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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길

또미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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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봄



두 젊음이 다리 끝에서 아지랑이를 피워 올린다
연애질 하고 있다
눈빛 마주칠 때 참꽃 피고
손닿을 듯 할 때 개나리 벙그러지고
내일 들에서 쑥 캐는데
너 나올래
불쑥 오지말고
늑대처럼 침 흘리며 빙글빙글 둘러서 다가올래, 할때
목련꽃 흐드러지고
동네가 눈을 틔우는 마늘 싹 만해서
봄비 기다리는 마루 끝에 앉아서도
아닌 체 서로 끌어당기는 모양이
한눈에 들어온다
나의 좋은 시절도 복숭아꽃 피었고 복숭아 털 같은 최루탄 사이를 이리저리 피해 다니며
잘 모르는 자유, 노래하다 지치고
전자석처럼
문득 나를 끌어 당기는 여자가 있었다
이제는 예쁘게 노는 모습에 참으로 눈이 부시기 시작 하는 나이
해줄 것은 없고 시계를 한 시간씩 되돌려 놓으면 그것도 부질없다
봄은 노루꼬리보다 짧으니 힘껏 하는 만큼 해보라고 말해주고 싶고
속마음은 제비꽃처럼 부리가 뾰로통해지고
그때 그 나이인 저 아이들 믿고
봄을 맡겨도
괜찮을까 하며
겨울이 능구렁이 꼬랑지를 담부랑에 남긴다 한번쯤은
꽃봉오리로 팬티를 해 입고 싶은
봄이
쑥 캐는 년 궁둥짝만큼 염치없다
봄은 저 아이들 연애질하게 오는 것이니 행여 나비처럼도 밟지마시라
봄, 봄 해봐도 젊음 속의 봄 만한게 없다




공룡발자국



초식공룡 브라키아 사우르스가 사는 고성으로 가면 백악기의 새초록한
바람이 불 때 마다 뿌우웅 하고 친구를 부르는 공룡의 저음이 몸을 비비자
고 다가옵니다 어디가 가려운 건지. 내가 소철나무인줄 알았나 봅니다 시
간의 벽이 진동으로 허물어지는 상족암에서 뭔가가 발을 슬쩍 걸었습니다
기우뚱 하고 보니 공룡발자국이지 뭡니까 참 실없는 장난을 걸어오는 파충
류의 흔적입니다 사람마다 공룡발자국에 발을 대보고는 초식공룡을 닮아
초록색이 되어 갔습니다 몸에서 큰의미 없이 종자고사리가 자라났습니다
언뜻보니 全生의 어떤 암여우가 발자국 옆에서 흑백사진을 찍고 있었습니
다 한껏 그리워진 나는 마음의 저습지에 거대한 발자국과 새 발자국을 내
고 거기에 욕심껏 바닷물을 담았습니다 來生의 누군가가 내 발자국 치수
를 재며<호모 사피엔스사피엔스 사우르스>라고 명명하는 소리가 귀에
선하였습니다 뿔도 없으면서 긴 송곳니도 없으면서 비늘도 없는 알몸으로
그저 으러렁대기만 할 줄 아는 나라는 잡식공룡이 뿌우웅 뿌우웅 뿔나팔
을 불어대고 있었습니다

그 시간의 깊이와 넓이 앞에서 부끄러운 줄 모르고 말이지요
발자국을 낼 체중에도 다가서지 못하는 가벼움은 또 어떡합니까
내 안에서 머리를 빗는 빗살무늬토기로 무엇을 담기에는 어림도 없었습니다



전복맛은 변하지 않는다



마흔넘은 철수는 남들 다 가는 장가도 못 가고
숫내나는 방파제에 안아 生의 그물을 기운다
그때, 저녁안개를 뚫고 김베드로가
이천 년 전의 베드로처럼 전복 한 광주리를 꿰어차고
갈릴리 교회로 간다
납작한 전복을 보면
우리의 철 수는 EQ가 여자들 거시기 쪽으로 정립되어 있다
형님, 몇 마리 주고 가슈한다
베드로 안된다고 고개 절래 절래 흔들고
말씀 속의 한 말씀도 내려놓지 않는다
쳇, 싫으면 관두슈 하고
철 수는 헐렁해진 마흔 가닥의 신경망을 옴팡지게 당기고
아래가 생선이든 위가 생선이든 아무래도 좋은
인어 한마리 꼬드겨 생각속에 가둔다
시시한 생각은 샛바람을 몰고 온다
철 수는 어머니 밥 챙겨드릴 인어 한 마라 낚아서
말만 잘 통하면 물거품이 될때까지 허무하게 살고싶다
바다를 보고 키득키득 웃는 철수를 보고
파도가 얄궂다고 하얀 눈을 흘긴다
철수는 이미 파도하고 사이좋은 사이, 둘 사이에 영희는 없다
철 수는 피했지만, 김베드로는〈우리슈퍼〉평상에서 잡혔다
아, 전복구이 썰어놓고 술 생각나는 저녁,
아무나 잡고 술주정을 해도
그러려니 생각하는 로마제국 변두리 소슬한 동네
장가든 동네 아우들 미안한 마음에 철수에게 술 한잔씩 밀어놓고
예수 따라 나섰다가 돌아온 김베드로,
歸港의 길에서 예쁜 처녀 봐뒀다고 슬슬 철수를 긁고
자글자글 꼬솜하게 익는 전복
이천 년 전이나 오늘이나
그 맛 배신하지 않고 행복하게 굽힌다
지나가던 목사도
세심사 중도 내려와 한 토막씩 얻어먹고
나도 염치없이 끼었다. 거시기 같은 것이 뱃놈들 오장육부처럼 쫄깃쫄깃하다
그러니까 더 바랄 것 없이 이 정도면 행복인 것이다
무엇도 모르는 로마여 웬만하면 너도 한잔 땡겨라


浦口


덕수란 놈이 형제섬 남쪽 2마일 지점에서
물툼벙 300마리를 잡느라고
이틀밤을 꼬박 새우고
경매에서 돌아 왔지요
통발선 모가지를
선창에 묶고 아랫도리에 힘주어 상륙할 때
비닐 하우스 안에선 담치를 까던
덕수 마누라 애금이란 년이
분홍색 눈으로 덕수를 더듬었습니다
별이 깜박일 때까지 잠은 오지 않고
파도 펑펑치는 그 밤에
몸 깍아 살을 불려온 적금을 헤아려 보고
집 한채 지은 듯 마음 뿌듯해지자
몸 어딘가가 불끈불끈 일어 섰습니다
아시는바와 같이 세에들 일찍 재워놓고
하루의 노동을 곱게 모셔서 발 씻겨주어야 할 시간
후다닥 이불 속에 기어 들어가
감창소리를 내는데
몹쓸것들
시끄러워서
동네사람 잠 다 깨웠습니다
손바닥만한 동네에서 좀 조용히 놀지
저것들 재미있게 노는 소리를 듣고
킥 킥 킥 웃으며
옆집 숙희란 년도 슬그머니 구멍난 남편 런닝을 벗고
분홍색 눈으로 즤 남편 석구를 더듬었는데
선창에 자러왔던 가창오리 떼가 파다닥 날아가고 말았습니다
소란한 그것은 밤 사이 널리 퍼져
귀밝은 사람은 밤새 그렇게 놀았다는 거 아닙니까
다음 날
모두 아무 일 없다는듯, 덕수란 놈은 또 배에서 시동을 걸고
덕수 마누라 애금이 년도 가랑이를 앙 다물고 말 한마디 없이 담치를 톡톡 깠습니다
굵고 짧은 것과 좁고 넗은 것의 에너지가 生의 밤을 밀어내고
아침을 힘차게 열어 제쳤습니다
텃밭 마늘처럼 쑥쑥 커주는 세에끼들은 병아리처럼 종종종 분교로 가고
오늘은 물일 하기 참 좋은 날입니다



보리밭



그 보리밭을 지날때는

쑥쑥 자라는 몸을 참을수 없었다

소녀가 사는 창문에

냅다 돌을 던져 놓고

와장창 깨지는 소리를 들으며

빌빌빌 보리밭에 숨어들면

소녀는 나를 보고도 모른체 했다

종달새 자지러지던 그 봄을

알까지 둥지 째 담아왔다

아파트가 들어선 지금에 와서야

겨우





2006년 현대시학 신인작품공모 당선작

***

어제 저녁에 직장에서 회식이 있어 한잔하공
한심자고 일어나니 아직도 한밤중...
초겨울 긴밤을 이런저런 생각으로 지세다가
읽어 볼 만한 좋은글과 향기로운 소리에
울 벗님이 문득 눈에 아련거려
안부차 들러 옮겨 두고 가옵니다.

쌀쌀한 날씨가 계속 되고 있습니다.
감기들지 않게 이불 꼭 챙겨 덮으시공 주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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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하은 2006.11.18. 05:46
또미님
정말 재미있고 좋은글들 감사합니다.
한참 읽으면서 어디서 이런 제미있는
글들을 수집하셨나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보았습니다.
오늘도 행복하세요.
우먼 2006.11.19. 18:55
요즈음 시어들 재미 있습니다.
좀처럼 이해 못할 내용이 있다 싶으면 끝에 가서야 아하!가 절로 나오고

좋은글 한참 들여다 보았습니다.
어느분의 시인지 궁금 합니다.
감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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