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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국/김용택

빈지게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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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국/김용택


산마다 단풍만 고우면 뭐헌다요

뭐헌다요. 산 아래

물빛만 저리 고우면 뭐헌다요

산 너머, 저 산 너머로

산 그늘도 다 도망가불고

산 아래 집 뒤안

하얀 억새꽃 하얀 손짓도

당신 안 오는데 뭔 헛짓이다요

저런 것들이 다 뭔 소용이다요

뭔 소용이다요. 어둔 산머리

초생달만 그대 얼굴같이 걸리면 뭐헌다요

마른 지푸라기 같은 내 마음에

허연 서리만 끼어가고

저 달 금방 져불면

세상 길 다 막혀 막막한 어둠 천지일 턴디

병신같이, 바보 천치같이

이 가을 다 가도록

서리밭에 하얀 들국으로 피어 있으면

뭐헌다요. 뭔 소용이다요.



-시집 "참 좋은 당신"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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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2005.11.19. 11:23
빈지게님께서 올려주신 글을 음미하다보니....
갑자기 어린시절이 뒷산에서 놀던 풍경이 떠올려지네요^^
안개는 시골에서 자라 저나름대로 꼬깃꼬깃 담아둔 아름다운 추억이 많이 있습니다
낮은 뒷산에 하얀 억새풀이 나풀나풀거리고...산지천에 벌개미취가 은은한 향기를 품으며 조화를 이루고
있었지요...
그땐 그풍경이 그리 아름답다고 느끼지 못했었는데....조금 아주 조금 나이를 먹고 자연을 바라보니...
자연을 바라보는 느낌부터가 달라져있습니다
당연하게만 느껴졌던게..이젠 감사하는 맘으로 바라보게되고.....세월은 그냥 흐르는게 아닌가 봅니다^^
빈지게님 ^^
또 한주에 휴식을 취하게 되는 주말입니다
즐거운 주말보내시고...건강하세요~~~
빈지게 글쓴이 2005.11.19. 11:50
안개님! 유년시절 향기로운 흙냄새를 맡으시던 소
중한 추억을 많이 간직하고 계시나 봅니다.

저도 시골에서 태어나 어린시절 추억이 참 많습니다.
뒷동산에 올라가 전쟁놀이도 하고 숨바꼭질도 하고,
밀가루 가지고 가서 삭카린 넣고 반죽해서 깡통에다
넣고 삭다리 꺾어서 불을때어 빵을 찐다고 한 것이
풀처럼 익은 것을 먹어보기도 했고요.

요즘같은 날씨엔 겨울 땜감을 준비하느라 갈퀴와 망태
를 가지고 뒷동산에 올라가 소나무 잎 긁어오는 것도
큰일 이었지요.ㅎㅎ

추억은 늘 그리움의 고향처럼 새록 새록 더 선명하게
떠오르는 것 같습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바랍니
다.^^*
안개 2005.11.19. 13:10
빈지게님 어린시절 얘기 듣고있노라니 연신 입가에서 미소가 떠나질 않네요 ^^
안개는 아직 나이는 어립니다요 ㅎㅎ
그래도 시골에서 자라 나름대로 잼난 추억이 많다고 혼자 그리 생각하고 있지요...ㅎㅎ
동네애들이랑 오두막에서 과수원지키는 사촌오빠를 제가 깜찍(끔찍)한 ?? 애교로.....
유혹하는 그틈을 이용해 사과써리도 무사히 하고...ㅋㅋ
또 ...할머니 몰래 쌀을 가져가서는 소다를 넣어 노릇노릇하게 볶아먹던기억....
써리해 모은 과일로 다리밑에서 팀을 짜서는 언니오빠들 앞에서 노래하고 춤춰서 그 댓가로 써리해온 과일을 상으로 받은기억...
지금 생각하니 참으로 아련히 느껴지는 추억이지만.... 지나고 나니 그 추억이 더 소중하고 값지게 느껴지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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