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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수 4,852
2006.08.01 12:59:39 (*.159.174.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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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 속의 풍경/나희덕


 



미안합니다
무릉계에 가고 말았습니다
무릉 속의 폐허를,
사라진 이파리들을 보고 말았습니다
아주 오래 전 일이지요
흙을 마악 뚫고 나온 눈동자가 나를 본 것은
겨울을 건너온 그 창끝에
나는 통증도 없이 눈멀었지요
그러나 미안합니다
봄에 갔던 길을 가을에 다시 가고 말았습니다
길의 그림자가, 그때는 잘 보이지 않던
흙 속의 풍경이 보였습니다
무디어진 시간 속에 깊이 처박힌 잎들은 말합니다
나를 밟고 가라, 밟고 가라고
내 눈은 깨어나 무거워진 잎들을 밟고 갑니다.
더이상 무겁지 않은 生, 차라리
다시 눈멀었더라면 하고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신비한 현호색은 진 지 오래고
그 괴경(塊莖) 속에 숨기고 있는 毒까지 다 보였습니다
그걸 캐다가 옮겨 심지는 않을 겁니다
미안합니다
무릉계에 가더라도 편지하지 마십시오
그 빛나던 이파리들은 이미 제 것이 아닙니다

댓글
2006.08.03 10:38:52 (*.241.147.14)
커피
태어남이 있으면 죽음도 있는 법
영원한 것이 있을까요
순리에 맞춰서 지금 이 순간을 즐기며 산다면
아쉬움이 덜 하지 않을까합니다
댓글
2006.08.03 12:56:10 (*.159.174.238)
빈지게
커피님!
님의 말씀대로 무리하지 않고 순리에 맞게 즐겁게
사는 것이 가장 아름답게 사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
합니다. 늘 좋은날 되시길 바랍니다.^^*
댓글
2006.08.03 13:00:25 (*.159.174.238)
빈지게
An칭구!
맞아! 맞아!!
산속에 나뭇잎들이 쌓여 자연그대로 썩어가고
있는곳을 파 헤치면 흙냄새와 더불어 그 냄새
가 참 향긋하지.
평소에는 생각해보지도 못했던 꿈같은 풍경을
칭구가 상상하게 하는군.ㅎㅎ
댓글
2006.08.03 23:24:54 (*.151.33.162)
커피
감사 합니다 좋은 글 주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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