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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수 4,852
2006.05.28 11:50:38 (*.87.197.175)
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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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비무장지대 / 최영미


커피도 홍차도 아니야
재미없는 소설책을 밤늦도록 붙잡고 있는 건
비 그친 뒤에도 우산을 접지 못하는 건
짐을 쌌다 풀었다 옷만 갈아입는 건
어제의 시를 고쳐쓰게 하는 건
커피도 홍차도 아니야

울 수도 웃을 수도 없어
돌아누워도 엎드려도
머리를 헝클어도 묶어보아도

새침 떨어볼까요 청승 부려볼까요
처맨 손 어디 둘 곳 몰라
찻잔을 쥘까요 무릎 위에 단정히 놓을까요
은근히 내리깔까요 슬쩍 훔쳐볼까요
들쑥날쑥 끓는 속 어디 맬 곳 몰라
계절이 바뀔 때마다 가슴속 뒤져보면
그래도 어딘가 남아 있을, 잡초 우거진
내 마음의 비무장지대에 그대, 들어오겠나요
어느날 문득 소나기 밑을 젖어보겠나요

잘 달인 추억 한술
취해서 꾸벅이는 밤
너에게로, 너의 정지된 어깨 너머로
잠수해 들어가고픈


비라도 내렸으면...

  

삭제 수정 댓글
2006.05.28 12:22:15 (*.159.61.75)
an


처음 알았습니다.
아픔에도 향기가 있다는 거...

thanks 칭구~!
댓글
2006.05.28 21:57:48 (*.87.197.175)
빈지게
얼마나 마음이 아프면 아픔에도 향기가
있다는 걸까?
편안한 모습으로 잠자고 있는 여인의 모습
이 참 아름답군.
칭구! 감미로운 음악 너무 고마워.
오늘도 즐거운 날 되시길...
댓글
2006.05.28 22:44:39 (*.48.175.44)
파란하늘
내 마음의 비무장지대.......

계절이 바뀔때마다 가슴속 뒤져보면....
그래도 어딘가 남아있을.......

감미로운 음악에 발길 머물다 갑니다.
이곳에 오시는 모든 분들
행복한 휴일밤 되시길.....
댓글
2006.05.28 22:58:20 (*.87.197.175)
빈지게
파란하늘님!
고은흔적 감사합니다. 님께서도 늘 행복한
날 되시길 바랍니다.^^*
댓글
2006.05.29 21:10:57 (*.232.69.64)
古友
비무장 지대,
한 참 가뭄 끝에 산불 이라도 지나가면,
밤이 새도록,
온갖 군데서 잠자던 지뢰가 터지기도 했습니다.

빈지게님 !
지뢰 묻어 놓은 곳, 미리 좌표를 알려 주세요 ㅎㅎㅎ
댓글
2006.05.31 12:04:36 (*.159.174.246)
빈지게
古友님! 저는 철책없는 전방 서해바닷가를 지키
느라 지뢰는 훈련소에서 보고 안 보았는데 지뢰
묻어 놓은 곳 좌표를 알려달라 하시면 곤랍니다.ㅎㅎ
그대신 군사지도 좌표는 지금도 읽을 수 있어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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