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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지게
2006.07.10 01:01:29 (*.87.197.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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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오후 5일마다 열리는 장날이라며 집사람이 옥수수차를 끓여먹을 옥수수를 튀러 가야
한다고 하면서 지난해 따서 말려 어머니께서 주신 옥수수를 챙기기에 날씨도 덥고 비도 간간
히 내리고 하여 제가 차량으로 태워다 주어야 할 것 같아 저도 같이 갔었습니다.


 


남원 공설시장 안에는 튀밥 튀는 집이 두 군데 있는데 제가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오는 동안
에 집사람은 공설튀밥 집에 옥수수를 맡겨 놓고 나와 중간에서 만나 조금만 있다가 오라고
했다 하기에 잠깐 시장 구경을 하자고 하며 아무것도 살 것이 없는데도 시장 안을 돌아 다녔
습니다.


 


채소 등을 파는 골목은 그야말로 장관입니다. 100여명의 할머니들이 직접 집에서 가꾸어 가
지고 나오신 연한 깻잎이며 두벌 콩, 애호박, 오이, 부추, 풋고추 등등 싱싱한 채소들이 너
무 먹음직스러웠고 생동감이 있고 풍족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잠깐 시장구경을 마치고 튀밥 집에 갔더니 저의 옥수수는 튀밥기계 속으로 이미 들어가 모습
이 보이지 않아 등 받침대도 없는 긴 의자에 앉아서 기다렸습니다. 튀밥기계 4대가 계속 돌
아가는데 가스로 불은 지피고, 기계의 회전은 2대당 모터 1대씩을 이용하고 있어서 예전에
장작으로 불을 때면서 손으로 불무를 돌려 튀밥을 튈 때 보다는 수월하게 일을 하고 있었지
만 50대 부부가 4대의 기계를 이용하고 있어서 한참 바쁘게 움직이고 다 튀긴 것을 꺼내고
또 기계에 넣고 잠그고 하는 동작들이 너무 자연스럽고 멋지게 하시고 계셨습니다.


 


의자에 앉아 기다리면서 보니까 어떤 60대 할머니는 보리차로 끓여드실 보리를 튀겨가지고
가시면서 요금을 지불하시고 튀밥집 주인아주머니가 거스름돈 1,000원을 내드리자 다시 그
돈을 주인아주머니에게 드리자 받지 않으려고 하는 것을 “내가 다 알아” 하시면서 기어이
드리고 가시자 주인아주머니가 “고맙습니다. ”하고 인사를 하시더군요.


 


저의 우측에 집사람이 앉아 있었고 그 옆에 60대 초반의 할머니가 앉아 계셨었는데 집사람
이 “오늘은 보리차, 옥수수차, 무우차, 콩 같은 것만 튀긴 분들이 많고 튀밥 튀는 분이 없
어서 튀밥한번 맛도 못 보겠네.”하고 말하자 옆에 계시던 할머니가 웃으셨습니다.
용케 운이 좋았는지 잠시 후에 펑--하고 소리가 나더니 하얀김이 솟아오르고 오랜만에 듣는
소리여서 인지 반가움과 속이 시원함을 느끼자마자 떡가래 튀밥이 철망 속에 가득히 나왔습
니다.



철망에서 소쿠리에 부어놓은 떡가래 튀밥을 보고 집사람이 다가가서 3개를 집어와 옆에 계시
던 할머니도 드리고 저도 한개 주어서 맛을 보고 있는데 어머니를 따라 튀밥 튈 것을 들고
온  어느 젊은이도 자연스럽게 튀밥 소쿠리로 다가가 몇 개 집어와 맛을 보고 있었는데 떡가
래 튀밥의 주인이신 할머니께서 다른 쪽에 계시다가 제가 앉아있던 긴의자 우측 끝에 짐을
올려놓으시고 소쿠리에서 떡가래 튀밥을 양손으로 한 웅큼 들고 오셔서 맛이나 보라고 하시
며 주시고 난 후 우측 앞쪽에 앉아 계시던 아주머니 두 분한테도 한 웅큼 가져다주시더군요.


 


저의 옆에 앉아 계시던 할머니는 작년 가을무우 말린 것을 차를 끓여 드시기 위해 튀기셨는
데 거의 동시에 나와 튀긴 것이 식을 동안 한참 같이 앉아 계시다가 저와 집사람이 직사각형
으로 된 가는 철망이 쳐있는데 펼쳐놓은 옥수수를 큰 비닐봉지에 담으려고 하는데 어색하게
하자 그 할머니도 비닐봉지를 잡아주시고 어머니를 따라 온 30대 남자도 비닐봉지를 잡아 주
어 하나도 흘리지 않고 잘 부었는데 할머니께서 “그거하나 붓는데 네 사람이 허네”하십니
다. 사실 튀 밥집 주인은 혼자서 하시더군요.ㅎㅎ
   
집사람이 비닐봉지를 묶고 난 후 계산을 하고 막 출발하려는 순간 같은 의자에 앉아 계셨던
 할머니는 검정 비닐봉지에 무우 튀긴 것을 한 웅큼 넣어 묶어서 아무 말씀 한마디도 안하시
고 집사람한테 던져 주시자 집사람은 “저는 아무것도 안 드렸는데요. 감사합니다.” 하고
인사를 하면서 튀밥집에서 나왔습니다. 아직도 시골의 인심은 그렇게 따뜻하게 살아 있었습
니다.        
 
     

삭제 수정 댓글
2006.07.10 03:33:53 (*.252.104.91)
사철나무
정감있는
시골인심에 대하여
적나라하게 표현을 참 잘해 주셨네요

도시의 인심은 삶에 찌들리고 정이 메말라
앞집 사람과 전혀 왕래가 없으며 마음에 벽이 두터운지라
이웃간에도 절대로 열어 보이질 않지요

하지만 때묻지 않은 시골인심은 서로가 이웃사촌이요
서로가 서로를 배려할줄 알고 아직도 정감있고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계시군요~~~옛 추억이 머리를 스치네요

좋은 글 즐감하고 갑니다
오늘 하루도 좋은 하루가 되세요 *^.^** 빈지개 후배님!
삭제 수정 댓글
2006.07.10 06:40:46 (*.234.155.41)
Diva
ㅎ~~빈지게님....마치 동영상을 보는것 같았어요....

늘 그런 생각을 하지만
한줄이라도 자신의 글을 올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왔었는데
우리네 인심이 아직 살아숨쉬는 장터의 풍경이
너무도 자세하게 잘 묘사되어 있군요.

빈지게님께선 아마도
그 무우튀김으로 만든 차 드실 때 마다
가슴이 따뜻하실 거 같아요.

빈지게님의 부드러운 인품이 가득배어있는
정겨운 글 감사합니다.
댓글
2006.07.10 09:28:12 (*.2.66.183)
우먼
빈지게 오빠!
마음이 훈훈한 글입니다.
우리의 정서가 외국 문화에 길들여져 너무 많은걸 잃고 있지 않나 가끔씩 생각 했었는데
이 글을 보니 남원의 인정이 살아 있음을 느낍니다.

태풍이 한 발짝 다가 온 아침, 한주의 문안 인사 드립니다.
행복 하세요.
댓글
2006.07.10 09:59:32 (*.159.174.237)
빈지게
사철나무 형님!
휴일 잘 보내셨지요?
형님의 말씀대로 아직도 시골 인심은
따뜻하고 정감있고 참 좋답니다.
오늘도 즐거운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댓글
2006.07.10 10:09:19 (*.159.174.237)
빈지게
Diva님!
동영상을 보시는 것 같았다는 과분한 말씀에
부끄럽습니다.

1,000원을 기어이 더 주시고 가시는 할머니,
일일이 튀밥을 나누어 주시는 할머니, 비닐봉
지를 잡아주시는 할머니와 젊은 남자, 기다리
는 동안 같이 앉아 계시며 같이 튀밥도 얻어먹
고 하시던 할머니가 (집에가서 맛이나 보라고

무언으로 하시며) 무우 튀긴 것을 비닐봉지에
싸서 묶어서 예전에 보았던 친한 사람에게 주
듯이 살짝 던져 주시는 모습이 너무 감동적이
었답니다.ㅎㅎ
이른 아침시간에 바쁘셨을텐데도 고운흔적 남
겨 주시어 감사합니다.
즐거운 한주일 열어가시길 바랍니다.^^*


댓글
2006.07.10 10:15:26 (*.159.174.237)
빈지게
슈퍼우먼 동생!! 월요일 아침부터 오빠를
찾아주시니 너무 고마워요.ㅎㅎ
마음 훈훈하게 글을 읽으셨다 하시니 부족
한 저의 글이지만 튀밥집에서 제가 느꼈던
훈훈한 정이 조금이나마 전해진 것 같아 기
분이 좋습니다.
빗길에 안전운전 하시고 즐거운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삭제 수정 댓글
2006.07.10 10:53:59 (*.98.231.254)
모베터
산다는게 따스하던 날.....

짤은 수필 한 편을 보았습니다.
서울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시골 인심이
잔잔한 감동으로 월요일 아침을 엽니다.

지난 주에 저는 친구가 농사지은 텃 밭에 다녀왔습니다.
아파트 생활을 하면서 쉽게 맛 볼수 없는 전원생활의 정취를 흠뻑 맛 보고 왔답니다.
서울에서 불과 한 시간도 안 걸리는 거리에 있는 텃 밭이지만 작은 정자에서 맛 있게 밥도 먹고
오이,상추,고추,호박.....친구가 농사지은 무공해 채소도 잔뜩 얻어왔지요.

나이가 들면 들수록 자꾸 시골생활이 그리워집니다.
서울에서 태어나 이 나이까지 서울에서 생활한 사람이....
왜 거름 냄새 흙 냄새 섞여나는 고랑 짧은 밭 만 보면 흥분이 되는지...

빈지게님!
뵈었던 모습에서도 그리 넉넉하시더니....그 모습처럼 소탈한 글이
오늘 또 시골 생활 지겹다는 시골서 자란 마누라랑
실갱이 한판 할 작심을 하게 만듭니다.
애 들 대학 졸업 할 때 까지는 안 된다는 마누라한테 이 글 보여주고 이겨야지!
댓글
2006.07.10 11:17:01 (*.159.174.237)
빈지게
모베터 형님!
태어나신 곳이 서울이시군요. 아직도 정말 시골
인심은 따뜻해서 참 좋답니다.

친구분께서 농사지으셔서 주신 무공해 채소를 드
시니까 기분이 훨씬 더 좋으시고 맛도 좋으셨지요?
흙이 얼마나 고맙고 좋은 것인가를 농사를 지어보
면 더 느낄 수 있답니다.

저도 올해에 조그만 밭에 고추 65포기, 가지 10포기
그리고 벌써 쑥갓과 얼갈이 배추는 모두 뽑아다 먹
고 엇그제 토요일날 다시 상치와 쑥갓, 얼갈이 배추
씨앗을 조금씩 뿌렸답니다.
지금 고추와 가지가 주렁주렁 열리고 참 재밋습니다.
그 이야기는 다음에 쓰려고합니다.
즐거운 한주일 열어 가시길 바랍니다. 형님!


피에쑤:형님이 가까이 계시면 기타좀 열심히 배우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답니다.ㅎㅎ 서울에 있는 고향친
구가 형님 만나고 온 후에 CD를 5장 보내 줬는데 통
기타 노래만을 골라서 보내줘서 요즘에 쌩병나게 생
겼그만요.ㅎㅎ

몇년전에 스피커까지 연결할 수 있는 18만원짜리 기
타 사놓고 묵혀두고 있는데 오늘은 기타줄을 사다가
갈아보려고 합니다.ㅎㅎ
댓글
2006.07.10 11:25:24 (*.26.214.73)
古友
오빠 !
사람냄새, 사는 냄새 물씬 묻어나오는 글 읽으니
바깥에는 태풍 앞에 닥치는 바람 술렁거려도 그저 푸근한 기분 입니다.
그럴 줄 알았져 !
장태산에서 '실물'을 보기 전에도 가끔씩, 다듬지 않았지만 '자기의 마음'을 보여주는 글에
적잖게 감동 받았었걸랑요 . ㅎㅎㅎ

비슷한 시간대를 살아 온 우리들은, 이제는 보기드문 이런 광경에
감동을 받을 줄도 알지만, 다음 세대들은 쇼핑은 마트에 가서 하면 되고 ... - 해서
이런 '맛'에서 풍기는 어떤 '멋'은 느낄 수 없겠지요. (하지만, 세대차이라고 해 줄 수 밖에, 강요를 할 수는 없는...)

일년에 몇 번 정도, 유성장엘 따라 갑니다.
이제는 별세 하셨다는 어떤 '담북장 파시던 할머니,
'담북장' 과 거기에 절인 오이지를 덤으로 한 대접 그득 담아 주시던 그 할머니 같은 어른들이 다 떠나시면
저자거리의 아름다움도 사라질 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오빠 !
가슴 시원한 글, 잘 읽었습니다.
태풍 온다는데, 피해 없으시기를...
(저는 아침 출근전에, 수세미 농사지은 것 걱정돼서 막대기로 조금 기대게 해주고 왔는데, 바람 너무 세서 걱정 ...)
댓글
2006.07.10 14:17:07 (*.141.181.49)
尹敏淑
빈지게님!!

님의 글을 읽는 동안
머리속엔 그 정겨운 모습들을 그렸습니다.
단편극 보는듯 말예요.

요즈음 인스턴트 장문화에 길들여져있는데
이렇게 시장풍경을 잘 표현하셨네요.

저도 일주일에 한번정도는
새벽장 의(장사준비 때문에) 그 난리속을 피해
할머니들이 노점에 펴놓고 장사하는곳을 찿아
훈훈한 정을 느끼곤 한답니다.

직장생활에 조금은 힘드시겠지만
가끔 그렇게 시장에 가보세요.
살맛날거예요.
댓글
2006.07.10 16:35:45 (*.154.209.90)
반글라
빈지게님.
내가 사는 동네에서도 지금도 오일장이 열리곤 있습니다만.
소박한 마음과 훈훈한 정이 듬북 담긴 글입니다.

지금 그곳에 비많이 내리죠.
아무쪼록 장마철에 비 피해 없었으면 합니다.


댓글
2006.07.10 19:32:16 (*.193.166.126)
푸른안개
빈지게님~ 튀밥집 풍경을 그려주셨네요.
튀밥집 가본지가 얼마나 흘렀는지
새카맣게 잊고 살았는데 새삼 읽어보니
그 시절이 그리워 집니다.
쌀도 튀기고 강냉이도 튀기고 하던 그 옛날이...
인심이 후한 장에 가면 정말 사람냄새 물씬 풍기던 그런곳...
잠시나마 옛추억속에서 허느적 거리다 갑니다.
늘 해피한 날들이 되세요 ^^*
댓글
2006.07.10 21:57:55 (*.87.197.175)
빈지게
길벗님!
저의 예전에 글을 읽고 감동을 받으셨다고 하
시니 너무 감사하고 부끄럽기만 합니다.
글은 못쓰지만 훈하하고 아름다운 향기를 여
러 회원님들에게 조금이나마 전해드리고 싶은
마음으로 써봤습니다. 뜻만 이해하여 주세요!!ㅎㅎ
감사합니다.^^*
댓글
2006.07.10 22:03:01 (*.87.197.175)
빈지게
장태산님!
단편극 보는 듯 하셨다니 앞으로도 아름답고 정겨운
일들 접하게 되면 또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님의 말씀대로 휴일에 시장일인 날은 집사람과 같이
가끔 시장에 구경을 가고 합니다.
얼마전에 송광사 천자암에 다녀 올때에는 곡성장에
들러 집사람이 호박을 샀는데 파장할 무렵이어서 인
지 어떤 할머니께서 1,000원에 호박을 5개나 주시더
군요.^^*
댓글
2006.07.10 22:05:51 (*.87.197.175)
빈지게
반글라 형님!
정이 듬뿍 담긴글이라 하시니 고맙습니다.
여기 춘향골은 비도 조금 내리고 별 피해없이
태풍이 지나 갔답니다.
지금쯤 형님계시는 곳에 태풍이 지나갈 것 같
은데 피해 없으시기를 바랍니다.^^*
댓글
2006.07.10 22:07:17 (*.87.197.175)
빈지게
푸른안개님!
먼곳에 계시면서 옛 추억을 떠올리고 가셨다
하시니 저도 기쁩니다.ㅎㅎ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댓글
2006.07.11 00:07:21 (*.120.229.155)
순수
히히 어릴적..생각이 납니다^^
튀밥을 흘리고 먹는다고..아부지께서..
통째로..구정물?? 속에..넣어 버렸던 기억이 납니다^^
울 아부지..성질 ...말 안해도..아시겠쥬~
하늘나라에선...화 안내시는지..몰~러^^
그래두..이밤....
울 아부지 보고싶다...
댓글
2006.07.11 00:09:45 (*.120.229.155)
순수
5일장 그립네요^^
5일장..함 가보고..싶어도.. 쉽지 않네요^^
희미한 기억 속에서만..맴돌뿐!!
빈지게님^^
편히 주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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