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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수 4,852
2006.06.03 12:04:38 (*.232.69.64)
1209
4 / 0

https://pds.egloos.com/pds/1/200412/28/88/a0001888_211895.jpg

※ 휴일 오전, 묵은 책 뒤적이다가 ......

수주 변영로 선생과, 공초 오상순 선생은 어느 날 한강에 배를 띄웠는데,
양주 몇 병과,  안주로는 담배 50갑이 전부 였단다.

수주 : "술이 으뜸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담배가 으뜸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공초 : "그야, 제일 상위급은 여자가 아니겠나."
수주 : "그야 물론이고, 그 다음으로 술과 담배 중에 순서를 둔다면요?
         담배를 앞자리에 두시겠습니까?"

꽁초선생은 답을 미뤘다. "생각을 좀 해봐야겠군. 쉬운 답이 아냐......" (펌)


'멋'을 아는 선생님들의 삶이라니 ......
이런 훈훈함들이 이제, 별로 없다.
 
 
 
나와 시와 담배는
이음동곡(異音同曲)의 삼위일체

나와 내 시혼은 
곤곤히 샘솟는 연기

끝없는 곡선의 선율을 타고 
영원히 푸른 하늘 품속으로

각각 물들어 스며든다 -  '나와 시와 담배" 中에서 - 공초 오상순

 

※ EBS에서 방영된 "명동백작" 중에서 - 저도 봤지만,
    착실하게 정리 해 둔 글이 있길래 퍼 왔습니다.

명동백작"을 보면서 가장 강렬하게 인상을 받았던 부분은 당시를 치열하게 살았던
화가 이중섭도, 시인 김수영이나 박인환, 오상순, 이봉구, 변영로, 전혜린이 아니었다.
명동에 드나들던 사람들은 모두 알았다는 주점 '은성'의 주인 이마담이었다.
배우 최불암 님의 어머니 이명숙 님이 운영했다는 '은성'에는 서로가 알고 지내는
문학, 연극, 음악, 미술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언제나 복작댔었다 한다.
사람으로 넘쳐났으나 언제나 똑같이 가난했던 그들, 장사하는 주인이나 술마시러 오는 사람들이나.
많은 사람들이 언제나 외상이었는데도 이마담은 낯빛 한번 흐린 적이 없었다.
나중에 '은성'은 담배 피우고 술 마시는 젊은 색시들이 찾는 곳이 되었고,
누구는 혀를 끌끌 찾다지만, '은성'만큼은 그녀들의 해방구가 되어 주었다 한다.
지금도 최불암 님은 '은성'을 기억한다.

은성마담 : 선생님 오셨어요? 깍두기 담고 있어서..

오상순 : 매상 올려주려고 술꾼 한 명 데리고 왔어.

변영로 : 술 많이 먹는 건 사실인데 매상 높혀주는 건 모르겠소. 외상이 대부분일 거야.

은성마담 : 선생님 같으신 분이면 공짜라도 드려야죠.

오상순 : 누군지 알고?

은성마담 : 수주 선생님이시잖아요.

오상순 : 언제 봤던가?

은성마담 : 꽁초선생님하고 수주선생님 모르면 명동 사람 아니죠.

변영로 : 헌데 전에 여기가 오뎅집 아니었나? 그 전에는 다방이었고.

은성마담 : 예, 맞아요. 기억하시네요.

변영로 : 겨울에 소주에다 오뎅 국물 훌훌 마시는 게 별미였는데..

은성마담 : 그래요? 그럼 겨울에는 오뎅도 안주로 넣어야겠는데요.
변영로 : 지금 여기 안주는 뭔데?

오상순 : 빈대떡. 약간 떫으면서도 고소한 녹두맛이 제대로 나서 아주 일품이야.

변영로 : 오뎅 국물은 공짜지만 빈대떡은 돈을 받을 거 아냐?

은성마담 : 선생님께는 빈대떡 서비스로 드릴게요.

오상순 : 어허, 이마담 그러면 안돼.

은성마담 : 예?

오상순 : 오뎅집이고 다방이고 실패를 했다면서 그렇게 인심을 쓰면 어떡해?
           전에도 그렇게 서비스다, 공짜다 하면서 선심 쓰다가 다 적자났을 거 아냐?

은성마담 : 꽁초 선생님 때문에 청동다방이 먹고 산다는데,
              저도 수주 선생님 덕 좀 보려고요. 수주 선생님이 여기 자주 오신다고 하면,
              수주 선생님 보려고 손님들이 올 거 아녜요.
              그러니 술과 안주는 당연히 공짜죠.

변영로 : 마담 말 한번 잘 했다. 그게 바로 누이 좋고 매부 좋다는 거 아냐.
            나 앞으로 여기 단골해야겠다. 꽁초선생께서는 청동다방을 지키세요.
            저는 여기 은성을 지키겠습니다.


   

댓글
2006.06.03 12:07:27 (*.36.158.133)
cosmos
아뭏든
일덩입니다 오늘 古友님...^^
댓글
2006.06.03 12:56:44 (*.232.69.64)
古友
하하하~
갑자기 누드가 되는 바람에 허둥대고서,
아직 대문 안열었는데,
cosmos님 오셨네요 .하하하하
문득, 옛 선생님들이 그리워져서 올려 봤습니다.

좋은 휴일 되세요 ~
댓글
2006.06.03 12:33:34 (*.36.158.133)
cosmos
ㅎㅎㅎㅎ...
이제 제대로 보이네욤
아까는 어지러버서
잘 해석을 못 하겠더라구용.^^

증말루...
쉬운 답이 아니네요 古友님...

좋은 주말 보내고 계시죠?
댓글
2006.06.03 15:49:33 (*.2.66.183)
우먼
오전 시간에 스승님의 글중 " 머리 없는 개구리 세상이 미워서" 제목의 시를 공부 했습니다.
서양 문화에 밀린 우리의 문화, 전통이 죽어가는 언어, 말이 철학이 되어야 한다는 등등...
마음 아파 하시는 글을 보고, 이제라도 제대로 배워 보아야 하겠다는 다짐 해 보았습니다.

배가 고픈듯 해야 머리가 돌아 간답니다.
은성님을 찾아서... 고우님!
여고 때 전혜린의 사상에 젖어 아픈적 있습니다.
윗글에 전혜린이란 이름이 나오니 왠지...그때가 그립습니다.
좋은글 감사 합니다.
댓글
2006.06.03 17:48:43 (*.232.69.64)
古友
까까머리 시절,
'전혜린'의 책 안보는 넘, 또는 그 반대는 '사막' 같은 넘들 하고는 '아무 말도 하지 말아야 한다' 라고 난 체 했지요 푸하하하~
배 고프고 마음 고파야,
술 먹는 만큼 술술 글이 나온다던 그분들...
요샌, 배고픈 글이 별루 없지요, 마음들만 허기질 뿐인지 ......
삭제 수정 댓글
2006.06.03 18:03:44 (*.234.155.41)
Diva
담배......
님은 이제 담배에다 예술적 의미까지 덧붙여서 애인삼게 되겠군요.....걱정~~~
댓글
2006.06.03 18:36:01 (*.232.69.64)
古友
Diva님,
요샌, 그런 거, 씨도 안먹힘다. - 그것도, 젊은 오빠였을 때나 써먹는 것, 요샌 '에그 심심불안자, 측은이, 중독자 ...' 온갖 힐난 !
예술적 의미 부여가 아니고요, 저도 안 피우는 사람의 고충 잘 앱니더.
그 당시, 명동에는 그런 roman이 흘렀다... 카는 이야깁니다, 고마.

에구, 돌아차기 날라 온다, 몸통 막고 태산 주춤 밀기로~ 아햡 !
댓글
2006.06.03 19:11:22 (*.182.122.164)
오작교
이런 가슴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만나기가
무척이나 힘들어진 세상입니다.
수주나 공초 - 제가 알기로는 오상순님의 호가 꽁초가 아니고 공초로 알고 있어서요-
그리고 은성마담의 풍류가 멋드러지게 어울리는
훈훈한 가슴들입니다.

그 시절이 그립습니다.
댓글
2006.06.03 22:15:32 (*.87.197.175)
빈지게
이제 요즘엔 담배보다는 술이 으뜸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 질 것 같아요.ㅎㅎ
댓글
2006.06.03 22:22:16 (*.232.69.64)
古友
오작교님,
오상순님은 공초 空超 라고 호를 하셨는데, 워낙에 chain smoker라서
비슷한 '꽁초' 라고 불리웠다는 전설, 고등학교 때 들었습니다.
이젠, 맨 끝 연, "꿈은 깨서 무엇하노 !" 밖에 기억 나지 않는 "짝 잃은 거위를 곡하노라" 를 자주 읽었습니다.

'은성'의 마담 같은 사람이 운영하는 술집이 지금도 더러 더러 지방 마다에 있다면
한번식, 훌쩍 도시를 일탈해 볼 수도 있겠습니다 ㅎㅎㅎ

좋은 주말밤 입니다.
댓글
2006.06.03 22:27:21 (*.232.69.64)
古友
빈지게님,
요샌 워낙에 '흡연' 자체가 경원시 되다 보니......
공초 선생님이 살아 계셨다면 뭐라 하실런지요 ㅎㅎㅎ

방장님,
저녁에, 이슬이랑 돼지갈비 구이를 먹었는데요 - 약간 외딴 곳에서
텃밭의 고추가 제법 앙칼진 계절인가 봅디다.

궁합중에 젤로 좋은 궁합이 "풋고추에 된장 궁합" 이라던데,
그 집 햇된장 하고, 약 오른 풋고추가 아주 입맛을 돋우는, 그런
6월의 첫 주말이었습니다.

좋은 밤 되세요.
삭제 수정 댓글
2006.06.04 15:25:30 (*.30.75.97)
그림자
고우님..!
휴일 어찌 지내시는지..?..........궁금합니다...........
혹시, 이스리하구 노시는건 아닐지...ㅎㅎㅎ
넘 오래 이스리 데리고 놀지 마시구....
저두 오늘저녁엔 이스리하구 약속이 있어서....

제가 좀 놀다 오겠습니다.

댓글
2006.06.04 20:33:21 (*.232.69.64)
古友
이스리 하고 의 약속 !
시부지기 웃음이 나오는 흐뭇한 말씀 !
선선한 저녁, 좋은 시간 되세요. ! - 진하게 노맂 마시고요 ㅎㅎㅎ

주말을, 기사 노릇 했습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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