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 누구나 자유롭게 글을 올릴 수 있습니다.

글 수 4,852
2006.08.31 01:17:19 (*.87.197.175)
1261
1 / 0

 


 


 



연두에 울다/나희덕


 



떨리는 손으로 풀죽은 김밥을
입 속에 쑤셔넣고 있는 동안에도
기차는 여름 들판을 내 눈에 밀어넣었다.
연둣빛 벼들이 눈동자를 찔렀다.
들판은 왜 저리도 푸른가.
아니다. 푸르다는 말은 적당치 않다.
초록은 동색이라지만
연두는 내게 좀 다른 종족으로 여겨진다.
거기엔 아직 고개 숙이지 않은
출렁거림, 또는 수런거림 같은 게 남아 있다.
저 순연한 벼 포기들.
그런데 내 안은 왜 이리도 어두운가.
나를 빛 바래게 하려고 쏟아지는 저 햇빛도
결국 어두워지면 빛 바랠 거라고 중얼거리며
김밥을 네 개째 삼키는 순간
갑자기울을미 터져 나왔다, 그것이 마치
감정이 몸에 돌기위한 최소 조건이라도 되는 듯.
눈에 즙처럼 괴는 연두.
그래, 저 빛에 나도 두고 온 게 있지.
기차는 여름들판 사이로 오후를 달린다.


 


 


 


-시집 "2003 미당문학상 수상작품집"에서-  


 

댓글
2006.08.31 01:49:12 (*.231.167.93)
An


드러내는 것에
인색하지 않겠습니다

thanks, 칭구~


댓글
2006.08.31 11:25:08 (*.159.174.230)
빈지게
아라써요. 칭구!
음악이 너무 조아요. 감솨!!
오늘도 좋은 날 되시길...
공지 우리 홈 게시판 사용 방법 file
오작교
81453   2022-04-26 2022-04-26 17:00
공지 테이블 매너, 어렵지 않아요 2 file
오작교
92317   2014-12-04 2021-02-04 13:44
공지 당국이 제시한 개인정보 유출 10가지 점검 사항 4 file
오작교
109032   2014-01-22 2021-02-04 13:58
공지 알아두면 유익한 생활 상식 7
오작교
109734   2013-06-27 2015-07-12 17:04
♣ 가을밤의 해변가 ♣ (6)
간이역
2006.09.02
조회 수 1424
추천 수 4
안부~~ (4)
향일화
2006.09.02
조회 수 1345
추천 수 1
조회 수 1384
추천 수 6
면도를 하면서 / 06/08/07 (10)
길벗
2006.09.01
조회 수 1336
추천 수 2
조회 수 1259
조회 수 1347
추천 수 4
사진으로 보는 세계일주 (2)
보름달
2006.09.01
조회 수 1052
추천 수 1
" 절규 - 에두와르 뭉크 " (4)
조지아불독
2006.08.31
조회 수 1448
추천 수 21
남에게 베푸는 삶 (1)
작은물고기
2006.08.31
조회 수 1392
추천 수 1
연두에 울다/나희덕 (2)
빈지게
2006.08.31
조회 수 1261
추천 수 1
구월이 오면/안도현 (10)
빈지게
2006.08.30
조회 수 966
추천 수 1
그 때 그 시절 광고(펌) (6)
오작교
2006.08.29
조회 수 1248
추천 수 1
취하고 싶은 향기 (1)
고암
2006.08.29
조회 수 1346
기분전환/김소월 (3)
빈지게
2006.08.29
조회 수 1348
추천 수 2
홀로움/황동규 (2)
빈지게
2006.08.29
조회 수 1416
추천 수 2
게으름의 7가지 법칙
장녹수
2006.08.28
조회 수 1344
조회 수 1308
추천 수 2
올 가을엔 (11)
우먼
2006.08.28
조회 수 1291
추천 수 9
아이들을 위한 기도/김시천 (4)
빈지게
2006.08.28
조회 수 1206
추천 수 2
하늘가
포플러
2006.08.27
조회 수 1316
추천 수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