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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1.11 00:18:44 (*.87.197.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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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밤이었습니다. 한분뿐인 고모의 동반자이신 고숙께서 술을 너
무 좋아하셔서 간경화로 60세의 아직은 젊으신 나이에 먼 나라로 가셔서
서울에 사는 남동생과 여동생 2명 제주에 사는 막내 동생과 저까지 저희
5남매가 조문을 하고 동생들은 오랜만에 만났으니 일정을 하루 늦춰 더
쉬었다 가기로 하고 시골집에 모두 모이기로 했습니다.

저는 저녁에 마실 술이나 안주 등을 구입해서 시골집에 갈까하고 어두워
질 무렵 바로 아래 여동생한테 전화를 했더니 모두 준비하여 놓았다며 그냥
오라고 했다. 시골집에 가서 저녁식사를 마치고 부모님과 우리 5남매 그리
고 막내 여동생 아들과 딸까지 모두 9명이 큰방에 모여 앉아 어린시절에 물
난리를 피해 남의 집에 가서 잠을 잤던 일등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장남인 저와 둘째 여동생은 어린아이 때 어리광을 부리듯 방바닥에 납작 엎
드려 가슴에 베개를 괴고 방에 깔아 놓았던 이불을 덮고 있다가 제가먼저 바
로 일어나 제주도에서 온 조카들한테 용돈을 주자 동생들 3명과 아버지께서도
용돈을 주는 것이었습니다.

잠시 후에 우리는 미리 준비한 맥주를 갖다놓고 조금씩 마셨습니다. 안주는
과일과 설날에도 쓰고 우리 형제들한테도 골고루 나누어 주시기 위해 어머니
께서 벌써 시장에 가셔서 만들어다 놓으신 튀밥강정, 깨강정이었는데 어릴때
부터 아주 많이 먹었던 과자를 놓고 술을 마시니 마치 70년대의 풍경 같았습
니다.

그런데 갑자기 몸이 안 좋다고 술도 전혀 드시지 않았던 어머니께서 “내가
기분이 좋으니까 노래 한자리 해 볼께”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와! 하
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오랜만에 자식들이 모두 한곳에 모이니까 기분이 무척
좋으셨나 봅니다. 또 우리 형제들은 모두 아들하나 딸 하나씩을 낳았거든요.

흘러간 옛 노래 “어머니. 아버지. 목메이게 불러봅니다”로 끝나는 노래를 미
리 한곡 준비를 하셨던 것처럼 하고 나셔서 우리형제들은 앵콜! 앵콜!을 연속
외치자 어머니께서는 두 번째 곡으로“가련다. 떠나련다. 어린아이 손을 잡고.-
--  못 살아도 나는 좋아. 외로워도 나는 좋아.” 그 노래를 한곡 더 부르셨는데
30대 못지않게 고음으로 노래를 부르시는 어머니께서 어떻게 저런 고음으로
노래를 부르시는지 저는 놀랐습니다. 노래가 끝나자 한참동안 박수소리가 멈
추지 않았습니다. 어머니께서 노래를 부르시는 동안 막내여동생은 일어나서 휴
대폰으로 동영상 촬영을 하고 어떻게 보면 연출을 지도한 드라마의 한 장면 같
았지만 너무나 자연스럽고 행복한 순간 이었습니다.

저는 지갑에서 동생들한테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만원짜리 지폐 1장만을 꺼
내어 어머니를 드리면서 “야! 어머니 노래 2곡을 듣고 가만히 있냐? 너희들
도 만원씩 드려!” 하자 어떤 동생은 다른 방에까지 가서 지갑을 가지고 와서
어머니한테 모두 만원씩 드렸습니다. 그다음엔 아버지한테 노래한곡 하시라
고 박수를 치자 아버지께서도 박수 소리에 잘 맞춰서 시원하게 한곡 하셨습
니다.

어머니께 용돈을 드린 것은 아버지께서 돈 관리를 하시기 때문에 시장에 나
가실 때에도 쓰시라는 뜻도 있지만 5년 전에 뇌동맥류 출혈로 쓰러지셨다가
오른쪽이 모두 마비된 상태에서 2개월 만에 걸음은 절지만 걸을 수 있게 9
0%는 회복을 하셨고, 5대독자인 아버지한테 20살에 시집오셔서 아들 많이
낳으려고 아들 2, 딸 4명을 낳으셔서 막내 동생 위에 여동생이 어릴 때부터
심장병을 앓아 9살까지 학교를 가지 못하고 있던 어느 봄날 먼 세상으로 떠

나 보냈고, 2년 전에는 저의 남동생 아들이 교통사고를 당하여 중환자실에 있
다는 소식을 접하고 밥도 못 먹고 있다고 하니까 죽을 것으로만 생각하셔서
쇼크를 받아 쓰러지셔 MRI촬영 결과 한번 소멸되면 살릴 수 없다는 소뇌가
소멸되어 가고 있다는 진단을 받고 저는 거의 거동불능 상태나 회생 불가능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서울로 후송하여 치료한 결과 예전처럼 건
강을 되찾았기에 정말 가슴이 찡했기 때문입니다.

우리 형제들은 어머니와 아버지의 노래가 끝난 후에는 아직 칠순이 되지 않으
신 부모님께서 팔순이 될 때까지도 건강하시라며 크게 박수를 쳐드렸습니다.
다시 한번 부모님 살아 계시는 동안 최선을 다해서 잘 모셔야 하겠다고 다짐
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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