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 누구나 자유롭게 글을 올릴 수 있습니다.

글 수 4,852
2006.11.17 13:52:04 (*.159.174.220)
1229
2 / 0




잔치국수/정호승


중년의 여자가
포장마차에서 잔치국수를 먹고 있다
누구 신다 버린 낡은 운동화를 신고
주저앉을 듯 선 채로
때묻은 보따리는 바닥에 내려놓고
포장 사이로 그믐달은 이미 기울었는데
한잔 건네는 소주도 없이
잔치는 사라지고 국수만 먹고 있다
파를 다듬고 생선살을 발라내어
치자빛 전을 부치던 그 봄날의
잔치는 어디 가고 빈 그릇만 남았는가
첫날밤을 울리던 새벽 장닭 소리는
더이상 들리지 않고
돼지우리를 밝히던 고향의 푸른 별빛은
더이상 보이지 않고
여자는 남은 국물마저 훌훌 다 들이켜고
다시 길을 걷는다
옆구리에 보따리를 꼭 끼고 느릿느릿
발자국도 안 남기고
길 없는 길을




댓글
2006.11.18 05:32:38 (*.44.74.111)
하은
읽고 또 읽고...
무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것이 한이 되어 가슴이 아리네요.

많은 여운을 남기는글이라서
쉽게 읽고 지나치질 못하게 하네요.

댓글
2006.11.19 09:41:00 (*.87.197.175)
빈지게
감사합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공지 우리 홈 게시판 사용 방법 file
오작교
2022-04-26 78518  
공지 테이블 매너, 어렵지 않아요 2 file
오작교
2014-12-04 89375  
공지 당국이 제시한 개인정보 유출 10가지 점검 사항 4 file
오작교
2014-01-22 106029  
공지 알아두면 유익한 생활 상식 7
오작교
2013-06-27 106752  
2152 ♣ 마음이 지쳤을때... ♣ 2
간이역
2006-11-21 1370  
2151 공갈빵이 먹고 싶다 / 이영식 3
빈지게
2006-11-21 1336 2
2150 첫사랑/김용택 1
빈지게
2006-11-21 1268  
2149 가을 서리꽃 8
반글라
2006-11-20 1288 2
2148 마음이 따뜻한 인연을 따라...
꾸미
2006-11-20 1232  
2147 남편 빨리 죽이는 법(펌글) 6
오작교
2006-11-19 1338  
2146 남편 빨리 죽이는 법(펌글) 1
미소
2006-11-19 1334  
2145 落 葉
바위와구름
2006-11-19 1334 5
2144 모퉁이/안도현 2
빈지게
2006-11-19 1269 1
2143 바닷가 우체국 / 안도현 1
빈지게
2006-11-18 998 2
2142 그리움 1 4
하늘정원
2006-11-17 1189 6
2141 또 기다림/ 정호승
빈지게
2006-11-17 1059 2
잔치국수/정호승 2
빈지게
2006-11-17 1229 2
2139 긴 세월을 살아오면서 깨달은 것 2
강바람
2006-11-17 1266 4
2138 새벽길 2
또미
2006-11-17 1263 2
2137 이제는 "안녕" 할때
김미생-써니-
2006-11-16 1282 1
2136 입동(立冬)에 부르는 노래 / 홍수희 2
빈지게
2006-11-16 1260  
2135 입동(立冬)
고암
2006-11-16 1336  
2134 ♣ 이 가을이 가고 나면... ♣ 2
간이역
2006-11-15 1086 1
2133 가을이 가는구나/ 김용택 1
빈지게
2006-11-14 1273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