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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8.07 23:22:02 (*.87.197.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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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밤 나는 쓸 수 있다/문정희


 


-네루다 풍으로-


 



사랑, 오늘밤 나는 쓸 수 있다


세상에서 제일 슬픈 구절을


이 나이에 무슨 사랑?


이 나이에 아직도 사랑?


하지만 사랑이 나이를 못 알아보는구나


사랑이 아무것도 못 보는구나


겁도 없이 나를 물어뜯는구나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열 손가락에 불붙여


사랑의 눈과 코를 더듬는다


사랑을 갈비처럼 뜯어먹는다


모든 사랑에는 미래가 없다


그래서 숨막히고


그래서 아름답고 슬픈


사랑, 오늘밤 나는 쓸 수 있다


이 세상 모든 사랑은 무죄!


 


 


 


*사랑은 장님입니다. 나이도, 국경도, 체면도 몰라보기 때문입니다.
다 알아보고 가릴 것을 가린다면 그건 사랑이 아니지요. 사랑은 앞
을 불 수 없기 때문에 미래도 불투명합니다. 그래도 사람이라면 사
랑하지 않을 수 없지요. 모든 사랑에 빠진 사람에게 말해주고 실습
니다. "당신은 무죄야"라고. *


 



-시집 "그대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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