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 누구나 자유롭게 글을 올릴 수 있습니다.
글 수 4,852
옮겨 앉지 않는 새/이탄
우리 여름은 항상 푸르고
새들은 그 안에 가득하다.
새가 없던 나뭇가지 위에
새가 와서 앉고,
새가 와서 앉던 자리에도 새가 와서 앉는다.
한 마리 새가 한 나뭇가지에 앉아서
한 나무가 다할 때까지 앉아 있는 새를
이따금 마음 속에서 본다.
이 가지에서 저 가지로 옮겨 앉지 않는 한 마리의 새.
보였다 보였다 하는 새.
그 새는 이미 나뭇잎이 되어 있는 것일까.
그 새는 이미 나뭇가지일까.
그 새는 나의 언어(言語)를 모이로
아침 해를 맞으며 산다.
옮겨 앉지 않는 새가
고독의 문(門)에서 나를 보고 있다.
옮겨 앉지 않는 새...
고독의 문에서 나를 보는 새...
한번쯤 의미를 새겨보게 하는
아름다운 시네요.
빈지게님...
편안한 밤 되고 계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