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 누구나 자유롭게 글을 올릴 수 있습니다.

글 수 4,852



         비를 기다리며 술을 마셨다 / 이외수


         여름이 문을 닫을 때까지
         나는 바다에 가지 못했다
         흐린 날에는
         홀로 목로주점에 앉아
         비를 기다리며 술을 마셨다
         막상 바다로 간다해도
         나는 아직 바람의 잠언을
         알아듣지 못한다

         바다는
         허무의 무덤이다
         진실은 아름답지만
         왜 언제나 해명되지 않은 채로
         상처를 남기는지
         바다는 말해 주지 않는다

         빌어먹을 낭만이여
         한 잔의 술이
         한잔의 하늘이 되는 줄을
         나는 몰랐다
         젊은 날에는
         가끔씩 술잔 속에
         파도가 일어서고
         나는 어두운 골목
         똥물까지 토한 채 잠이 들었다

        소문으로만 출렁거리는
         바다 곁에서
         이따금 술에 취하면
         담벼락에 어른거리던
         나무들의 그림자
         나무들의 그림자를 부여잡고
         나는 울었다
         그러나 이제는 어리석다

         사랑은
         바다에 가도 만날 수 없고
         거리를 방황해도 만날 수 없다
         단지 고개를 돌리면
         아우성치며 달려드는
         시간의 발굽소리
         나는 왜 아직도
         세속을 떠나지 못했을까

         흐린 날에는
         목로주점에 앉아
         비를 기다리며 술을 마셨다
         인생은
         비어 있음으로
         더욱 아름다워지는
         줄도 모르면서








삭제 수정 댓글
2006.10.22 16:29:15 (*.234.155.41)
Diva
흐린 날에는
목로주점에 앉아
비를 기다리며 술을 마셨다
인생은
비어 있음으로
더욱 아름다워지는
줄도 모르면서 .......

후우!!!~~~
이 시를 여기서 다시 만나다니....

바깥엔
가을비 투둑투둑 나뭇잎에 떨어집니다.

내리는 비 맞는 단풍잎은 마치
봄날 새 닢처럼 살아날 것 만 같이 생기 머금고.....ㅎㅎ....착각하것네....
가을비 아름다운 오후 입니다.
빈지게님....
행복한 주말 보내시기를....
댓글
2006.10.22 22:52:22 (*.87.197.175)
빈지게
Diva님!
잘 지내시지요?
이 시가 예전에 많이 읽으셨던 시인가 봅니다.
님께서도 편안한 휴일저녁 보내시길 바랍니다.^^*
공지 우리 홈 게시판 사용 방법 file
오작교
105394   2022-04-26 2022-04-26 17:00
공지 테이블 매너, 어렵지 않아요 2 file
오작교
116700   2014-12-04 2021-02-04 13:44
공지 당국이 제시한 개인정보 유출 10가지 점검 사항 4 file
오작교
133488   2014-01-22 2021-02-04 13:58
공지 알아두면 유익한 생활 상식 7
오작교
134140   2013-06-27 2015-07-12 17:04
너에게 (14)
cosmos
2006.10.27
조회 수 1085
추천 수 1
조회 수 1239
추천 수 18
잃어버린 우산 (9)
尹敏淑
2006.10.26
조회 수 1424
추천 수 3
비싼 수업료 (7)
우먼
2006.10.26
조회 수 1412
추천 수 1
조회 수 1337
♣ 진정한 삶의 의미 ♣ (2)
간이역
2006.10.25
조회 수 1412
추천 수 2
이제 거짓말은 제발 좀 그만... (4)
오작교
2006.10.25
조회 수 1343
추천 수 2
조회 수 1043
추천 수 2
무심(無心)
고암
2006.10.24
조회 수 1050
추천 수 1
남장군 vs 여멍군 (5)
길벗
2006.10.24
조회 수 1271
추천 수 4
조회 수 1415
추천 수 1
조회 수 1351
추천 수 1
조회 수 1328
추천 수 3
계획과 실행이 하나되기 (2)
우먼
2006.10.23
조회 수 1135
추천 수 2
조회 수 1295
추천 수 2
모과/김명인
빈지게
2006.10.22
조회 수 1326
추천 수 2
화살나무/박남준 (1)
빈지게
2006.10.22
조회 수 1402
추천 수 6
조회 수 1053
추천 수 2
忘 却 의 시간 앞에서
바위와구름
2006.10.22
조회 수 1472
추천 수 5
디테일의 힘
우먼
2006.10.21
조회 수 1344
추천 수 2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