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 누구나 자유롭게 글을 올릴 수 있습니다.

글 수 4,852

하늘의 노래 - 10. 삼각산여정



청하 권대욱

하늘이 붉게 물어들가면 나그네는 가던길멈추고
숨은벽에 도사린 긴 그림자를 봅니다.
걸어온 자취는 바람에 실려갔지만
눈길에 남겨던 발자국은 길게 따라왔습니다.
아마도 능선길에 남겨두고픈 미련인가봅니다.
뒤돌아보려니 차마 남겨둠이 싫어집니다.

하얀 눈길 걸어가던 길에는 대남문이 우뚝하고
그 너머 속세에는 작은 인연들이 남아있기래
나그네의 걸음길은 멈출 수가 없습니다.
아득히 보이는 도봉산자락에도 노을입니다.
무엇을 그리고 망연히 바라보는지
오늘은 바람마져도 같이 멈추어 있습니다.

화계사 일주문이 그리 높아서 처다보지만
두 눈에 비치는 저 하늘은 아마득합니다.
칼바위 능선길에 불어오던 새찬 바람도
이제는 도란 도란 속삭이기만 합니다.
지친 걸음이 재촉하지만 아직은 산록입니다.
남은 호흡을 가다듬고 노을을 다시 봅니다.

동장대 그 높은 기상이기에 역사도 보입니다.
함성소리가 스치고 지나가면 세월도 보입니다.
저 밑의 길가에는 작은 세상이 우스워보이고
나그네의 작은 숨결에는 번뇌가 서립니다.
성벽이 길게 드리워진 곳에는 그림자가 길고
나그네의 그림자도 따라 길어집니다.

만경대 너머 인수봉이 그리도 아름답지만
나그네에게는 미지의 세상인양합니다.
가마득하게 날리던 흰 빛의 태극기는
이 바람에는 어이 하고 있을런지 모릅니다.
그냥 용암문길을 나서면서 바라만 봅니다.
저 아래 도선사길이 보일것이니까요.

옹달샘도 얼어버린 작은 계곡길에는
정다운 부녀간의 걸음길이 한창입니다.
빙 돌아 거닐던 산성의 그 자욱 자욱에
남겨둔 흔적이 이 눈길에도 남겨두니
그것도 미련인가하여 두려워지지만
남은 마음이야 무슨 여정이련가합니다.

--하산길 도선사에서 올려본 만경봉은
참으로 아름다웠습니다,.,,

   청하   권대욱
댓글
2006.01.12 22:34:28 (*.87.197.175)
빈지게
북한산의 풍경이 너무 아름답습니다. 군대에서 휴가 나왔을
을때인 1979년 군복 차림으로 서울에 계신 작은외삼춘 하
고 백운대에 올랐었습니다. 감회가 새롭습니다. 아름다운
작품 감가드립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공지 우리 홈 게시판 사용 방법 file
오작교
107474   2022-04-26 2022-04-26 17:00
공지 테이블 매너, 어렵지 않아요 2 file
오작교
118858   2014-12-04 2021-02-04 13:44
공지 당국이 제시한 개인정보 유출 10가지 점검 사항 4 file
오작교
135738   2014-01-22 2021-02-04 13:58
공지 알아두면 유익한 생활 상식 7
오작교
136296   2013-06-27 2015-07-12 17:04
712 살아온 세월은 아름다워/유안진
빈지게
1707 13 2006-01-12 2006-01-12 23:52
 
711 사랑도 살아가는 일인데/도종환
빈지게
1682 16 2006-01-12 2006-01-12 23:42
 
710 그냥 좋아서 1
장생주
1457 4 2006-01-12 2006-01-12 10:19
 
709 하얀 시간을 기억하는 날에 /詩향일화 / 낭송 향일화 1
향일화
1605 17 2006-01-11 2006-01-11 21:42
 
하늘의 노래 - 10. 삼각산여정 1
진리여행
1595 16 2006-01-11 2006-01-11 21:17
하늘의 노래 - 10. 삼각산여정 청하 권대욱 하늘이 붉게 물어들가면 나그네는 가던길멈추고 숨은벽에 도사린 긴 그림자를 봅니다. 걸어온 자취는 바람에 실려갔지만 눈길에 남겨던 발자국은 길게 따라왔습니다. 아마도 능선길에 남겨두고픈 미련인가봅니다. 뒤...  
707 1
이상윤
1668 1 2006-01-11 2006-01-11 10:07
 
706 내 안에 작은 우주 1
차영섭
1625 3 2006-01-11 2006-01-11 09:02
 
705 부모님의 노래를 듣고
빈지게
1665 7 2006-01-11 2006-01-11 00:18
 
704 겨울 숲에서/안도현
빈지게
1665 12 2006-01-10 2006-01-10 20:08
 
703 삶에 취해/황동규
빈지게
1664 8 2006-01-10 2006-01-10 16:06
 
702 바람이 절로이는/이영순 2
빈지게
1447 11 2006-01-09 2006-01-09 14:05
 
701 그런사람 하나 있으면 좋겠다/유응교 5
빈지게
1606 12 2006-01-09 2006-01-09 14:04
 
700 당신이 소중한 친구입니다. 3
신석균
2038 17 2006-01-08 2006-01-08 17:39
 
699 ♣ 눈물의 하얀 와이셔츠 ♣ 5
안개
5306 93 2006-01-08 2006-01-08 17:00
 
698 그대와 함께 하고싶은 새날에/조용순 4
빈지게
1600 11 2006-01-06 2006-01-06 14:25
 
697 따뜻한 안부/박복화
빈지게
1672 10 2006-01-06 2006-01-06 14:10
 
696 길떠나는 이를 위하여.... 5
안개
1763   2006-01-06 2006-01-06 13:01
 
695 너를 만난 행복 3
고암
1659   2006-01-06 2006-01-06 06:01
 
694 암벽 등반,삶
차영섭
1681 14 2006-01-06 2006-01-06 04:41
 
693 하늘의 노래 - 9. 小寒餘情 1
권대욱
1653 17 2006-01-05 2006-01-05 23:23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