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 누구나 자유롭게 글을 올릴 수 있습니다.

글 수 4,852
2006.09.03 01:34:05 (*.159.174.199)
1066
1 / 0

 


 


 


지리산의 봄1/고정희

-뱀사골에서 쓴 편지-


남원에서 섬진강 허리를 지나며 갈대밭에 엎드린
남서풍 너머로 번뜩이며 일어서는 빛을 보았습니다.
그 빛 한자락이 따라와 나의 갈비뼈 사이에 흐르는
축축한 외로움을 들추고 산목련 한 송이 터드려 놓습니다.
온몸을 싸고도는 이 서늘한 향기,
뱀사골 산정에 푸르게 걸린 뒤
오월의 찬란한 햇빛이 깃털을 세우며
신록 사이로 길게 내려와 그대에게 가는길을 열어줍니다.

아득한 능선에 서 계시는 그대여
우르르우르르 우레 소리로 골짜기를 넘어가는 그대여
앞서가는 그대따라 협곡을 오르면 삼십년 벗지 못한
끈근한 어둠이 거대한 여울에 파랗게 씻겨내리고
육천매듭 풀려나간 모세 혈관에서 철철 샘물이 흐르고
더웁게 달궈진 살과 뼈 사이 확 만개한 오랑캐꽃 웃음소리
아름다운 그대되어 산을 넘어갑니다.
구름처럼 바람처럼 승천합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공지 우리 홈 게시판 사용 방법 file
오작교
2022-04-26 73341  
공지 테이블 매너, 어렵지 않아요 2 file
오작교
2014-12-04 84073  
공지 당국이 제시한 개인정보 유출 10가지 점검 사항 4 file
오작교
2014-01-22 100812  
공지 알아두면 유익한 생활 상식 7
오작교
2013-06-27 101417  
2532 아내의 생일 11
빈지게
2007-06-14 1234 10
2531 낙숫물 소리
부엉골
2007-06-14 1070 3
2530 * 나는, 비내리는 게 좋아간다 5
Ador
2007-06-13 1228 8
2529 사랑 1
김미생-써니-
2007-06-13 1296 4
2528 비가 내리면 누군가의 연인이 되고 싶다/이효녕 4
빈지게
2007-06-13 1185 7
2527 세월 3
부엉골
2007-06-13 1235 2
2526 밤꽃 4
부엉골
2007-06-12 987 1
2525 바위를 뚫은 화살 3
휴게공간
2007-06-11 1104 3
2524 금산 계곡에서 5
우먼
2007-06-11 1071 6
2523 싸리꽃 3
부엉골
2007-06-10 1237 2
2522 오늘밤 찾아 와 주지 않으려오 1
바위와구름
2007-06-09 1053 6
2521 산비둘기 1
부엉골
2007-06-09 1048 3
2520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 이원규 2
빈지게
2007-06-08 1133 3
2519 살며 생각하며 3
은솔
2007-06-08 992 1
2518 오신다네요 5
부엉골
2007-06-08 970 1
2517 ♣ 당신을 가져 가겠습니다 ♣ 3
간이역
2007-06-07 949 3
2516 * 유월의 하늘아 5
Ador
2007-06-07 1299 39
2515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7
빈지게
2007-06-07 1274 3
2514 보슬비 2
부엉골
2007-06-06 1211 2
2513 연/박철 3
빈지게
2007-06-05 949 5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