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 누구나 자유롭게 글을 올릴 수 있습니다.

글 수 4,852
2005.12.22 18:04:42 (*.159.174.223)
1690
20 / 0




검정고무신/한인애


어둡고 구멍 숭숭 난 시간을 질기게도 걸어 왔던거야, 마지막 호흡을 가다듬어야 할
시간인거야, 쓸쓸한 심장을 데워주던 기름통에 노란불이 켜지는 순간은 누구에게나
오는 법, 마지막 한 방울의 기름조차 떨어지면 그 자리에 그대로 주저앉아 눈을 감고
싶었을 뿐이야, 뚝.

마을 소공원의 벤취에
날마다 나와 앉으시던 노 할머니
검버섯 같이 내려와 앉는 낙엽을
떨리는 손으로 줍고 있었다
담쟁이처럼 얽혀 살던 눈빛 하나가
햇살처럼 손을 포개며
‘감자 먹고 가지, 왜 그냥 갔어’ 하면
‘응, 응’ 하고 채 머리만 흔들더니
그 잘디잔 허들 걸음으로 어디를 가셨나

바람이 조금 더 일렁일 뿐인데 마음이 자꾸 울컥거린다
지독한 그리움이니 까닭모를 눈물이니 하는 애상이 구름처럼 떠다니고
손안에는 무료한 시간만 들락거린다, 무릎이 비어가는 계절
햇살은 자꾸 등을 기대오지만, 더 이상 달리지 못하는 시간이 이제는 보인다
번호
제목
글쓴이
공지 우리 홈 게시판 사용 방법 file
오작교
107105   2022-04-26 2022-04-26 17:00
공지 테이블 매너, 어렵지 않아요 2 file
오작교
118458   2014-12-04 2021-02-04 13:44
공지 당국이 제시한 개인정보 유출 10가지 점검 사항 4 file
오작교
135334   2014-01-22 2021-02-04 13:58
공지 알아두면 유익한 생활 상식 7
오작교
135918   2013-06-27 2015-07-12 17:04
672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1
도담
1615 15 2005-12-30 2005-12-30 20:01
 
671 새해 福 많이 받으세요...^^ 1
niyee
1638 8 2005-12-30 2005-12-30 07:25
 
670 꽃지게/우경화
빈지게
1649 13 2005-12-29 2005-12-29 22:10
 
669 눈물 먼저 고이는 그리움 6
하늘빛
1596 2 2005-12-29 2005-12-29 10:59
 
668 어두운 곳 없도록.. 1
꽃향기
1697 2 2005-12-28 2005-12-28 12:53
 
667 똥의 심층적 분석 6
안개
1646 7 2005-12-26 2005-12-26 21:50
 
666 늦은 가을 2
고암
1696 1 2005-12-25 2005-12-25 12:02
 
665 잠재우지 못한사랑/참이슬 1
김남민
1515 17 2005-12-24 2005-12-24 16:31
 
664 울~가족님들 메리 크리스마스~~^^* 6
안개
4439 86 2005-12-24 2005-12-24 14:11
 
663 다시 사랑의 싹을 1
차영섭
1442 12 2005-12-24 2005-12-24 06:51
 
662 여기 가난한 마을에도 / 박해옥 1
빈지게
1521 1 2005-12-24 2005-12-24 00:06
 
661 12월을 보내며 3
하늘빛
2130 48 2005-12-23 2005-12-23 13:57
 
660 가는 해 오는 해 2
꽃향기
1698 17 2005-12-23 2005-12-23 13:24
 
659 도전하는 노년 3
황혼의 신사
1875 22 2005-12-23 2005-12-23 13:10
 
658 즐거운 성탄절 되시길.... 2
선한사람
1697 16 2005-12-22 2005-12-22 22:24
 
657 ★ Merry Christmas ☆ 3
♣해바라기
1702 18 2005-12-22 2005-12-22 22:03
 
656 우리가 눈발이라면 / 안도현 2
빈지게
1709 18 2005-12-22 2005-12-22 18:06
 
검정고무신/한인애
빈지게
1690 20 2005-12-22 2005-12-22 18:04
검정고무신/한인애 어둡고 구멍 숭숭 난 시간을 질기게도 걸어 왔던거야, 마지막 호흡을 가다듬어야 할 시간인거야, 쓸쓸한 심장을 데워주던 기름통에 노란불이 켜지는 순간은 누구에게나 오는 법, 마지막 한 방울의 기름조차 떨어지면 그 자리에 그대로 주저...  
654 민들레 뿌리/도종환
빈지게
1586 2 2005-12-22 2005-12-22 10:11
 
653 말없이 사랑하십시오 -이혜인 3 file
하은
1310 4 2005-12-22 2005-12-22 06:10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