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 누구나 자유롭게 글을 올릴 수 있습니다.

글 수 4,852
2006.04.07 00:54:00 (*.159.174.212)
1184
2 / 0




종이배/정 호승


내가 생각한 전쟁 속에는 북한 소년이 띄운 종이배 하나
흐르고 있습니다. 아들의
마지막 눈빛이라도 찾기 위하여 이 산 저 산 주검 속을 헤매다가,
그대로 산이 되신
어머니의 눈물강을 따라, 소년의 종이배가 남쪽으로 흐릅니다.


초가지붕 위로 떠오르던 눈썹달도 버리고,
한 마리 물새도 뒤쫓지 않는, 돌아오지
않을 길을 종이배는 떠납니다. 빠른 물살을 헤치며 가랑잎들에게,
햇빛을 햇빛, 슬픔 을 슬픔이라 말하는,
어머니의 고향으로 돌아가자 속삭이며, 뱃길을 찾아 기우뚱 기
우뚱 전쟁과 평화를 싣고, 북한의 모든 가을 강물 소리를 싣고,
어제 내린 비안개를 뚫고 갑니다.


녹슨 철로 위에 뻐꾸기 울음 부서지는 이름 모를
능선과 골짝을 지나, 피난민들이
몰려가던 논두렁, 대바구니 속에 버려져 울던 갓난아기의
울음 소리와, 총 맞은 풀벌
레들의 신음 소리를 들으며, 눈물 냄새 묻어나는 휴전선을 지나,
무관심을 나누며 평화로운 사람들의 가슴 속을 돌아,
종이배는 우리들의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햇빛 나는 마을마다 사람들이 모두 나와 손을 흔들고,
종이배는 어머니를 불러 봅니다.
반짝이는 강물 따라 아이들이 반짝이며,
신나게 기쁨의 팔매질을 하면, 햇살같이 나는 조약돌이
종이배에 내려앉고, 종이배는 강물 속 깊이깊이 흐르며,
또 한 번
어머니를 불러 봅니다.


어머니. 내가 생각한 평화로운 전쟁 속에 가을이 오면,
해마다 우리 나라의 소년들은 종이배를 띄웁니다.
모든 인간의 눈물을 닦아 줄 한 소년을 태우고,
종이배는 머나먼 바다로 길 떠납니다.
댓글
2006.04.07 01:14:06 (*.231.61.181)
an


종이배를 타고 당신에게 가는 길엔
아름다운 꽃 길을 만납니다..

thanks 빈지게 칭구~!
댓글
2006.04.07 08:48:34 (*.159.174.197)
빈지게

an 칭구 반가워요.
오늘은 쬐끔 바쁠꺼 가타요.ㅎㅎ
번호
제목
글쓴이
공지 우리 홈 게시판 사용 방법 file
오작교
2022-04-26 76638  
공지 테이블 매너, 어렵지 않아요 2 file
오작교
2014-12-04 87404  
공지 당국이 제시한 개인정보 유출 10가지 점검 사항 4 file
오작교
2014-01-22 104058  
공지 알아두면 유익한 생활 상식 7
오작교
2013-06-27 104789  
1192 사랑은 우물처럼
구성경
2006-04-07 985 14
1191 명언 모음 1
구성경
2006-04-07 1185 18
1190 아름다운 새 2
황혼의 신사
2006-04-07 1325 8
1189 넋두리 2
김미생-써니-
2006-04-07 996 1
1188 꽃 속에 새겨진 이름 보며 2
고암
2006-04-07 1252 5
종이배/정 호승 2
빈지게
2006-04-07 1184 2
1186 등뒤의 사랑 / 오인태 2
빈지게
2006-04-06 1256 1
1185 가슴 아픈 일이네요.
구성경
2006-04-07 1251 11
1184 여자 엉덩이를 처다보다 그만...^^.. 2
밤하늘의 등대
2006-04-06 1109 4
1183 희망을 파는 국밥집 2
휴게공간
2006-04-06 978 14
1182 사랑 했습니다. 2
까치
2006-04-06 1192 14
1181 일어서라 풀아/강은교 5
빈지게
2006-04-06 1138 2
1180 몹시도, 그리워 그리워서 / 현연옥 6
빈지게
2006-04-06 1185 3
1179 언제까지 그리워해야.... 7
cosmos
2006-04-06 1242 2
1178 슬픈 사랑의 추억 3
할배
2006-04-06 1202  
1177 행복을 주는 인연 3
백두대간
2006-04-05 1137 4
1176 여자를 만들려다 깜박 실수한 하느님! 4
밤하늘의 등대
2006-04-05 1211 2
1175 새가 되어 8
푸른안개
2006-04-05 1261 6
1174 멈추지 마라 / 마하트마 간디 6
빈지게
2006-04-05 1321 4
1173 신구 아저씨에 이어서 임채무 아저씨가... 9
김일경
2006-04-05 1377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