-21 2005-11-21 15:45
 
509 ^(^.. 우먼입니다 4
우먼
1382   2005-11-20 2005-11-20 01:03
 
508 세상에서 가장비싼만원/물고기자리 3
김남민
1374 1 2005-11-20 2005-11-20 00:03
 
507 흐르는 계절은 울지 않는데 3
향일화
1387 1 2005-11-19 2005-11-19 20:40
 
506 친구 빈지개님^*^ 2
Jango
1337 4 2005-11-19 2005-11-19 19:53
 
505 사랑의 계단/이외수
빈지게
1113 2 2005-11-19 2005-11-19 11:36
 
504 들국/김용택 3
빈지게
1391 1 2005-11-19 2005-11-19 10:55
 
503 온라인/이복희
빈지게
1336 18 2005-11-18 2005-11-18 23:13
 
502 이 가을 그리움에 1
황혼의 신사
1078 5 2005-11-18 2005-11-18 15:30
 
501 가을 길목에 서면*김윤진 1
sunlee
1052 4 2005-11-18 2005-11-18 14:42
 
500 아직은 보낼수가 없네 1
고암
1054 4 2005-11-18 2005-11-18 11:12
 
499 잘 하는 사람 1
차영섭
1450   2005-11-18 2005-11-18 09:46
 
498 볼수록 웃기는 CF 한 편입니다. 1
김일경
1137 1 2005-11-18 2005-11-18 06:39
 
겨울로 가는 나무 한 그루 / 도종환 2
빈지게
1148 10 2005-11-17 2005-11-17 09:19
겨울로 가는 나무 한 그루 / 도종환 모두들 제 빛깔로 물드는 나무들을 보며 우리는 우리의 빛깔을 갖지 못해 괴로웠어요 이땅의 가장 낮은 곳을 택하여 간 것들이 결국 강물을 이루어 흐르는 것을 보며 갈 길을 찾지 못한 우리는 답답했어요 또 한 해가 가고 ...  
496 쉽게 씌어진 시/ 윤동주 1
빈지게
1379 1 2005-11-17 2005-11-17 09:06
 
495 지울 수 없는 얼굴/고정희
빈지게
1390 1 2005-11-16 2005-11-16 17:50
 
494 엽기적인 그녀
김남민
1386 80 2005-11-16 2005-11-16 14:47
 
493 당신이기에 사랑합니다 -용혜원- 2 file
하은
1385 2 2005-11-16 2005-11-16 05:13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