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 누구나 자유롭게 글을 올릴 수 있습니다.

글 수 4,852
2005.12.22 10:11:09 (*.159.174.223)
1198
2 / 0




민들레 뿌리/도종환


날이 가물수록 민들레는 뿌리를 깊이 내린다

때가 되면 햇살 가득 넘치고 빗물 넉넉해

꽃 피고 열매 맺는 일 순탄하기만 한 삶도 많지만

사는 일 누구에게나 그리 만만치 않아

어느해엔 늦도록 추위가 물러가지 않거나

가뭄이 깊이 튼실한 꽃은커녕

몸을 지키기 어려운 때도 있다

눈치빠른 이들은 들판을 떠나고

남아 있는 것들도 삶의 반경 절반으로 줄이며

떨어져나가는 제 살과 이파리들

어쩌지 못하고 바라보아야 할 때도 있다

겉보기엔 많이 빈약해지고 초췌하여 지쳐 있는 듯하지만

그럴수록 민들레는 뿌리를 깊이 내린다

남들은 제 꽃이 어떤 모양 어떤 빛깔로 비칠까 걱정할 때

곁뿌리 다 데리고 원뿌리를 곧게 곧게 아래로 내린다

꽃피기 어려운 때일수록 두 배 세 배 깊어져간다

더욱 말없이 더욱 진진하게 낮은 곳을 찾아서
번호
제목
글쓴이
공지 우리 홈 게시판 사용 방법 file
오작교
2022-04-26 70965  
공지 테이블 매너, 어렵지 않아요 2 file
오작교
2014-12-04 81732  
공지 당국이 제시한 개인정보 유출 10가지 점검 사항 4 file
오작교
2014-01-22 98445  
공지 알아두면 유익한 생활 상식 7
오작교
2013-06-27 99011  
672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1
도담
2005-12-30 1202 15
671 새해 福 많이 받으세요...^^ 1
niyee
2005-12-30 1234 8
670 꽃지게/우경화
빈지게
2005-12-29 1214 13
669 눈물 먼저 고이는 그리움 6
하늘빛
2005-12-29 1218 2
668 어두운 곳 없도록.. 1
꽃향기
2005-12-28 1268 2
667 똥의 심층적 분석 6
안개
2005-12-26 1252 7
666 늦은 가을 2
고암
2005-12-25 1352 1
665 잠재우지 못한사랑/참이슬 1
김남민
2005-12-24 1170 17
664 울~가족님들 메리 크리스마스~~^^* 6
안개
2005-12-24 4104 86
663 다시 사랑의 싹을 1
차영섭
2005-12-24 1109 12
662 여기 가난한 마을에도 / 박해옥 1
빈지게
2005-12-24 1172 1
661 12월을 보내며 3
하늘빛
2005-12-23 1812 48
660 가는 해 오는 해 2
꽃향기
2005-12-23 1262 17
659 도전하는 노년 3
황혼의 신사
2005-12-23 1545 22
658 즐거운 성탄절 되시길.... 2
선한사람
2005-12-22 1271 16
657 ★ Merry Christmas ☆ 3
♣해바라기
2005-12-22 1229 18
656 우리가 눈발이라면 / 안도현 2
빈지게
2005-12-22 1266 18
655 검정고무신/한인애
빈지게
2005-12-22 1315 20
민들레 뿌리/도종환
빈지게
2005-12-22 1198 2
653 말없이 사랑하십시오 -이혜인 3 file
하은
2005-12-22 993 4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