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 누구나 자유롭게 글을 올릴 수 있습니다.

글 수 4,852
2006.04.04 18:40:40 (*.102.75.131)
1224
22 / 0


      가는 길이 있으면 오는 길이 있습니다 매일 같은 길을 걷고 같은 골목을 지나도 매일 같은 길은 아니었습니다. 어느 날은 햇빛이 가득 차 눈이 부시고 어느 날엔 비가 내려 흐려도 투명하거나 어느 날엔 바람에 눈이 내려 바람 속을 걷는 것인지 길을 걷는 것인지 모를 것 같던 날들도 있었습니다. 골목 어귀 한그루 나무조차 어느 날은 꽃을 피우고 어느 날은 잎을 틔우고 무성한 나뭇잎에 바람을 달고 빗물을 담고 그렇게 계절을 지나고 빛이 바래고 낙엽이 되고 자꾸 비워 가는빈 가지가 되고 늘 같은 모습의 나무도 아니었습니다. 문밖의 세상도 그랬습니다. 매일 아침 집을 나서고 저녁이면 돌아오는 하루를 살아도 늘 어제 같은 오늘이 아니고 또 오늘 같은 내일은 아니었습니다. 슬프고 힘든 날 뒤에는 비 온 뒤 개인 하늘처럼 웃을 날이 있었고 행복하다 느끼는 순간 뒤에도 조금씩 비켜갈 수 없는 아픔도 있었습니다. 느려지면 서둘러야하는 이유가 생기고 주저앉고 싶어지면 일어서야 하는 이유가 생겼습니다. 매일 같은 날을 살아도 매일 같은 길을 지나도 하루하루 삶의 이유가 다른 것처럼 언제나 같은 하루가 아니고 계절마다 햇빛의 크기가 다른 것처럼 언제나 같은 길은 아니었습니다. 돌아보니 나는, 그리 위험한 지류를 밟고 살아오진 않은 모양입니다. 남들보다 빠르게 꿈에 다다르는 길은 알지 못하고 살았지만 내 삶을 겉돌 만큼 먼 길을 돌아오지는 않았으니 말입니다. 아직도 가끔씩 다른 문 밖의 세상들이 유혹을 합니다. 조금 더 쉬운 길도 있다고 조금 더 즐기며 갈 수 있는 길도 있다고 조금 더 다른 세상도 있다고. 어쩌면 나라는 사람 우둔하고 어리석어서 고집처럼 힘들고 험한 길을 걷고 있는지도 모르지만 돌아보고 잘못된 길을 왔다고 후회한 적 없으니 그것으로도 족합니다. 이젠 내가 가지지 못한 많은 것들과 내가 가지 않은 길들에 대하여 욕심처럼 꿈꾸지 않기로 합니다. 이젠 더 가져야 할 것보다 지키고 잃지 말아야 하는 것들이 더 많습니다. 어느새 내 나이, 한 가지를 더 가지려다 보면 한 가지를 손에서 놓아야하는 그런 나이가 되었으니까요. 내가 행복이라 여기는 세상의 모든 것들 이젠 더 오래 더 많이 지키고 잃지 않는 일이 남았습니다. 세상으로 발을 내디디는 하루하루 아직도 어딘가 엉뚱한 길로 이끄는 지류가 위험처럼 도사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흘러가는 삶도 남아 있어서 아직도 세상 속으로 문을 나서는 일이 위험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좋은글중-

댓글
2006.04.04 21:09:40 (*.182.122.164)
오작교
별빛사이님.
우리 홈에 처음으로 글을 주시는 것이지요?
대단한 태그실력이군요.
군더더기 하나 없는.......
좋은 글 그리고 아름다운 영상에 흠뻑 빠져듭니다.
감사합니다.
댓글
2006.04.04 23:19:10 (*.87.197.175)
빈지게
별빛사이님! 반갑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글과 음악을 올려 주
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자주 방문
하셔서 편히 쉬셨다 가시길 바랍니다.
늘 행복하시고요.^^*
댓글
2006.04.05 00:50:14 (*.193.166.126)
푸른안개
별빛사이님~ 반갑습니다.
멋진 영상과 음악과 글...
즐감하고 갑니다.
늘 해피하세요 ^)~
댓글
2006.04.05 02:56:14 (*.231.165.247)
an
별빛사이님, 안뇽?

무진장 반갑습니다욤~!
지가 주인은 아님니다만
요 방에는 지가 오래 머무는 방이라
지가 벗을 만난 듯 반갑습니다요~ㅎ

자주 만나 정도 내려주시고, 담아도 가시고
색도 아주 은은한 영상에
좋은 글에 음악까정 아주 멋집니다욤~!

마음에 담아갑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공지 우리 홈 게시판 사용 방법 file
오작교
2022-04-26 70662  
공지 테이블 매너, 어렵지 않아요 2 file
오작교
2014-12-04 81441  
공지 당국이 제시한 개인정보 유출 10가지 점검 사항 4 file
오작교
2014-01-22 98155  
공지 알아두면 유익한 생활 상식 7
오작교
2013-06-27 98732  
1172 향수/유진오 4
빈지게
2006-04-04 1227 11
1171 봄 나그네 2
진리여행
2006-04-04 1286 25
1170 가슴에 남는글 4
구성경
2006-04-04 1146 11
가는길 있으면 오는길....(펌) 4
별빛사이
2006-04-04 1224 22
1168 아침 이미지/박남수 10
빈지게
2006-04-04 1217 1
1167 봄비도 솔솔 오고요 ~~ 잠시 웃어 보십시다 . The lion sleeps tonight ! 7 file
古友
2006-04-04 1020 3
1166 감자의 몸/ 길상호 4
빈지게
2006-04-04 1275 1
1165 작은 연가/ 박정만 2
빈지게
2006-04-04 1053 2
1164 사랑한다는 말 만큼은 12
cosmos
2006-04-04 1170 1
1163 씨뿌리는 농부 / 권 연수 9
빈지게
2006-04-04 937 3
1162 슬픈 인연/ 윤동주 5
빈지게
2006-04-04 973 2
1161 눈먼사랑/시김새 2
시김새
2006-04-03 1284 20
1160 봄비 속에 떠난 당신 7
하늘빛
2006-04-03 1216 13
1159 냉정한 아빠 ! 13
古友
2006-04-03 1325 9
1158 나는 당신에게 영원한 우정을 약속합니다 5
구성경
2006-04-03 1020 4
1157 고스톱사투리버전
구성경
2006-04-03 1340 4
1156 황혼에 슬픈 사랑이야기 8
안개
2006-04-02 1217 3
1155 비홍치-문덕봉-고리봉-약수정사 등반(총 12.8km) 10
빈지게
2006-04-02 1326  
1154 함께 먹으면 안 되는 음식 2
구성경
2006-04-02 1461 11
1153 추억의 사진2 2
구성경
2006-04-02 1088 3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