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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21 10:53:46 (*.159.174.220)
1235




첫사랑/김용택


바다에서 막 건져올린
해 같은 처녀의 얼굴도
새봄에 피어나는 산중의 진달래꽃도
설날 입은 새옷도
아, 꿈같던 그때
이 세상 전부 같던 사랑도
다 낡아간다네
나무가 하늘을 향해 커가는 것처럼
새로 피는 깊은 산중의 진달래처럼
아, 그렇게 놀라운 세상이
내게 새로 열렸으면
그러나
자주 찾지 않은
시골의 낡은 찻집처럼
사랑은 낡아가고 시들어만 가네

이보게, 잊지는 말게나
산중의 진달래 꽃은
해마다 새로 핀다네
거기 가보게나
삶에 지친 다리를 이끌고
그 꽃을 보러 깊은 산중 거기 가보게나
놀랄걸세
첫사랑 그 여자 옷 빛깔 같은
그 꽃빛에 놀랄걸세
그렇다네
인생은, 사랑은 시든 게 아니라네
다만 우린 놀라움을 잊었네
우린 사랑을 잃었을 뿐이네




-김용택 시인님 시집 "그래서 당신"에서 -

삭제 수정 댓글
2006.11.21 11:12:42 (*.159.62.74)
An


사랑은...
푹신푹신한 털 장갑도 아니예요
따끈따끈한 손난로도 아니예요
어정쩡한 코트 주머니도 아니예요

아무 말없이 내 손을 잡아
그 사람 주머니에 꾸욱 넣어버리는
그런 따뜻함이래요...

thanks, 칭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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