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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하여/안도현
속을 보여주지 않고 달아 오르는 석탄난로
바깥에는 소리없이 내리는 눈
철길위의 기관찬는 어깨를 들썩이며
촐없이 철없이도 운다
사랑한다고 말해야 사랑하는 거니?
울어야 네 슬픔으로 꼬인 내장 보여줄 수 있다는 거니?
때로 아무것도 아닌 것 때문에
단 한 번 목숨을 걸 때가 있는 거다
침묵 속에도 뜨거운 혓바닥이 있고
저 내리는 헛것 같은 눈, 아무것도 아닌 저것도
눈송이 하나 하나는
제각기 상처 덩어리다. 야물게 움켜쥔 주먹이거나
문득
역 대합실을 와락 껴안아 햝는 석탄난로
기관차 지나가는 철길위에 뛰어내려 치직 치직 녹는 눈
참 슬픈 시 같아요.
눈 내리는 역 대합실...
사랑 때문에 몹시 아파하는 사나이의 모습이
눈 앞에 그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