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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4.08 09:07:03 (*.32.185.11)
1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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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李相潤


옷을 입는다
십 년이 넘게 입어 온 옷 하나를
오늘도 거울 앞에서 새 옷처럼
다시 입는다

낡고 작아져서 이제는
어려운 이들에게도 차마 줄 수 없는 옷이지만
내가 어린애처럼 옷을 입을 때마다
황사 같은 아내의 입술에 돋아나는
봄풀의 향기

인제는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고
만나지도 못할 우리들의 시간이
여기 말없이 버려도 좋을
가난한 옷 하나에
이렇듯 애틋한 그리움으로 남아 있는가

옷을 입을 적마다
가슴을 적시는 낮달 하나가
꽃잎처럼 봄 바다를 흐르고 있다

https://www.poem5351.com.ne.kr

댓글
2006.04.08 22:26:42 (*.87.197.175)
빈지게
낡고 작아져도 깔끔하게 옷을 입은 검소
한분들을 보면 그렇게 아름답게 보일수가
없는 것 같아요.
아름다운 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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