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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01 15:55:16 (*.26.214.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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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사람이 유일하게 나를 칭찬하는 말 :
     "당신, 매일 아침 비누칠 하고 면도하는 것은 참 기특해. 우째 하루도 안빼먹고 하는지..."
 
그러고보니, 아침마다의 면도질이 벌써 26~7년 되어간다.
하도들 '전기면도기' 편하다기에 언젠가 거금을 주고(당시에) 신형 세이코 면도기를 사서 두어 달 써 봤었는데
아무래도 깔끔한 맛이 없는 듯 해서, 아침마다 얼굴에 비누칠 하고서 면도를 한다. 일회용 면도기로 ...
가끔씩은, 선친의 그 억쎘던 턱수염을 떠올리면서 (유난히 수염 가닥이 많으셨던듯...)
 
지금은 일회용 면도기도 두 날, 세 날 짜리에, 뒷부분에 테프론 테이프 코팅이 되어 있어서,
슥슥 밀어 나가는 감촉도 아주 좋고, 부드럽게 면도질이 된다.
일회용 면도기가 나오기 전에는, 손잡이 돌리면 칼 덮개가 꽃이 활짝 피어나듯 양쪽으로 벌어지고
거기에 양날 면도칼을 넣고 단단히 잠근 후에 면도를 하게 되는데, 이것은 자칫 피를 보는 수도 있어서 
따끔거리는 턱으로 출근을 하게되는 아침도 있었다.
 
※ 면도 소요시간 은, 약 2~3분 : 가장 적당한 스토로크가 150~160번이라고 하던데 대충 그정도 되는 듯.
   다행히, 별로 가닥이 많지 않고, 턱밑에서 목까지에는 수염이 없어서 수월한 편이다.
   선친은 턱밑에서 목언저리까지도 털이 있어서 끙끙이시면서 하시곤 했다.


 
※ 왜 날마다 면도를 해야 하는가 ?
    70년대 말, (한,미 합작회사) 입사를 했는데 부장의 연세가 당시 48세.
    입사 후, 회식자리에서 '남에게 깨끗하게 보여서 손해볼 것은 없어. 매일 아침 5분만 투자하면
    남들도, 자기도 아주 상쾌하게 되는 것 있거든. 그게 뭘까?  답은 '면도하거야.
    그리고, 아예 천부적으로 풍성한 구렛나룻 있다면 그것을 단정하게 해서 자기의 심볼로 하면 그것도 좋겠지만
    이 대한민국에서 제대로 살아가려면, 아직은 그래서 안돼 - 당시는 직장에도 장발단속이 있었다.
    그리고, 여자들은 남자가 파르라니 막 깍은 면도자국에 매력을 더 느끼거던... 허허허허."


 
그런거구나 ! 싶어서 부지런히 부지런히 면도를 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그 부장님, 아마 지금은 멋이 있게 콧수염도 기르고 말끔하고 단정하게 지내시겠지.
시간이 흘러, 가끔씩은 남의 면도 여부를 은근히 체크하게도 되는 지금에도,
그,  '단정' 하다는 것에 대한 호감을 부정할 수 없다.
'헌 옷이라도 깨끗하게 빨아서, 잘 다려 입고 나가면 단정한 것이다.
굳이 새 옷이어야만 되는 것 아니다.'
중국총리의 10년 전 점퍼, 밑창 다 닳은 운동화가 회자되는데 나름대로 '단정'하게 했기때문일 것이다.   


 
※ 요 며칠의 휴가중, 지난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 3일을 마음먹고 면도를 하지 않았었다.
    (3일동안, 자유기상, 자유취침, 자유취식 하기로 합의 ! )


금요일 저녁무렵 까지는 그런데로 볼 만 하더니만, 토요일 저녁, 샤워를 마치고 거울을 보니~
이건 좀 , 뭣이 아닌 것 같은 기분이다. 무언가가 묵직하게 '덜' 한듯 하고 거울을 보니 맑게보이는 구석이 없다.
일요일 오후, TV를 보면서 삶은 옥수수를 먹고 있는데 기어이 식구가 한마디 한다,


"거울좀 봐라, 거울,  삐죽삐죽한 터래기에 옥수수 찌끄레기 묻어서 참 가관이네.
 우째 사람이 이래 변하노. 똑 산적겉다, 산적.  쉬는날도 다른 사람 생각 좀 해서 면도는 해야지.
 당신, 오늘도 면도하기 싫어서 기원에도 안가고 집에서 용쓰고 있재..."


대답없이 뻗대다가, 화장실에 가서 거울을 보니 ~  아하! 이건 아니야 싶다.
그래도 이왕 작심한 것 싶어서, 끝내 면도는 월요일 (오늘) 하기로 하고 돌아섰다.
거울속에, 칠칠맞게 보이는 사나이가 나를 배웅한다. 에그 지저분하기는... 하면서.
 
※ 월요일 아침 : 한 2 mm 가까이 자란 - 가지가 번, 턱에 상쾌하게 면도를 들이댄다.
    (다른 때 보다, 시간이 좀 더 걸린상 싶다)
    "봐라, 저래 멀끔한 얼굴을 가지고, 어째 똑 산적두목겉이 사흘로 지내노, 에이구 ~ "
    부엌쪽에서 한마디 톡 튀어 나온다.


   "이 오빠야  괜찮어? 아직 쓸 만 하겠어?"
   "이제부터는, 일요일도 꼭 면도하기다. 안하믄 밥도 안줄끼다..."


남에게도, 나에게도 산뜻한 기분을 주는 것은 '참 좋은 일이다."
잘보여서, 귀염받게 되어 손해보는 것은 없다, 살면서 ......

댓글
2006.09.01 17:08:38 (*.105.128.166)
오작교
출근길에 면도만 하지 않아도 살 것 같지요?
저는 면도에 필요한 시간이 6~8분 정도.....
성격이 사납지도 않은데 웬 수염을 그리도 거친지....

목에서 턱 사이의 수염들이 제일 문제지요.
조금만 성의 없이 밀었다 하면 여지없이 '사각'하면서
어쩔 때는 와이셔츠까지 다 버려놓아 낭패를 당한 적도 있구요..

길벗님
오랜만이지요?
역시 찬바람이 조금씩 일어야 옛 생각들이 나는 모양입니다.
자주 뵐 수 있지요?
삭제 수정 댓글
2006.09.01 17:41:58 (*.252.104.91)
늘푸른
대단
하십니다

몇일을
면도 안하고 참아 냈다구요

끈기에
박수를 보냅니다~~ㅎㅎㅎㅎㅎㅎㅎ
삭제 수정 댓글
2006.09.01 22:32:27 (*.231.167.93)
An
난, 면도 안하는 넘자덜이 더 멋지던 걸!!

흠!! 아마도 내가 수염이 없어서 일꺼얌

길벗 행부는 수염이 원래 옵는 넘자인 줄 알았넹

푸하하하~

쌩유, 행부!
댓글
2006.09.02 06:44:29 (*.106.63.49)
우먼
나도 수염 한 번 나 봤으면..ㅎㅎ
그래서 길벗님처럼 여유 있는 시간 보내고
정이 넘실대는 가을 들녁에 황금빛 사랑으로 가득 채울 수 있도록.
댓글
2006.09.02 12:39:23 (*.118.25.74)
길벗
오작교님,
성큼 가을이 왔습니다, 영 ~ 안 올 것 같더니 ㅎㅎ

홈 나들이 했다가,
건성으로 답글 올리기가 뭣 할때는 그냥 머물다 가고 ... 해서 표시가 안났던 모양 입니다.
맘에 없는 글 쓰기는 워낙에 싫어서 말이지요.

뜸하게 보이는 또 한가지, 글 올리는 빈도가 아주 없어서...
그건, 제 밑천이 다 됐거든요.
충전을 시킬만한 시간도 별로 없고 ...
남의 글 글 그림, 베껴 올래도 궁합 맞는 것도 별로 없고요 - 아니, 내 재주가 별로 없어서요 ㅎㅎ

근래의 홈분위기가 좀 그렇다는 글도 있습디다만, ......
저는 그런 것 같지는 않다고 생각 합니다.
조용히 조용히 그 연륜이 알차게 쌓여 간다고 생각 합니다.

오작교님,
그리고 모든 식구님들 '아름다운 가을' 되십시오 !


댓글
2006.09.02 12:40:54 (*.118.25.74)
길벗
늘푸른 가을신사님 ,

면도 안하고 눈총 받고 사는 것 보다는,
기냥 제대로 하고 살기로 했습니다.

가을에도, 늘푸르시기를 ~~
댓글
2006.09.02 12:42:42 (*.118.25.74)
길벗
An님,
먼 야글 하시는겨, 시방 ?
내가, 수염이 없다면, 시방 날 보고 거시기라는겨?
허거억 ~
돌아삐겠다. 거어츠암 ~
푸하하하하 ~
댓글
2006.09.02 12:44:43 (*.118.25.74)
길벗
우먼님,
수염나서 뭐하실랑가 ?
하긴, 바둑방 어떤 아이디는 '구렛나루걸' 9단도 있습디다만 (그 9단, 바둑 엄청 잘 둬여~ )

군산에는 가을전어가 없을랑가 ......
댓글
2006.09.03 08:50:29 (*.159.174.199)
빈지게
길벗 형님!
낡은 옷이나 운동화여도 깨끗하게 빨아서 사용하는
사람들 그런사람들이 정말 더 멋져요.
휴일아침 평범하면서도 아주 귀중한 진리를 깨닫고
갑니다. 형님도 진정 멋쟁이시네요.
저도 주로 도루코 1회용 면도기로만 면도를 한답니다.ㅎㅎ
댓글
2006.09.07 00:01:48 (*.232.69.207)
길벗
오빠 !
1회용 면도기는, 1회만 쓰고 버리는 것이
아니란 것 아시져 ?

화려함 보다, 단정함 !
그런 기분으로, 이 가을을 꾸려나가십시다, 오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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