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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수 4,852
빈지게
2006.07.01 00:30:40 (*.87.197.175)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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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빛/마종기


 


 


내가 죽어서 물이 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가끔 쓸쓸해 집니다.


산골짝 도랑물에 섞여 흘러 내릴 때


그 작은 물소리 들으면서


누가 내 목소리를 알아 들을까요


냇물에 섞인 나는


흐르면서 또 흐르면서


생전에 지은죄를 조금씩 씻어내고


외로웠던 저녁 슬펐던 영혼들을


한 개씩 씻어내다 보면


결국에는 욕심 다 벗은 깨끗한 물이 될까요


정말로 깨끗한 물이 될 수 있다면


그때는 내가 당신을 부르겠습니다


당신은 그 물속에


당신을 비춰 보여 주세요


내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주세요


나는 허황스런 몸짓을 털어비리고 고백하겠습니다


 


당신은 그제서야 처음으로


내 온몸과 마음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누가 누구를 송두리째 가진다는 뜻을 알 것 같습니다


부디 당신은 그 물을 떠서 손도 씻고 목도 축이세요


당신의 피곤했던 한 세월의 목마름도  조금은 가져 가겠지요


그러면 나는 당신의 몸안에서 당신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나는 내가 죽어서 물이 된 것이


전혀 쓸쓸한 일이 아닌 것을


비로소 알게 될 것입니다.


 


 


 


 


 

댓글
2006.07.01 08:04:15 (*.120.229.178)
순수

7월의첫날!
주말 아침 조용히 비가 내리고 있네요^^
비 내리는 아침에..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빈지게님~~^^
행복하고 미소 가득한 주말 보내세요~~
댓글
2006.07.01 21:59:58 (*.87.197.175)
빈지게
순수님!
아침일찍 다녀 가셨군요.
님께서도 늘 즐겁고 활기찬 7월 보내시길 바랍
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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