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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수 4,852
2006.04.02 11:55:55 (*.87.197.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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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없는 봄날/임영조


얼마 전, 섬진강에서
가장 이쁜 매화년을 몰래 꼬드겨서
둘이 야반도주를 하였는데요.

그 소문이
매화골 일대에
쫘악 퍼졌는지 어쨌는지는 몰라도
도심의 공원에 산책을 나갔더니,


거기에 있던 꽃들이 나를 보더니만
와르르- 웃어젖히는데
어찌나 민망하던지요.

거기다 본처같은 목년(목련!)이
잔뜩 부은 얼굴로 달려와
기세 등등하게 넓다란 꽃잎을
귀싸대기 때리듯 날려대지요,

옆에 있는 산수유년은
말리지도 않고 재잘대기만 하는 폼이
꼭 시어머니 편드는
시누이년 같아서 얄밉기만 하고요,

개나리도 무슨 일이 있나 싶어
꼼지락거리며
호기심어린 싹눈을 내미는데요,

아이고,
수다스런 고 년들의 입심이 이제
꽃가루로 사방천지에 삐라처럼 날리는데요,
이 대책없는 봄을 어찌 해야겠습니까요.


...............*............................*.......................


대책없는 봄/임영조


무엇이나 오래 들면 무겁겠지요


앞뜰의 목련이 애써 켜든 연등을
간밤엔 죄다 땅바닥에 던졌더군요
고작 사나흘 들고도 지루했던지
파업하듯 일제히 손을 털었더군요


막상 손 털고 나니 심심했던지
가늘고 긴 팔을 높이 뻗어서 저런!
하느님의 괴춤을 냅다 잡아챕니다


파랗게 질려 난처하신 하느님
나는 터지려는 웃음을 꾹 참았지만
마을 온통 웃음소리 낭자합니다


들불 같은 소문까지 세상에 번져
바야흐로 낯 뜨거운 시절입니다
누구 짓일까, 거명해서 무엇하지만
맨 처음 발설한 것은 매화년이고
진달래 복숭아꽃 살구꽃이 덩달아
희희낙락 나불댄 게 아니겠어요


싹수 노란 민들레가 망보는 뒤꼍
자꾸만 수상쩍어 가보니 이런!
겁없이 멋대로 발랑까진 십대들
냉이 꽃다지 제비꽃 환하더군요


몰래 숨어 꼬나문 담뱃불처럼
참 발칙하고 앙증맞은 시절입니다


나로서는 대책 없는 봄날입니다
삭제 수정 댓글
2006.04.02 14:46:36 (*.231.165.213)
an


그대의 꿈이 한 번도 실현되지 않았다고 해서
가엾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정말 가엾은 것은 꿈을 꿔보지 않은 사람들이다
-에센바흐-

thanks 빈지게칭구~!
댓글
2006.04.02 19:14:01 (*.92.8.218)
구성경
빈지게님! 봄을 맛있게 표현한 시 같아요.
읽으면서 정말 편하게 웃어 봅니다.
오늘 하루도 즐거우셨나요? 남은 시간도 행복으로 마무리 하시길...

봄의 여정

고선예



미명의 아침 들풀에 맺힌
이슬 따라 오시었다
떠오른 해에 안녕하며
미소 짓다 사라질 무지개의 꿈일세라

들뜬 내 마음 아랑곳없이
차분한 감성으로 더디 오는
동구 밖 봄의 여정은
서두는 기색조차 없는데

보송보송한 솜털 제치고
화사한 미소가 피어날
목련의 가녀린 나목의 모습
아직은 등이 시린 맨살이다.

설렘은 첫사랑의 숨결처럼
생체기내며 깨어질 것만 같은
후들거리며 숨이 멎는 바람에
안달하며 조바심 나는 마음 어이하랴

축복의 아침 마음 읽으셨나.
연서를 쓰고 싶어질 만큼
노란 산수유 앞세운
연분홍 살구꽃 어여삐 피었어라
댓글
2006.04.02 19:23:31 (*.87.197.175)
빈지게


an 칭구!
오늘도 감미롭고 아름다운 음악 내려놓고
가셨구료. 휴일을 마무리 하는 시간 명상
속에 젖어봅니다.
오늘도 즐거운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댓글
2006.04.02 19:29:53 (*.87.197.175)
빈지게

구성경님!
아름다운 시까지 올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네.. 휴일 즐겁게 보냈습니다. 평소 즐겨가
던 산에는 가지않고 집에서 푹 쉬었습니다.
밤에 운동장에 가서 숨을 캑캑거리며 열심
히 뛰려고요.ㅎㅎ

저도 이 시를 읽으면서 겁나게 많이 웃었습
니다. 오늘 시를 처음 발견하고 흙속에서 금
을 캐듯 기뻤답니다.ㅎㅎ
편안한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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