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 누구나 자유롭게 글을 올릴 수 있습니다.

글 수 4,852
2006.01.16 23:07:18 (*.47.212.186)
1633



    ☆어느 시어머니의 고백☆







    얼마전 뉴스를 듣는데

    90살 노부부가 치매에 걸려서

    동반자살을했다는 기사를 들었습니다.





    지금 내 나이보다 30여년을 더 사시면서

    얼마나 힘들고 고달펐겠는가 싶더군요.





    저는 또한 얼마전까지는 그래도

    하루하루 사는 기대를 가졌었답니다..후....

      



    차마 제 주위에 아는 사람들에겐

    부끄러워 말할수 없었던 한 달여동안의

    내 가슴속 멍을 털어보고자


    이렇게 어렵게 글을 적어 봅니다.





    내 하나밖에 없는 외아들 고등학교때

    남편을 잃고 혼자 몸으로 대학보내고

    집장만해서 장가를 보냈죠.

    이만큼이 부모로서 할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아들놈 장가 보내놓았으니

    효도한번 받아보자 싶은 욕심에

    아들놈 내외를 끼고 살고있습니다.





    집장만 따로해줄 형편이 안되서

    내 명의로 있던 집을

    아들명의로 바꿔놓고는 함께 살고있지요.



    남편 먼저 세상떠난 후 아들 대학까지

    공부가르치느라 공장일이며 때밀이며 파출부며.

    생전 처음 안해본 일이 없이 고생을 해서인지

    몸이 성한데가 없어도 어쩐지 아들 내외한테는

    쉽게 어디 아프다란 말하기가

    왜그렇게 눈치가 보이는지.....





    무릎관절이 안좋아서 매번 며느리한테

    병원비 타서 병원다니는 내 신세가

    왜 그렇게 한스런지.....





    참.모든 시어머니들이 이렇게

    며느리랑 함께 살면서 눈치보면서

    알게모르게 병들고있을겁니다.





    어디 식당에 일이라도 다니고 싶어도

    다리가 아파서 서서 일을 할 수가 없으니

    아들한테 짐만 된거같은 생각마져 듭니다.





    며느리가 용돈을 처음엔 꼬박 잘 챙겨 주더니

    이년전 다리가 아파서 병원을 다니면서부터는

    제 병원비 탓인지 용돈도 뜸해지더라구요,





    그래도 아따금씩 아들놈이 지 용돈 쪼개서

    꼬깃꼬깃주는 그 만원짜리 세네장에

    내가 아들놈은 잘 키웠지 하며

    스스로를 달래며 살았지요.





    그런데 이따금씩 만나는

    초등학교 친구들한테 밥한끼 사줘보지도 못하고

    얻어만 먹는게 너무 미안해서

    용돈을 조금씩 모았는데





    간혹 며느리한테 미안해서

    병원비 달라소리 못할때마다 그 모아둔 용돈

    다 들어쓰고 또 빈털털이가 되더라구요,





    그래서 정말 친구들한테 맘먹고

    밥한번 사야겠단 생각에


    아들놈 퇴근길목을 지키고 서있다가

    야야.용돈 좀 다오.

    엄마 친구들한테 매번 밥얻어먹기 미안해서

    조만간 밥한끼 꼭 좀 사야안되겠나.





    어렵게 말을꺼냈더니만 아들놈 하는말이

    엄마 집사람한테 이야기 할께요

    그러곤 들어가지 뭐예요.





    내가 괜히 말을 꺼냈는가 싶기도 하고

    며느리 눈치 볼 일이 또 까마득하더라구요.





    그렇게 아들놈한테 용돈 이야길 한지

    일주일이 넘도록 아무런 답이 없길래

    직접 며느리한테 "아가야, 내 용돈 쫌만 다오.





    친구들한테 하도 밥을 얻어먹었더니

    미안해서 밥한끼 살라한다,했더니





    며느리 아무 표정도 없이

    4만원을 챙겨 들고와서는 내밀더라구요.





    4만원가지고는 15명이나 되는 모임친구들

    5000원짜리 국밥 한그릇도 못먹이겠다 싶어서

    다음날 또 며느리를 붙들고

    용돈좀 다오 했더니 2만원을 챙겨 주더라구요,





    그렇게 세차례나 용돈 이야길 꺼내서

    받은 돈이 채 10만원이 안되더라구요.



    그래서 어차피 내가 밥사긴 글렀다 싶어서

    괜한짓을했나 후회가 되더라구요

    차마 병원비 달라소릴 더 못하겠더라구요,





    그래.내가 자식놈들 살기 어려운데

    뭘 자꾸 바라나 싶어서 나 자신을 나무라면서

    덩그라니 방에 앉아 집지키는 강아지 마냥

    자도자도 좀처럼 가지않는

    시계만 쳐다 봤지요.





    가만 생각해 보니깐

    괜히 돈을 달랬나 싶어지길래

    며느리한테 세번에 거쳐 받은

    10만원 안되는 돈을 들고 며느리 방으로 가서

    화장대 서럽에 돈을 넣어뒀지요.





    그런데 그 서랍속에

    며느리 가계부가 있더라구요.





    난 그냥 우리 며느리가

    알뜰살뜰  가계부도 다쓰는구나 싶은 생각에

    가계부를 열어 읽어 나가기 시작을 했는데.





    그 순간이 지금까지

    평생 후회할 순간이 될줄은 몰랐습니다 글쎄

    9월14일 왠수 40000원  

    9월15일 왠수 20000원

    9월17일 또 왠수 20000원



    처음엔 이 글이 뭔가 한참을 들여다 봤는데

    날짜며 금액이 내가 며느리한테

    용돈을 달래서 받아간 걸 적어둔 거더라구요.





    나는 그 순간 하늘이 노랗고

    숨이 탁 막혀서 자리에 주저앉아

    한참을 남편 생각에 아니 인생 헛살았구나

    싶은 생각에 아무것도 할수가 없더라구요.





    한첨을 멍하니 있다가  

    들고 들어갔던 돈을 다시 집어들고 나와서

    이걸 아들한테 이야기 해야하나

    말아야 하는가 생각을했는데

    차마 말을 할 수가 없더라구요.



    왜냐하면 내가 이 이야길 하면

    난 다시는 며느리랑 아들 얼굴을 보고

    함께 한집에서 살 수가 없을거 같더라구요.





    그런 생각에 더 비참해지더라구요

    그렇게 한달 전 내 가슴속에

    멍이들어 한10년은 더 늙은 듯 하네요.





    얼마 전 들은 그 90대 노부부의

    기사를 듣고나니깐

    그 노부부의 심정이 이해가 가더군요.



    아마도 자식들 짐 덜어주고자

    자살을 선택하지않았나 싶어요.





    며느리랑 아들한테 평생의

    짐이된단 생각이 들때면

    가끔 더 추해지기전에 죽어야할텐데

    싶은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도 이제 곧 손자녀석도 태어날텐데

    자꾸 그때 그 며느리의 가계부 한마디때문에

    이렇게 멍들어서 더 늙어가면 안되지 싶은생각에





    오늘도 수십번도 더 마음을 달래며 고치며

    그 가계부의 왠수란 두글자를 잊어보려 합니다.





    차라리 우리 며느리가

    이 방송을 들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이젠 자식 뒷바라지에 다 늙고

    몸 어디 성한데도 없고 일거리도 없이

    이렇게 하루하루를 무의미하게 지내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과 인지 모르시죠?





    이 세상 부모로서 꼭 전하고싶은 말이있습니다.

    세상에서 자식한테 받는 소외감은

    사는 의미 뿐만 아니라 지금껏 살아 왔던

    의미까지도 무의미해진다라고 말입니다.





    오늘 괜히 두 분께 이렇게

    큰소리한번 쳐봅니다.





    이제라도 이렇게 방송을 통해서

    가슴아팠던 심정을 털어 놓았느니





    며느리 눈치안보고 곧 태어날

    손주녀석만 생각하렵니다.





    요즘은 내가 혹시 치매에

    걸리지나 않을까싶은 두려움에

    책도 열심히 읽고 인터넷 고스톱도 치고

    그렇게 컴퓨터를 붙들고 시간을 보냅니다





    이젠 자식 눈치보고살지 않을까 합니다.

    이렇게 용기내고

    맘을 다독여서 열심히 살아야겠죠?





    이글은 MBC라디오 여성시대에서

    스크랩한 글입니다.





댓글
2006.01.17 13:18:45 (*.159.174.223)
빈지게
어른을 공경하고 어려운 일은 없는지 항상 신경을 쓰면
서 살아야 하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가슴이 찡하네요.^^*
번호
제목
글쓴이
공지 우리 홈 게시판 사용 방법 file
오작교
69482   2022-04-26 2022-04-26 17:00
공지 테이블 매너, 어렵지 않아요 2 file
오작교
80230   2014-12-04 2021-02-04 13:44
공지 당국이 제시한 개인정보 유출 10가지 점검 사항 4 file
오작교
96955   2014-01-22 2021-02-04 13:58
공지 알아두면 유익한 생활 상식 7
오작교
97551   2013-06-27 2015-07-12 17:04
732 와인잔에 사랑담아 1
꽃향기
952 14 2006-01-18 2006-01-18 10:10
 
731 그해 겨울나무 아래 2
cosmos
1080 10 2006-01-18 2006-01-18 05:01
 
730 푸세식 변소 사용법에 대한 연구결과 2
안개
1086 16 2006-01-17 2006-01-17 21:23
 
729 꿈 속의 사랑 1
황혼의 신사
1171 4 2006-01-17 2006-01-17 10:09
 
어느 시어머니의 고백 1
파도
1633   2006-01-16 2006-01-16 23:07
☆어느 시어머니의 고백☆ 얼마전 뉴스를 듣는데 90살 노부부가 치매에 걸려서 동반자살을했다는 기사를 들었습니다. 지금 내 나이보다 30여년을 더 사시면서 얼마나 힘들고 고달펐겠는가 싶더군요. 저는 또한 얼마전까지는 그래도 하루하루 사는 기대를 가졌었...  
727 내 귀한 사람아 / 정유찬
빈지게
1083 3 2006-01-15 2006-01-15 14:15
 
726 그리운 등불하나/이해인
빈지게
1228 11 2006-01-15 2006-01-15 14:06
 
725 마음의 변화 1
차영섭
1115 8 2006-01-15 2006-01-15 11:29
 
724 기다람은 만남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좋다. 1 file
하은
2674 31 2006-01-15 2006-01-15 01:15
 
723 원수는 물에 은혜는 돌에 1
구성경
1272 22 2006-01-14 2006-01-14 15:30
 
722 어머니의 만찬 4
안개
1036 1 2006-01-14 2006-01-14 13:55
 
721 어머니 당신을 사랑합니다 2
안개
1106 3 2006-01-14 2006-01-14 13:19
 
720 겨울나무 / 이재현 2
빈지게
1234 9 2006-01-13 2006-01-13 23:35
 
719 갈매기/천상병 1
빈지게
955 12 2006-01-13 2006-01-13 23:26
 
718 사랑은/명위식 1
빈지게
1106 12 2006-01-13 2006-01-13 23:25
 
717 어떤 사람이 되어주시겠습니까? 2
구성경
1038 2 2006-01-13 2006-01-13 16:23
 
716 겨을밤의 고독 1
바위와구름
1302 32 2006-01-13 2006-01-13 11:02
 
715 당신은 누구시길래 2
하늘빛
1060 2 2006-01-13 2006-01-13 10:53
 
714 사랑하는 이여 1
고암
1057 4 2006-01-13 2006-01-13 10:52
 
713 얼굴과 마음 1
차영섭
1157 3 2006-01-13 2014-05-08 1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